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lk Road

Chapter 16. 실크로드 끝자락, 천년도 순간이어라

올레리나J 2013. 9. 19. 05:02

 




고비는 사막이 아니다.
과벽탄戈壁灘이다.
달밤에 늑대가 달린다.

고비는 오천리(五千里) 사방(四方)이 돌밭이다.
월씨(月氏)가 망(亡)할 때,
바람 기둥이 어디선가 돌들을 하늘로 날렸다.
돌들은 천년(千年)만에 하늘에서 모래가 되어 내리더니,
산 하나를 만들고 백년(百年)에 한 번씩
그들의 울음을 울었다.
옥문(玉門)을 벗어나면서 멀리멀리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奬)도 들었으리.

스웬 헤딘이 로브호 사구에서 본 것은
귀인의 무덤이 아니라
달리는 늑대 뒷다리 부분의 화석이다.
동체胴體와 두부頭部는 서북쪽을 바라고 구름처럼 뭉개지고 있다.
타림 분지 머나먼 하늘은 달과 밤뿐이다.

고비는 사막이 아니다.
과벽탄이다.
십 년에 한 번
가을에 양파의 하얀 꽃이 핀다.

누란樓蘭 / 김춘수





# 1
3시간 여 동안 312번 도로에
많은 이야기들을 흘려놓고
우루무치시 외곽 자그마한 마을로 접어든다.

황량한 312번 도로변의 잿빛 색감에서
'푸름'으로 아우르는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 2





# 3





# 4





# 5
점심을 먹기 위해서 온 식당은
고향에 온 것처럼 익숙하다.
익숙한 시골 풍경들은 편하다.

앞마당
샛노란 해바라기가 졸고 있다.





# 6
입맛을 완전 잃었다.
가져간 고추장을
텃밭에서 키웠다는 싱거운 상추에
밥을 싸 먹는 정도로 허기를 채운다.

현지 음식에 비교적 적응을 잘 하는 나도
일주일이 지나니 버텨내기 힘들다.





# 7





# 8
우루무치시 근교에 승마와
파오(yurt)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카자흐족의 삶의 터전인 남산목장으로 간다.





# 9





# 10





# 11
버스가 도착하자 마부들이 삽시간에 모여든다.
그들끼리 실랑이가 벌어지며 소란스럽다.
서로 자기말에 여행객들을 태우려는 마부들은
 카자흐족들이다.

 


# 12
산과 초원을 누비며 양떼들을 몰고 있을
이 소년은 자기말을 태우지 못할까봐
조바심 어린 눈빛이 형형하다.





# 13
마부가 각자 자기 채찍을 땅에 놓는다.
여행자들이 채찍을 손에 들면
마부가 자기 채찍을 들고 있는 이를 말에 태운다.

채찍이 없어 나뭇가지를 자기 표시로 놓은 것도 있다.
규칙을 정해놓으면 이런 소란을 피울 필요도 없을텐데
가이드가 계속 방법을 일러줘도
말채찍 계산법을 버리지 못하고
몇년째 계속 이러고 있단다.

유목민족 기질 때문일테지만
언젠가 정주민으로서의 삶의 방식에 익숙해지겠지... 
   
  


# 14





# 15
실랑이가 오고가는 뒷배경과는 상관없이
탁 트인 앞쪽 풍경은 흰구름이 수시로 떠다니고
선선한 바람결에 부드럽게 출렁이는
초록의 풀은 빛이 바래가고 있다.
날씨는 쾌적하다.





#





# 16
나의 말은 어디에 있는걸까?





# 17
카자흐족은 신장위구르 자치주내에서도
소수민족에 속한다.
특히 천산산맥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이들은  투르크계 민족에 속하지만
몽고족과 유사하다.
중국정부에서 카자흐족들에게
정착을 장려한다.

최근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여
카자흐족들이 사는 파오에 머물게 한다든가
승마체험 등으로 자본주의를 배우고 있다.

  한 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용맹함으로
실크로드 무역 거래를 하던
상인들에게 두려움의 존재였지만
이들의 후손들 중 일부는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 18
운동신경이 좋은 남편은
마부없이 초원의 바람을 가르는데
난 마부가 고삐를 잡고 걸어도
그 익숙하지 않은 흔들림이 무섭다.
고소공포증은 이렇게 조금만 높아도
나를 위협한다.
 
