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바이디,라오스

여행은 끝났다.

올레리나J 2016. 3. 14. 16:12

 


라오스는
캄보디아처럼 위대한 유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필리핀처럼 휴양지가 많은 곳도 아니고,
태국이나 베트남처럼 해산물이 싸거나,
먹거리가 넘쳐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관광을 하려면 태국으로 가고
유적지를 보려면 캄보디아로 가고
사람을 만나려면 라오스로 가라.

 

 

여행 전 어디선가 읽고
'있는 것보다 없는게 더 많은 라오스지만
사람들이 선하단 뜻이겠지.'
라고 가볍게 생각했고.
그 깊은 뜻을 알지 못했다.

 

 


세계의 많은 베낭 여행자들이
지상의 마지막 샹그릴라라도 되는 듯
라오스로 라오스로 향하는 것만 믿고
평소 여행 스타일대로 떠났다.

 

 

탁발로 새벽을 여는 루앙프라방,
방비엥의 버기카와 짚라인 체험,
분명 가슴 떨리는, 이유있는 여행이었지만
그렇게 여행해서는
라오스의 진면목을 볼 수 없는 거였다.

 

 

라오인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어야 했다.
라오인들과 부대끼는 그런 여행이었어야 했다.


짧은 여행이 아니라 한 달이나 두 달
장기간의 여행이어야 했다.

 

 

'라오스인이 당신과 4시에 만날 약속을 했다면
그건 4시부터 그 일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는 뜻입니다.
4시가 되어야 무엇을 타고갈 것인가 궁리하고
궁리가 끝나야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지요.
낡은 자전거에 겹겹이 쌓인 먼지를 털고
납작해진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랍니다.
아무도 미리 준비하거나 게획하지 않아요.
더불어 걱정도 없지요.'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오소희 저>

 

 

한때 우리 나라  코리안 타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위와 같은 <라오타임>을 경험하더라도
라오인들을 만나러 베낭을 메고
그들이 운전하는 차와
그들이 만드는 음식과
그들과 같이 대중교통을 타고
모든게 그들이 '갑'인 공정여행을 했어야 했다.

 

 

그래서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
카르마를 최고의 가치로 아는 라오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을 가엽게 여기는 라오인,
맨발의 수도승들과
새로 지은 밥을 보시하는 중생들이 사는
개와 고양이 까지 착하다는 천국
무욕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생활속에
 깊숙이 들어갔어야 했다.

 

 

자연도, 인간도 느릿느릿 호흡하는 라오스에서
안보면, 안하면, 안 먹으면 안돼.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렇게 여행하는게 아니였어.

 

 

천천히, 어슬렁 어슬렁, 느릿느릿,
이런 단어를 되뇌이며,
향긋한 공기에 커피향이 실리고,
느긋한 햇살이 메콩강에 내려 앉을때까지
해먹에 누워 책읽다, 졸다 하면서
심심하면 동네 시장으로 나들이가고
라오상인들과 가격을 흥정하고
배고프면 쌀국수 한 사발로 배를 채우고
그저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날이 오면
행동반경을 조금씩 넓혀 그들이 타는 툭툭이 타고,
그들이 마시는 라오맥주를 마시고,
그들이 잡아올린 메콩강의 물고기를,
그들이 수확한 과일들을 흥정하는
그런 여행을 해야했어.

그렇게 해야 했어.

 

 


이렇듯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어쨌든 저쨌든
여행 후 라오스를 곱씹으며,
미루다미루다 드디어 여행기를 완성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라오스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것처럼
 행복했다.

 

싸바이디, 라오스

 

 

여행과 독서가 내 욕심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나도 '린위탕'처럼

다음 여행을 꿈꾼다.

 

 

'옛날 어느 문인이 말하였다.
10년을 독서에 바치고,
10년을 여행에 바치고,
10년을 그 보존과 정리에 바치고 싶다고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보존에 10년을 바칠 것 까지는 없고
2,3년을 족하다고
독서와 여행이 내 욕심을 만족시키려면
 두 배나 다섯배 라도 아직 부족하다.'
  (생활의 발견, 린위탕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