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옛날엔 시집을 꽤나 읽었었고
좋은 시, 맘에 맞는 시를 발견하면
노트에, 수첩에 베껴놓고
통학하는 버스안에서
잠이 오지 않은 불면의 밤에
수시로 외우곤 했었다.
그러다가
관심사가 영화 혹은
자기 계발서나 소설로 치우치기도 했지만
좀체 시를 만나기 어려웠다.
여행갈 때나
지하철 탈 때 두꺼운 소설집 보다는 얇은 책이
가방안에 쏙 들어가 이 시집을 읽게 되었다면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담벼락에 기대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저 소녀
바로 내 모습이기도 하다.
버찌 등 그나마 먹을 것이
산야에 남아있던 여름이 지나고
스산한 가을 그리고 겨울 초입의 텅 빈 들판
시들어가는 먹거리들......
엄마의 귀가는
나의 굶주림 해결 즉,
소쿠리에 먹을 것이 담겨있어야 할 것
내가 춘천행 전철 타고 가며 읽다가 폭소를 터트린 시
P 31 수문 양반 왕자지 - 이대흠
예순 넘어 한글 배운 수문댁
몇달 지나자 도로 표지판쯤은 제법 읽었는데
.....
어느날 변소 벽에 써진말
'수문 양반 왕자지'
그말 하나는 옳게 들어 왔는데
그 낙서를 본 수문댁
입이 눈꼬리로 오르며
그람그람 우리 수문 양반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아, 오월 ----김영무
파란 불이 켜졌다
꽃무늬 실크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 끼고
횡단보도 흑백건반탕탕 퉁기며
오월이 종종 걸음으로 건너오면
아, 천지사방 출렁이는
금빛노래 초록물결
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
또 다른 고향 강변에 잉어가 뛴다.
나 어릴 때
분명 나는 들었다.
소낙비 내리던 날,
누에가 뽕잎 갈아먹는 소리를......
나 어릴 때
분명 나는 보았다.
천지 사방으로 금빛 보리,
초록 이파리들이 바람에 출렁이는 모습을......
눈부신 5월
잊혀지지 않을 유년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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