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lk Road

Chapter 15. 길 따라, 검은 바람 따라

올레리나J 2013. 9. 16. 20:20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초의 불교경전/숫타니파타>





# 1

실크로드 마지막 밤을
쏟아지는 별과
모스크 위에 걸린 새초롬한 달과 함께
아쉬운 작별로 뒤척이며 보냈으나

호텔 룸 화려한 걸개 앞에서
차 한 잔 따라 마시며
오늘 일정을 시작한다.





# 2
실크로드의 호텔 중에
제일 깨끗하고 화려하며
이국적인 멋을 풍기는 이곳에서
2박을 한 것은 참으로 행복하였어라.





#3
호텔 들어오는 입구는
소박한 시골 풍경이다,





# 4
불어오는 바람결은
얼마나 부드러운지...
얼마나 감미로운지....
속살을 여물게 하는
가을 바람이 코끝을 상쾌하게 간지럽힌다.





# 5
파란 하늘과 흰구름
그리고 이슬람식 호텔 외관에서
중국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동키르키스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동키르키스탄에 있고 싶었다.

나는 위구르인들이
동키르키스탄를 되찾는 것이 행복하다면 그쪽을
신강자치구로 남는 것이 행복하다면
이쪽을 응원할 것이다.





# 6





# 7
낙타가시풀을 입에 물고 있는
튼실한 쌍봉 낙타에 기대어
위구르인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 8





# 9
지사제와 컵라면, 누룽지, 김치로 곽란을 잡고
원기회복 중인 남편도
귀향의 미소가 번지고 있다.




# 10
족히 50명이 같이 뜯어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거대한 난 앞에서





# 11





#  
마지막 짐을 챙겨 나온다......




# 12
인공지하수로인 카레즈로 푸르른 투르판 시내

다시 올 수 있을까?





# 13
시내를 빠져나와 톨게이트에 버스가 멈췄다.
도시를 넘어갈 때마다 국경을 넘는 것처럼
기사가 차에서 내려 중국 공안에게 검문을 받는다.

위구르인들이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유혈사태 이후로 더욱 강화되었다는데
그로 말미암아 어쩌면 여행자들에게는
더 안전해졌을 터...

미리 겁먹고 예약취소하는 실크로드 여행객들이 많아
여행사들이 모객하는 데 어려웠고
용기있는 도반들이 없었다면
나도 이곳에 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 14
톨게이트 앞의 기사들...
오른쪽 끝 핸섬보이가 우리 버스 기사





# 15
투르판에서 우루무치까지는
약 200㎞의 길로
황량한 고비탄 길이지만
중간에 오아시스 마을
소초호, 따반청, 화비청 등이 있다고 한다.

마이너스인 저지대 투르판에서
해발 1200m 높이의
톈산산맥(천산산맥)의 언덕을 넘어
우루무치로 간다.





# 16
실크로드의 고비사막은
몽골의 고비사막이 아니라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 이라는 뜻을 가진 '고비'
자갈과 거친 흙들이
끝없이 깔려있는 황량한 곳을 통틀어
고비사막 혹은 고비탄이라고 한다.





# 17
버스에서 가이드가 312번 도로와 관련이 있다며
위구르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걸그룹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 '따반청 (달판석)의 아가씨'를 보여준다.




# 18
지금 달리고 있는 이 도로는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횡단도로 312번이다.
1996년 개통된
세계에서 가장 긴 사막로드다.

천산협곡에 길을 낼 때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동원되었는데
그 때 소수민족의 음악을 발굴하고 수집하여
널리 홍보 하는 음악가로 잘 알려진
‘왕낙빈’이라는 음악가가
달판성 부근을 지나게 되었다.

왕낙빈은 달판성에서 일하는
도로 노동자의 힘겨운 삶을 목격하고
‘달판성의 아가씨’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내용은 어떤 것일까?

