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꾼이 된 선녀*
보랏빛 꽃구름(紫雲英)
가을걷이가 끝나고 이맘때 쯤
시작하는 일이 철나무 하기였던 것 같다
식구들이 모두 낫이나 톱을 가지고
겨우내 써야 할 땔감나무를 마련하러
산으로 모였다
여름내 쑥쑥 자란 나무는
바짝 매말라 가지를 치기 쉬웠고
삭정이를 잘라내거나
어른들은 톱으로 장작나무를 하곤 했다
새끼줄로 묶어 지게나 머리에 이고 집으로 가져와
마당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아야
월동준비는 끝이 났지만
산이 없는 우리는 주인없는 산에서
몰래몰래 나무를 해야했기에 겨울을 나기엔
땔감이 늘 부족하였다.
그래서 눈이 오지 않은
맑은 날에는 한겨울에도 나무를 하러 다녔다
망태기에 솔방울을 주워오거나
갈퀴를 들고가 소나무 잎이 쌓인 것을 긁어 모아
착착 쳐서 새끼줄 네개로 둥근 통처럼 묶어
머리에 이고 왔다
그나마 친구랑 같이 가면 서로 들어서
머리에 얹기 쉽게 해 주었으나
혼자 가는 날에는 나보다 더 덩치가 큰
나무덩이를 도저히 들어서 머리에 얹을수 없었다
낑낑대다가 생각해 낸 것이 두손으로
힘껏 들어올려 주위의 나무등걸에 살짝
얹은 다음 앉아서 머리에 이는 방법이다
가까운 산은 겨울이 깊기도 전에
소나무 아래는 흙이 보이도록 다 긁어갔고
먼 산으로 가면 그나마 수북히 쌓여 있곤 했다
머리는 무겁지 걸음은 많이 걸어야 했지
온통 땀투성이로 등은 젖었지만
손과 볼은 꽁꽁 얼었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 그나마
솔방울이나 소나무 잎은 은근히 타올라 화력이 좋았고
활엽수들은 활활 타오르기는 했지만
금방 사그라 들었다.
냄비처럼 확 끓었다 금방 식어버리는
우리나라 국민성 같은 그런 불....
요즘 사랑처럼 쉽사리 타올랐다
금방 시들해지는 그런 불...
요즘 등산 갈 때 소나무 밑을 지나면
잎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
"워메......저 많은 갈퀴나무"
갑자기 나무꾼의 눈이 되어
탄식과 풍요로움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아아!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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