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 어김없이 고구마 두대통을 만들었다
대나무를 쪼개거나 또는 수숫대를 둥글게 엮어서 만든 두대통은
방윗목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면서
겨우내 우리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천정까지 쌓아놓아 내 키로 쉽게 꺼낼 수 없어
중간부분을 칼로 도려내 수시로 손을 쑤욱 넣어 하나씩 꺼내어
소죽 쑨 불에 구워먹거나
입으로 껍질을 벗긴 후 그냥 아작아작 베어먹었다.
학교 갔다오면서 너무 배가 고파
소릿재 정상 두번째로 작은 소나무 둥치에 고구마를 숨겨놓았다가
학교 파하고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면서 오곤했다
아직도 목줄기로 타고 넘어가던 고구마의 거친 그 퍽퍽함이
아리게 전해져 오는데...
그렇게 긴긴겨울의 간식 혹은 주식으로까지
내 허기를 달래주던 두대통 속의 고구마는
봄이 오면서 텅 비게 되고
마당 한 구석에 묻어둔 무우도
하나 둘 없어지면서 내 상실감도 커졌다.
겨울은 그렇게 허기짐으로 내곁을 떠났고
봄은 그렇게 텅빈 채 내게로 왔다.
............................................
요즘에사 고구마가 웰빙식품이라 하여
자색고구마,호박고구마 등 색도 화려해지고
가격도 비싸고, 당도도 높아졌으나
아이들은 퓨전화되어있지 않으면 당췌 먹으려들지 않는다
먹거리가 내 늘어가는 주름살 만큼 많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점점점으로 손등에 박히는 검버섯만큼 다양해졌다
고구마는 그래서 촌스런 음식으로 애들에게 인식되어질지 모르나
우리 부부는 강화고구마 한 박스 사다놓고
사과,배를 제쳐두고 1등 간식거리로 즐긴다.
그냥 배고픔으로 먹는게 아니라
고구마의 감칠맛을 요즘에야 새삼 깨달았다는것..
'자운영의 일상 > 자운영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 자귀나무 단상 (0) | 2009.11.15 |
---|---|
서글픔 두 조각 (0) | 2009.11.04 |
학교 앞 팥죽..그 잊을 수 없는 맛에 대하여 (0) | 2009.10.26 |
그녀의 가녀린 손으로 가마니를 짜다 (0) | 2009.10.26 |
풍장 (0) | 2009.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