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lk Road

Chapter 14. 불, 모래, 바람이 키워낸 세계에서 가장 낮은 도시에 서다.

올레리나J 2013. 9. 12. 17:08




 
실크로드에서 세계를 본다.

동화처럼 예쁜 스위스 같은 마을 사이에
캐나다의 레이크루이스보다 멋진 하얀 설산이 있고
뉴질랜드 밀포드사운드 같은 푸른 호수도 있고
미서부의 광활한 초록의 대지도 있고
그랜드캐년 같은 광활한 장관도 펼쳐지고
아프리카의 오색 그라데이션 사막도 있고
그런 사막 한 가운데서
찬란한 꽃을 피운
불교문화의 진수를 볼 수 있고
중동의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누란의 미인들도 있고
그리스의 조각상 비슷한 것도 있고
터키의 카파도키아 같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더운 붉은 화염산에서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손오공)도 만날 수 있다.
전 세계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곳에 다 담고 있는
위대한 실크로드.....

그 실크로드에 내가 서 있다.





# 1
아침에 일어나 조식 해결하러
호텔 로비로 내려왔다가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호텔의 화려함에
새삼 놀랐다.

내가 어디에 있는가?
인도에 있나?
터키에 있나?
자꾸 헛갈려 멍~~~하지만
나는 지금 네 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투루판에 있는 것이다.

가장 덥고,
 가장 건조하고,
가장 낮고,
가장 단 동네 투루판에....





# 2





# 3





# 4
식당으로 가는데
이처럼 큰 난(화덕에 구운 인도식 빵)
조형물이 눈에 띤다.
인도여행 때 담백하여
맛있게 먹었던 좋은 기억때문에
보는 것만으로도 고소하다.





# 5
조식을 좁쌀죽으로 해결했으니
자, 오늘 일정을 시작해 볼까요?





# 6
투루판 지형은
고온, 건조, 강풍의
3가지 특징이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화주(火洲 : 불의 땅),
사주(沙洲 :모래의 땅),
풍주(風洲 : 바람의 땅)라고 불려 왔다.

불과 모래와 바람이 만든 투루판은
문명의 용광로였다.
그래서 어느 문명이든지 이곳을 넘기 힘들었다.
이란의 마니교와 기독교의 일파인 경교,
이슬람교 역시 이곳에서 멈추었는데 .
불교는 이곳을 넘어
중국, 한국, 일본에 전파 되었다고 한다.

실크로드 도시에서 유독 불교문화유적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터......
돈황막고굴이나 어제 본 베제클리크와
고창고성은 모두 불교관련 유적들이다.





# 7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는 교하고성
입구의 안내지도를 보면
교하(交河)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큰 하천 사이에
마치 섬 모양의 성곽이다.

마치 버들잎 하나가
강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듯...





# 8
교하고성은 고대 서역 제국 중의 하나인
교하국, 차사전국(車師戰國)의 도시로
서역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의 중심지요,
흥성할 때는 6천여명의 사람들이 살았고
군사지역에서부터 수공예지역,
종교지역에 이르기까지
도시를 이루는 중요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더구나 당나라 시대에는
‘안서도호부’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 9




# 10
교하고성은 천연의 요새다.
강이 성을 휘감고 돌아
천연의 해자가 형성되었고
성터는 강에서 수십미터 높이에 있다.
몽고군이 침입했을 때 애를 먹었을만 했겠다.





# 11
남쪽문 입구의 커다란 동굴은
군사들이 머물던 곳.





# 12





# 13
오늘 더위도 장난 아니로구나.




# 14
성 중앙의 왕궁터는 땅 아래에 있다.
교하고성의 일반적인 건축방식은
절벽을 타고 내려가며
땅을 파내어 건물을 짓기에
왕궁터로 가려면
계단을 타고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교하고성은 남에서 북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성 중앙 동쪽에 관청 구역의 길이 있다.
길도 역시 땅을 파내어 만들었다.





# 23





# 24





# 25





# 26




# 27
어떤 곳이던지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다.
숨어있다가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면
다들 놀라겠지?
숨기 딱 좋은 곳



# 28





# 29





# 30
동쪽 문밖을 보니 낭떠러지다.
하천에는 나무가 무성하고
강물이 휘감아 돌아
난공불락의 천연요새였을 것이다.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 39
북쪽으로 향하자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북쪽에 위치한 불교사원 구역이다.