"따반청의 돌길은 단단하고 평탄하고요.
수박은 크고 아주 달아요.
따반청 아가씨의 머리는 아주 길지요.
두 눈동자는 정말 아름다워.
만약 시집 가려면
다른 사람에게 가지 말고
반드시 나와 결혼해줘요.
너의 재산을 전부 가지고
그리고 여동생도 함께 와줘요.
저 마차를 타고 와 주세요."

따반청 아가씨 / 왕락빈

신강성 민요풍의 노래로
남자가 여인에게 속삭인다.
"그대의 돈도 다 가지고 오고
또 동생도 함께 데리고 와".
위구르 스타일을 잘 몰라서
완전 이해는 어렵지만 웃음이 나온다.

돈도 챙기고 여인도 챙기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신났을 것이다
시시덕거리며 고달픔을 잊었을 것이다.....





# 19
투르판에서 우루무치 가는 312도로 양옆으로
풍력발전기 세상이 펼쳐진다.





# 20
312번 사막공로는
중국의 동쪽 끝인 상하이에서
서쪽 끝인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마주한 코르가츠까지
그 길이가 5700 km에 이른다.

중국은 이 도로로
지배권 확보를 위한 서북공정과 자원개발로
막대한 부를 축적 중이다..





# 21





# 22
저 자전거 라이딩하는 이는
의지의 한국인일까?
칭다오(청도)에서 출발하여 카자흐스탄까지 2천여 km를
실제로 라이딩한 이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4대강 종주를 1년 전에 끝내고
제주도 종주를 꿈꾸고 있는
남편과 아들을 둔 나로선
짠한 마음으로 심장이 벌렁거리거나
감탄과 박수를 보내는 바....





# 23
이젠 신기루는 더 이상 내게
신기롭지 않다.
바다처럼 다가오길래
배라도 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바다가 아니라 그냥 허허로운 고비탄이었던 것이다.





# 24
실크로드 여행 중 휴게소에서 최대의 관심은 무얼까?
(출출할 틈을 주지 않는 우리 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변변한 휴게소도 없지만 )
바로 화장실의 청결 상태다.
급한 도반이 일보고 나오면 "깨끗해요?" 묻고나서
"예..."하며 환하게 웃으면 들어가고
얼굴을 찡그리면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는다.

내 얼굴이 잔뜩 찡그려져 있으니
오물이 떠다니는 긴 통로에
칸막이 문 만 달려있었나 보다.





# 25





# 26  
 
 



# 27
기름일까? 신강성에서 상하이까지
송유관이 매설되어 직송된다고 하니
기름은 아닐거고
석탄일까? 석탄은 기차로 실어나를거고
그럼 히토류일까?

무엇을 실었든 트럭은 외친다.
"가자! 상하이로....상하이로..."





# 28





# 29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고비탄을 품은
천산산맥의 협곡은 변화무쌍한 얼굴로 다가온다.





# 30





# 31
우리 나라에선 두 눈이 짓무르도록 보는 초록
실크로드에선 절경을 만나는 것처럼 신선하다.





# 32
사진을 사알짝 손봐줬더니
이런 수채화 그림같은 색감이 나온다.

저 멀리 천산의 설봉이 흰구름 아래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검은산 자락에 하양의 바람개비...
노랑의 해바라기 밭
스프링쿨러의 도움으로 돋아나는 연초록의 풀들
생명을 다한 잡초들...

색감을 강조했을 뿐인데....
보고있음 그냥 행복의 미소가 번진다.

물 위에 이름을 쓴
시인 키츠는 노래한다.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이 세상에서 그대가 아는 모든 것이며,
또 알아야 할 모든 것이다"

나는 말한다.
"아름다움은 인류를 구원한다.
나를 구원한다."





# 33
투르판에서 우루무치로 이어지는 이곳의 바람은
지리적으로 천산산맥을 넘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투르판 분지의 뜨거운 공기와 만나
1년 내내 바람을 일으킨다.

