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콩,콩,콩, 너는 죽었다.

올레리나J 2009. 10. 14. 13:46

콩콩콩



                 보랏빛 꽃구름(紫雲英)



콩을 물에 하룻동안 담갔다가
큰 밥상위에 붓습니다.
거기서 썩은 콩, 싹눈이 없는 콩,
벌레먹은 콩은 골라내었습니다

한달이면 몇 번씩 어김없이 하던 일이었습니다

조그마한 독에 지푸라기를 깔고 싹이 튼 콩을 얹습니다
맨위에 다시 지푸라기로 덮고 검은 천으로 덮습니다
햇빛을 보면 파랗게 되니까요
조석으로 물만 주면
노란 콩나물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콩나물 무침,국, 콩나물밥 실컷 먹었습니다.

요즘은 메주 쑤는 계절이 아닌가요?
시골 집집마다 메주 쑤는 냄새가
이맘때쯤 담을 타고 솔솔 나곤 했지요

커다란 솥에 콩을 푹~삶아
절구에 넣고 절구공이로 내리치거나
비닐부대에 콩을 넣어 발로 밟아 으깨어
반죽을 만든 뒤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네모 반듯하게 만들어 방 윗목에 짚을 깔고
나란히 줄 맞춰 늘어놓습니다
웬만큼 메주가 뜨면 새끼줄에 묶어
시렁위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았습니다

콩을 삶던 그 냄새, 몇 번씩 집어 먹던 그 맛!
콩 삶은 날은 방이 뜨거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그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먹던 일......

그 어머니의 손맛을 배우지도 못하고
메주도 쑬 줄 모르는 자운영은
대한민국의 어머니 될 자격이 있는지?

구수한 메주 쑤는 냄새가 어디선가
나는 듯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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