내 버킷리스트에 번지점프하기를
추가해야겠다.
 
 



# 19





# 20





# 21
중국에서 유목생활을 유지하는 민족은
몽골인, 티베트인, 카자흐족, 키르기스족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내몽골자치구를 중심으로
중국 북부지방에 거주하는 몽골인은
급속한 사막화와 그에 따른 황사 현상으로
거주지에서 유목생활을 점점 금지당하고 있다.
이와 달리 톈산(天山)산맥의 울창한 산림과
드넓은 고산초원은 신장자치구의 유목민족에게
여전히 유목생활을 가능케 했다.

언제까지 가능할까?
요즈음의 기후변화를 보면
머잖아 이들도 더 이상 바람을 가르며
초원을 누비지 못할 것 같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 22
현대인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시간을 호주머니 안에 넣고 다니면서
재고로 남아 있는 시간을 파악하여
새로운 계획을 세우거나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문명인들은 10대부터 노후를 걱정하지만
유목민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늘 한 시간 후와 내일을 걱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를 살고 있는 게 아닐 뿐더러
더구나 미래는 현재에서 탄생한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아야 내일도 있다.
그런데 조급하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향해
뛰어다닐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 23
사막의 유목민들은 생명의 온갖 신호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간다.
그들은 대지의 언어를 찾고,
모래 위에서 생명의 문자를 읽는다.
물과 풀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지도나 표지판이 아니라 별과 은하수를 보고 방향을 잡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하루를 일정표에 맞추어 계획하고
시간과 분과 초로 나누어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사막 사람들은 오직 아침과 점심 저녁이 있을 분이다.
그들은 자명종 소리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지 않고
밝아오는 태양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상에 어둠이 내리면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잠자리에 든다.
양한 마리는 양 한 마리일 뿐
몇 킬로그램의 고깃덩이나
얼마짜리 물건으로 바뀔 수 없다.

내가 여행가방에 챙겨온
'사막별 여행자'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런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유목민들이
정주민이 되어
'비단장사 왕서방'으로 이재에 밝은 한족들과 경쟁을 해서
어떻게 부를 축적할 수 있겠는가?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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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말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카자흐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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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 30
보리밭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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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보리밭인 줄 알았더니 자세히 보니 귀리였다.





# 33





# 34
몽고의 파오와 비슷한 유르트(Yurt)를 방문하였다.
여행사와 계약한 파오 주인이 휴가를 가서
근처에 있는 다른 파오를 급습?




# 35





# 36
마음씨 좋아 보이는
후덕한 안주인의 안내로
방으로 들어가 봤더니
3학년 정도되는 남학생이 수학 문제를 푸는데
자세히 보니 답을 척척 써내려 간다.
내가 어렸을 때 처럼 바닥에 엎드려서 말이다.

옆에 자고 있던 꼬멩이는
우리들 소리에 놀라 잠이 깨어 일어난다.
카자흐족이 정주민으로 잘 사는 길은
우리 나라가 그랬듯이
'자식들의 교육'에 투자해야하지 않을까?




# 37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낯선이들이 있음에도
방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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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 40
가을빛이 완연한 귀리밭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가이드와 울산아지매

7박 8일을 함께한 우리 도반들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우리부부와 김샘부부 4인,

출발하기전
올케를 하늘 나라로 보내고 왔다는
60대 티격태격 부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재미있음),

 꿀 피부 부부
(티격태격 부부와 일행이며
여행 내내 눈만 내놓고
우산까지 쓰는 등 온몸을 가리고 다님,
그렇게 보호한 피부였던 것),
이렇게 8인이 소그룹으로 한 식탁 사용.

초딩 1학년 학부모로 만나
작년 스페인 여행을 계기로
두번째 여행을 왔다는 울산 아지매 4인
(활기가 넘치고 말을 어찌나 맛깔스럽게 하는지...
경상도 사투리가 그렇게 정겹긴 처음이다.
시키지 않아도 반주없이 노래를 즐겨함.)

