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소설 2권

올레리나J 2016. 3. 30. 17:23

 내가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갈증 해소 때문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수많은 삶,

살고 싶은 다양한 삶,

어찌 다 살아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소설을 읽는 동안 만큼은

그 책의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삶을 살아 볼 수 있음이

가장 큰 매력이다.

 

me before you에서는 간병인으로,

이중구속에서는 노숙자를 위한 쉼터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요 네스뵈 소설에서는 예리하고 집요한 형사로,

추리소설속의 탐정으로 ,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직업군 속으로 들어가

소설가가 그려놓는 대로 살아보는 재미가

엄청 쏠쏠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김영하

소설을 읽는 이유는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라고 했다.

 

티비 뉴스 속의 살인자는

그 누구도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죽일 놈 못쓸 놈 한바탕 욕이다.

 

그러나 소설 속 살인자는 약간 다르다.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상황에서 왜 그런 행동을 해야했는지 지켜보며 

감정이 이입되어 

그저 짠하고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도 한다.

 

'소설은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읽는 정신적 보험'이라는 말

그의 말에 동의한다.

 

내가 자라면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동력도

바로 소설일거라 생각한다.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들이 겪는 

실패와 극복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내 무의식에 훈련되었을 것이다.

 

서정주 시인은 자기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다

그렇담

나를 키운 8할은 아마도 소설이었을게다.

 

 

 

 

언제부턴가

수첩에 아래처럼 간략메모를 하며

책을 읽었다.

치매인지 건망증인지

읽다보면 '이 인물은 대체 누구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me before you

'당신을 만나기 전의 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난 보지 못했다.

 

패션감각이 독특한 여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까칠남을 간호하면서

매사에 소극적인 나의 성격이 그로 인해

인생의 참 멋을 아는 여자로 변해가고

그도 유모러스하고 경쾌한 여자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이 소설이 유명해지거나

영화화 되지도 않았을게다.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 모여

한사람의 인생이 엮어지고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도 결국 자기의 선택이다.

 

어떤 식으로 죽어야하는지

그건 맘대로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없을 때

죽음도 내가 선택하는게 옳다고

안락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았다면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어려울 것이다.

난 소설도 보았고

살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도 보았다.

'뭐야? 이렇게도 소설을 쓰네?'

그래서 더 독특했고

영어로 쓰여진 소설 중에 가장 가치있다는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어야 겠단 생각도 했다. 

(개츠비를 떠올리면

디카프리오가 너무 강렬해서

그가 쓰윽 나타나는 부작용을 감수해야지.)

 

또 하나의 부작용은

위대한 개츠비도 소설인데

이 작가가 얼마나 교묘하게 꿰 맞추어 놓았는지

실제의 사건인 양 인식된다는 거다.

 

참 미묘한 소설이로고!

 

 

 

 

 

 

 

 

 

영화 식스센스에서처럼

마지막 반전에 내가 당했다.

 

보통 책을 읽다가 결말을 예측해보곤 한다.

희한하게도 거의 내가 맞춘다는 사실!!!

 

그런데 이 결말은 정말로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다.

작가는 현실과 허구를 오가면서

곳곳에 단서를 남겨놓았지만

(특히 병원일지)

이게 주인공의 것일지는 생각도 못했다.

죽은 사진가 바비일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 뇌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뇌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기억은 입력, 저장, 인출의 과정을 거치는데

특히 저장과 인출 과정이 문제다.

여러 가지 외부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아 

조각으로 저장되고 그 과정에서

과거의 재구성이나 기억의 왜곡이 일어난다.

미국에서 무죄로 풀려난 사람의 75% 정도가

목격자의 ‘잘못된 기억’ 때문이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괴로운 경험을 잊고 싶어한다.

현재의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정말 그랬다고 확신한다.

원하는 일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덧붙이는

 ‘상상 팽창(imagination inflation)’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때부터 난 내 기억을 믿지 못한다.

 

뇌과학이라는 옆길을 잠시 다녀왔지만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강간당했지만 당하기 일보 직전에 구출되었다고 기억한다.

전형적인 오기억이다.

잔혹한 사건으로 인해 오기억과 이중구속으로

자기만의 세계에서 허우적되는 주인공 넘 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