때때로 그 바람이 강한 돌풍으로 변해
어떤 때는 도로의 교통이 통제된다.

실제로 최근에 기차를 전복시키는 사고가 일어났고
관광버스에 돌멩이들이 날아들어
유리창이 파손되고 도로에 갇히기도 했다 한다.





# 34
몇년 전 대관령 풍력발전기를 보고
무한 감동했었는데
거대한 바람개비 군락이
천산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난 입을 담을 수가 없어 연신

" 와! 와! 와! "





# 35
불어오는 바람조차 돈이 되는 곳




# 36





# 37





# 38





# 39
일렬로 도열한 채 위용을 드러내는 바람개비
윙! 윙! 윙! 윙!





# 40





# 41





# 42





# 43





# 44





# 45





# 46
최대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곳에서
버스가 멈췄다.
이곳의 풍력발전기는 세계 최대라 한다.
전기도 얻고
관광상품으로도 팔고...





# 47
바람의 언덕에서 바람을 맞아보자.
근데 바람은 어디갔지?
바람은 자고 있었다.





# 48





# 49





# 50
바람개비를 제대로 담았을까나?
확인해보고 또 다시 찍고...
일상이 되어버린 모습들...





# 51





# 52





# 53





# 54





# 55





# 56





# 57
수심 100m 쯤 된다는 염호가 펼쳐져 있다.
이스라엘의 사해 다음으로
염분 농도가 높다는 이곳의 염호는
염분 농도가 바닷물의 7배로
수영 못하는 사람도 둥둥 뜬단다.
사막의 한 가운데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생경스럽지만
과거 이 곳이 바다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 58
마을이 가까워졌나 보다.
강물이 있고 강주변에는 나무가 보이고





# 59
심지어 묘지까지 나타난다.
봉분의 흙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돌을 얹어놓은 것이 특이하다.





# 60





# 61





# 62
불과 몇십 ㎞ 전까지
나무 한 그루 볼 수 없었는데
고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물이 흐르고
초록이 이어진다.





# 63
고흐의 해바라기는 사막에서 만나는 청량제
죽을 고비는 아니지만
고비를 넘고 만나는 샛노랑이란!

원색에 목말라 했으니
색이 죽을 고비를 넘기긴 했구나.





# 64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그 너른 고비사막에서는
사람이 신선한 풍경이 된다.
반가워서 셔터를 누른다.





# 65





# 66
드디어 천산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 67
신강위그루 자치구 복습을 해보자.




# 68
신강위그루 자치구는 청나라가
북방 몽골초원과
텐산산맥 일대의 유목국가 중가리아를
강제 복속하여 얻은 영토이다.
지배와 수탈에 맞서
투르크계 무슬림들을 중심으로 한
1864년 봉기로 10년간 독립국을 선언했었지만
청에 진압되었다.
그 후 1944년 중국의 혼란기를 틈타 세워진
동투르키스탄 공화국도 '중화인민공화국'에 흡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물론 지금도 위구르족 독립 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중국의 통제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으며
이곳의 천연가스와 석유는
더더욱 중국이 동투르키스탄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동인이 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꾸준한 한족화 정책이 진행되어
한 때 75%를 넘던 위구르 족의 비중은
45%에도 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반목을 빗대어 위구르족은 이렇게 말한다.

"위구르족은 어머니가 낳고 한족은 기차가 낳는다."고...





# 69





# 70





# 71





# 72





# 73





# 74
우리가 4년 동안 지겹도록 들은
'저탄소·녹색성장'의 선두주자
태양광 가로등이 우리들을 맞아준다.





# 75








# 76





# 77
쌍봉낙타를 탄 대상처럼
나도 낙타를 타고
유유자적, 싱그런 바람 맞으며
잘 꾸며진 이 길을 걷고 싶다.

 
 

 


 
나는 지금 위대한 사막의 길
오아시스 마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