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앞바다엔
내 유년 시절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날에도 썰물 때가 되면
바닷가로 나가
미끄러운 바위들을 넘나들며
굴, 톳, 김, 파래 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해 왔다.
제일 많이 했던 것이 굴깨기였는데
단지 어머니의 칭찬을 받으려고
언 손이 곱아 마비되는 고통을 참아냈다
생김새는 파래와 비슷하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늘어
촉감이 좋았던 매생이......
중부지방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어서일까?
매생이 국이 요즘은 미치도록 먹고파진다
겨울에 고향에 가면
제1순위로 먹고 싶은 것이 매생이 국이고
그 다음이 간제미회다
우리 애들도 나를 닮아서인지
겨울이 오면 꼭 매생이국을 들먹인다
남도의 청정해역에서만
서식하는 매생이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12월에서 1월 사이가
제철인 매생이는
지금이 초록의 생생함과 천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적기라고 한다
요리법도 너무나 간단하다.
양념은 마늘과 소금이나 간장,
참기름만 있으면 OK
잘 씻은 다음 굴과 매생이를 함께 넣고
물없이 은근한 불로 끓이면 되는데
김이 나지 않기 때문에
먹을 때 조심해야한다
팔팔 끓여도 김이 많이 나지 않아
옛날에 고된 시집살이를 시킨
시어머니에게 며느리가
국으로 올려 혓바닥을 데게 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소화흡수가 잘되고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으며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고,
더욱이 애주가들에게는
속을 다스리는 해장국으로 더없는 음식.
해초류 천연의 초록색 빛깔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입에서 녹아드는 그 부드러움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안타깝게도 우리 동네에서
더 이상 매생이 채취를 할 수 없다는 거다
김양식으로, 폐수로,
오염된 바다는 매생이를
더 이상 품을 수 없게 되었다
지천으로 널려 있던 고동도
점점 사라져 간다.
읍내 장에 가야 사 먹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고향에 내려갈 계획을
빨리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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