고구마 두대통 늦가을 밭에서 고구마를 캐내면 사랑방에 어김없이 고구마 두대통을 만들었다 대나무를 쪼개거나 또는 수숫대를 둥글게 엮어서 만든 두대통은 방윗목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면서 겨우내 우리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천정까지 쌓아놓아 내 키로 쉽게 꺼낼 수 없어 중간부분을 칼로 도려내 수시로..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1.03
학교 앞 팥죽..그 잊을 수 없는 맛에 대하여 매서운 추위가 내 살속을 후빌 때면 그 추위를 녹여주던 한 그릇의 팥죽이 생각난다 중학교 교문앞에 몇 집이 우리들을 상대로 팥죽을 팔았다 진도의 매서운 바닷바람이 겨울엔 칼바람이 되어 교문에서 왁자한 우리들의 발목을 팥죽집으로 인도하였다 팥죽이랬자 멀건 팥국물에 칼국수..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0.26
그녀의 가녀린 손으로 가마니를 짜다 **가마니짜기를 해 보셨는지요?** 보랏빛 꽃구름(紫雲英) 농촌에서 추수가 끝난 겨울 동안은 일년 중 가장 한가한 농한기였다. 가마니는 벼·보리 등 농산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전통적인 농촌의 생활필수품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식구들이 많아 숨박꼭질을 하거나 짚으로 두껍게 꼰 새끼줄을 이용..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0.26
풍장 .. 풍장 보랏빛 꽃구름(紫雲英) 황동규 시인은 그의 시 풍장에서 세상 뜰 때 두 손 두 발 어둑해진 눈은 지니고 가나 귀는 두고 가리라 읊었더이다 나는 가장 예민해서 안들어도 될 것까지 다 들어 많이 흔들리고 때론 눈물까지 흘리게 했던 귀와 내 입에서 나온 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생채..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0.26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 내가 늙어서도 기운이 팔팔하면 공기좋은 산골마을에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면서 사는게 꿈이다 그래서 친환경 농법에 관심이 많다 벼농사를 짓는데 있어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아침에 오리를 논에 풀어 놓았다가 저녁에 불러들이는 방법으로 잡초와 해충 제거뿐만 아니라 분뇨배설 등으..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0.26
겨울에 그리운 고 달큰하고 부드러운 것..메생이국 우리 동네 앞바다엔 내 유년 시절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날에도 썰물 때가 되면 바닷가로 나가 미끄러운 바위들을 넘나들며 굴, 톳, 김, 파래 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해 왔다. 제일 많이 했던 것이 굴깨기였는데 단지 어머니의 칭찬을 받으려고 언 손이 곱아 마비되는 고통..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0.26
나무꾼이 된 선녀 * 나무꾼이 된 선녀* 보랏빛 꽃구름(紫雲英) 가을걷이가 끝나고 이맘때 쯤 시작하는 일이 철나무 하기였던 것 같다 식구들이 모두 낫이나 톱을 가지고 겨우내 써야 할 땔감나무를 마련하러 산으로 모였다 여름내 쑥쑥 자란 나무는 바짝 매말라 가지를 치기 쉬웠고 삭정이를 잘라내거나 어른들은 톱으..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0.14
촛꽂이불 밑에서 호롱불 밑에서... 보랏빛 꽃구름(紫雲英) 반딧불이도 사라지고 주위를 밝히는 건 그나마 별빛이나 밝은 달빛 뿐 희미한 등잔불 밑에서 우리들은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고 어머니는 바느질에 여념이 없으셨고 아버지는 새끼줄을 꼬았다. 소주 됫병짜리로 석유를 사오면 아끼고 또 아껴가며 썼다. 늦게 ..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0.14
콩,콩,콩, 너는 죽었다. 콩콩콩 보랏빛 꽃구름(紫雲英) 콩을 물에 하룻동안 담갔다가 큰 밥상위에 붓습니다. 거기서 썩은 콩, 싹눈이 없는 콩, 벌레먹은 콩은 골라내었습니다 한달이면 몇 번씩 어김없이 하던 일이었습니다 조그마한 독에 지푸라기를 깔고 싹이 튼 콩을 얹습니다 맨위에 다시 지푸라기로 덮고 검은 천으로 덮..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0.14
막내라서 슬픈 자운영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한번도 아버지에 품에 안겨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버진 6척 장신으로 키만 크셨지 생활력이 그다지 강하지 못하셔서 어머니의 고생이 말이 아니었겠지만 풍파에 적응하지 못하셨는지 회갑도 되기 전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습니다. 해수병이라 하던데 기침을 무지 하.. 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9.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