70여개국을 여행했다는 40대 후반 남자 싱글
(북극, 중남미까지 섭렵...무지 부러웠음),

분당의 초딩교사 50대 후반 여자 싱글

그리고 흥정의 달인인
부산사투리의 검사와 의사부부
이렇게 8명이 소그룹을 이뤄

총 16명이 한팀으로
 KRT 여행사에서 인연을 맺었다.

그밖에 우리와 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다닌 노랑풍선 팀도 있었다.
(실크로드 일정은 어느 여행사이건
일정도, 장소도 다 비슷하다.
단지 가이드에 따라 진행이 약간 다를 뿐)






# 41





# 42
중국정부에서 카자흐족들이 정주하도록 지은 놓은 마을

 



# 43
다시 우루무치시로 돌아 왔다.
7월 30일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하여
1박을 하고
다음날 천산천지와 우루무치 박물관,
홍산공원을 구경한 후
야간 침대열차를 타고 돈황으로 떠난지 6일만이다.
돈황에서 하미, 선선, 투르판을 거쳐
다시 우루무치로 되돌아 온 것이다





# 44
우루무치의 일정은 바자르 구경과
전신 맛사지 후 귀국.





# 45
바자르 앞에는 소공탑 모양의
거대한 돔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 46
거대한 외관과는 달리
터키의 바자르에 비해
초라했고 한산했다.
돈황의 야시장이 훨씬 활기넘쳤던 것 같다.





# 47
흥정이 신경쓰였고 고달퍼서
악세사리 몇 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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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르 앞 까르프에서
목이버섯 몇 봉지를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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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
우루무치시내의 길도 차량들이 많아 붐볐다.
버스를 한 시간 정도 기다려 타고
버스안에서 지나가는
위구르족 여인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늘씬한 누란의 미녀들이
차악 달라붙은 차도르를 입고
머리는 히잡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또렷한 이목구비가 더욱 돋보였다.

휘~익 지나가는 바람에
사진에 많이 담질 못하였다.

아직도 인상에 남는 실루엣은
호피 무늬 차도르에 까만 히잡을 둘러쓴 처자가
빨강 핸드백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 61
명동으로 상징되는 세련된 거리에서만
이런 미인들을 볼 수 있었다.
바자르 근처를 빠져나가자
키 작고 평범한 한족들이 보여
눈이 급~~ 피로해졌다.

 



# 62
저도 작으면서....
 
 
 


# 63





# 64





# 65





# 66
터키에서 보았던
까망천으로 몸을 꽁꽁 싸맨
윈리주의자들의 복장도 눈에 띄었다





# 67
첫날 올라갔던 홍산공원의 진용탑이 보인다.




# 68
신강 스타일의 맛사지를 받았다. 
8명이 한 방에 들어가
1시간여 동안
그동안 쌓인 피로가 싹 가실 만큼
시원하고 가뿐한 전신 맛사지 
그동안 여러 곳에서 받아보았지만
신강스타일이 제일 맘에 들었다.





# 69  
자정 무렵의 우루무치 공항이다.





# 70






# 71
비행기 안에서 몸이 뒤틀릴 만큼 힘들었다.
속이 미슥거리면서 멀미 증세가 나타났다.
새벽 4시쯤 기내식 냄새 때문에 잠이 깨었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냄새로 겨우 잠든 날 깨운
기내식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겨우 물만 한모금 마시고 괴로워하다가
얼핏 잠이 드나 싶었는데  
벌건 기운에 눈이 떠졌다.  
일출이 시작된 것이다.

 



# 72





# 73
순식간에 모였다 사라지는 저 구름처럼
나의 실크로드 여행은 신기루였을까?
저 구름이 신기루일까?
아득하다.
 
 



# 74





# 75 

비행기에서 내려 걸어오면서
항상 내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지금 이 상태에서 다시 그곳으로 떠난다면
갈 수 있겠느냐?

늘 OK였는데
작년 동티벳과 이번 실크로드 여행은 NO.

 


나이들수록 체력이 방전되어서일까?
힘든 여정 때문일까?
음식 때문이었을까?
 

 

아! 어쩌면,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오르는 열기와

 

가늠할 수 없는 광활함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 76
이렇게 나의 실크로드 일정은 끝났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다. 

 

 

 

난 아직 까지도 위대한 실크로드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