# 40
동쪽길을 따라가면 동소불사(東小佛寺)





# 41
저 멀리 서쪽의 소불사가 보인다.
4세기~ 5세기에 건립,10세기 복원





# 42
서북소불사(西北小佛寺)




# 43
대불사(大佛寺)는 고창고성에도 있고
우루무치 홍산공원에도 있다.
절 이름이 같네?
대불사터는 성채처럼 사방이 벽으로 쌓여 있고
중앙에 너른 마당이 있다.






# 44





# 45
몽고의 침략과 이슬람의 영향으로
파괴된 고성이지만
대불사 불상의 흔적은 남아있다.
머리 부분은 파괴되었고
몸체와 팔, 다리 부분은 남아있다.
그나마 고창성에 비해
보존상태가 훨씬 양호하다.





# 46





# 47





# 48




# 49






# 50
삭막한 교하고성도 오아시스를 품고 있구나.
서쪽 길 옆도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바짝 붙어 사진을 찍는 내가 위험해 보였는지
누군가 "조심하세요..."





# 51





# 52
 




# 53





# 54
여행 내내 애잔한 눈빛으로
다가가곤 했던 낙타가시풀이
빨강 꽃을 피웠다.
그마저 어인일인지 섧디 섧구나!





# 55





# 56
교하고성은 여러 모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렇게 전투적으로 느끼한 음식을 잘 먹고
씩씩하던 남편이
토사(吐瀉)는 아니지만 곽란(癨)에 빠진 것이다.
작년 동티벳 여행 때도
4박5일째 되던 무렵
똑같은 증세를 보였는데...
모든 요리가 기름에 볶거나 튀겨서 그랬을 거라
결론을 내렸다.

여행과 설사는 상극이다.
고성을 반 정도 보고 되돌아가
저렇게 우리가 갈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남아있는
내 맘인들 편했을 것인가?
민페다, 민페로고...
평소에 비실거리는 난 훌륭하게 버텨내었는데......
이후 남은 일정 동안 남편 기색 살피느라
한가지 고행이 늘었던 그 시초가 교하고성이었다는....





# 57
쭉쭉뻗은 백양나무의 도열을 받으며
단체로 스카프 가게에서
흥정의 달인 아저씨의 흥정으로
사지 말았어야했을 스카프를 샀다.
이쁘지도 않은....





# 58
스카프 구입을 후회하며
다시 이동, 한적한 곳에 위치한
투루판 군왕부에 왔다.
청나라시절 투루판을 지배하던 군왕이 살던 곳이다.





# 59





# 60





# 61





# 62





# 63
투루판의 상징 포도나무




# 64





# 65
높이 44미터로 중국에 있는 이슬람 탑 중
가장 높은 소공탑
청나라때 투루판의 군주 액민화탁이 지은 것이다.
몽고족인 중가르가 침입하자
40일간 성을 지켜서 막아 낸 공로로
청 건륭제가
액민화탁에게 많은 돈을 하사하자
그 돈으로 지은 것이 소공탑이라 한다.





# 66





# 67





# 68
책봉명령서 같은 건 필요치 않아,
난 자유인이야




# 69
청 건륭제로부터 왕위를 책봉받은 후
책봉명령서를 자랑스럽게 들고......





# 70





# 71





# 72
어딜가나 기념품 가게가 있다.
이곳 투루판은 위구르족이 70%를 차지하는
이슬람 지역임에도 중국풍의 기념품이 넘쳐난다.
모스크가 있는 이슬람 사원인데도
중국 전통신앙을 상징하는 도교의 관우상과
불교의 불상,
심지어 모택동 상도 볼 수 있다.
아마도 현지인들 보다
한족이나 한국과 같은 외국 관광객들을 겨냥한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모택동 상이 불상과 동급이라니
참 거시기하다.





# 73





# 74
포도를 파는 위구르인들....




# 75
투루판은 돌궐어로 '풍요로운 땅'이란 뜻이다.
투루판은 포도 산지로 유명해
당나라 시대에는 장안 사람들이
이곳의 포도와 포도주를 마시기도 했다.
시 외곽에서 만나는 건물 3채 중 하나는
건포도를 만들기 위한 건조실이다.
이곳 건포도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되고,
그 밖에 면화·메론·수박도 많이 난다.
그래서 여행내내
과일을 참말로 많이 먹는 호사를 누렸다.






# 76
투루판은 1년 평균 강수량이 16.6mm
(최대 강수량이 48.4mm),
증발률은 3,800mm나 된다.
내가 떠나기 전 물폭탄 장마를 경험했는데
우리 나라에는 장마철에 하루에도
2~300mm씩 내리는 것과 비교하면
상상이 안 된다.
기온도 중국 최고의 찜통으로
여름엔 49.5도까지 올라가고,
겨울엔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
일교차도 크다.
일조량도 우리 나라보다 서너 시간은 더 길다
그러니 포도의 당도는 어떻겠는가?





# 77
20만의 인구가 20여 가지 포도를 재배하는 투루판





# 78





# 79
건포도 파는 집에 청포도 주렁주렁
신물나게 먹어서
아무도 탐내지 않는다.
씨가 없다.
아니, 씹히지 않을 정도로 작게 있다고도 한다.





# 80
흥정의 달인 아저씨가
가격은 고정하고
무게를 30그램 더 주는 걸로 흥정을 끝내서
다들 엄청나게 많이,
(가이드가 좋아서
입이 찢어질 정도로) 많이많이 샀다.
가이드의 달콤하고 만족스런 표정을
사진에 담았어야 했다.





# 81





# 82
가이드의 흡족한 미소도 이랬을까?




# 83
토사(X)곽란으로 그새 홀쭉해진 남편...
만사 귀찮은지 이후로 사진량이 쑥 줄었다.





# 84
가이드의 달콤한 미소와 함께
다시 버스로 이동하여 온 곳은
중국 정부가
진시황의 만리장성,
수양제의 베이징~항저우를 잇는 경항 대운하(전체 길이 3200km)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 3대 역사로 꼽는 카레즈 입구다.





# 85
카레즈는 건조지대에서 사용되는 지하 인공수로이다.
여러 가지 설 중에서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은
이란 기원 전파설이다.
이슬람 세력이 투르판분지에 들어온
11세기경에 전래되었다는 설이 있는가하면
어떤 안내 책자에는 2,000년 전에
투르판에서 처음으로 건설되었다고 소개된 것도 있다.

누가 먼저면 어떠랴?
척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생을 이어가는 인간들의 승리인걸....





# 86
실크로드 오아시스 도시들이
혹독한 자연환경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천산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든 물 때문이다.




# 87
사람들은 이 물의 증발을 막기 위해
원시적인 곡괭이와 삽을 이용한 절박한 노동으로
한 땀 한 땀 지하 땅굴을 파들어갔다.
한 사람이 모래를 파내면
두 번째 사람이 모래를 바구니에 담고,
세 번째 사람이 땅굴로 뚫린 구멍으로
바구니를 두레박에 담아 지상으로 퍼올린다.
그렇게 만든 카레즈의 전체 길이가
서울과 부산을 10번 넘게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인 5500km다.
민초들의 고달픈 노역으로 탄생한
거리인 것이다.




# 88
카레즈는 현재 1,000줄기가 넘고,
한 줄기의 길이는 수㎞에서 수십㎞까지 다양하며
그 길이는 황하의 길이와 거의 비슷하고
베이징-항조우 대운하 3,200㎞보다 더 긴 것이다.
그래서 투르판의 카레즈는
중국에서 가장 긴 지하 인공수로로 알려져 있다.





# 89
투르판의 카레즈는 뜨겁고 건조한 날씨에도
지하에 흐르는 물의 증발에 의한 손실을 최소화하고,
강풍과 모래에 의한
외부의 재해와 오염으로부터 수질을 보호하면서,
양질의 시원한 물을
투르판 사람들의 가정과 농경지와
도로변의 가로수에 이르기까지
계절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카레즈는
투르판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명수인 동시에
혈맥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또 투르판 오아시스를 기름지게 하여
사람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였고,
그 경제적 잉여가
고대 실크로드의 번영과
여러 국가들의
도성(都城)ㆍ불교사원ㆍ이슬람사원ㆍ묘지와
거기에 담긴 찬란한 문화예술과
고문서들을 포함한
유적과 유물들을 생산 가능하게 하였을 것이다.





# 90





# 91





# 92




# 93





# 94





# 95





# 96
박물관을 나오는 길은
기념품 가게를 반드시 통과하도록 되어있는데
박물관보다 가게가 더 넓은 것 같았다.
흥정의 달인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동안 전수받은 3분의 1 후려치기에 도전하며
스카프를 몇 장 또 샀지만
마음이 약해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





# 97





# 98





# 99





# 100
 




# 101





# 102
투루판의 길위에서 석양을 보다.




# 103




# 104
어제는 이 레스토랑에서
여행상품에 포함된
양고기 통 바베큐 특식요리를 먹었는데
(요리를 먹기전 이쁜 위구르 여인들 3명이
의식을 치른다.)
오늘은 도반들이 추렴해서
양 한마리를 샀다.
(흥정의 달인이 제안한 것임)

요리방법을 달리해 양고기 수육으로
와인과 함께 곁들어 먹었다.

화기애애 분위기가 좋았으나
남편은 여전히 속이 불편하여
택시타고 호텔로 갔고
나도 위가 지쳤는지
먹는 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한 입 시식해보니
 냄새도 나지 않고 부드러웠다.





# 105

 

먹는 것보다 내 몸을 침대에 뉘이고 싶은 나는
지금 위대한 사막의 길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