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포토 다이어리

가을의 끄트머리 11월

올레리나J 2011. 11. 6. 15:22

 

11월 1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체육관에 가서 급식실 의자 처리 상황을 보러 갔다.

6학년 아이들과 부지런한 남자 샘들과

6학년 담임 샘들이 체육관 정리를 하고 있었다.

감사하다고 인사한 후

2층 전시실로 가서 작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주일 동안 더 전시하기로 했다.

교실로 왔더니 고생했다는 팝이 뜬다.

하루 종일 소감이 어떠냐고,

이젠 시원섭섭하겠다고...

일이 정말 끝났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듀파인 결재가 남아있고

뒷정리 해야할 것들이 날 기다리고 있다.

 

금요일 저녁에 교감샘이 고생한 몇몇 샘들에게

저녁을 사주신댔다.

부담스러워 거절하려 했으나

마땅한 이유도 없고 하여

복분자 서너잔에 그동안의 일들을 모두 잊기로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모두 잊고

가을을 맘껏 즐기고 있다.

 

토요일.... 감기 기운이 있었으나

남편 친구 딸내미 결혼식에 참석 후

서울 숲에 갔다.

노란 은행잎이 융단처럼 깔린 숲에서

찬란한 가을을 만끽했다.

 

 

 

그리고 11월 7일 월요일

또 다시 감기 몸살로

조퇴를 해야했다.

목이 붓고 아프고 열나고...

오늘 재작년 3과 모임이 있는데

참석하지 못했다.

주사맞고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한결 수월해졌다.

 

일을 하면서 용량 초과를 실감한다.

몸도 그렇고, 머리도 딸린다.

생각이 굼뜨고 어휘도 생각을 따라잡지 못한다.

짧은 기억력도 일하는데 지장이 많다.

서류를 보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해서

몇번씩 교실을 오가야 했다.

 

결재자의 생각을 꿰뚫어야 하는데

그것도 잘 되지 않는다.

원하는 방향을 첨부터 말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니가 연구해서 내 의도에 맞게 해 와라.

내가 절대 강요하는 것은 없다.'

매사에 이런 식이었다.

 

몸이 편치 않으니 새삼 지난 일들로 인해

혹사당한 내 머리와 몸이 가여워진다.

 

 

 

2011.11.9 수

축제 뒤끝이 화려하다.

꼭두각시 지도해 놓았더니

노인정 위문공연에서 한몫했다.

방과후학교에서 배운 울반 녀석들 방송댄스도

할머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2011.11.11.금

중학교 재경동문회 임원회의 이수역 6번 출구

개화 중국집에서

 

 

 

 

 

 

 

2011.11.12.토.

서울 종로 조계사 앞 발우공양에서

세울회 모임을 했다.

사찰음식 전문점인데

정갈하고 깔끔하고 재미있기도 한 요리들을 맛보는 행복...

솔잎주가 제일 향이 좋아서 홀짤거렸더니

다음 날 머리가 띵띵!

연잎 찰밥도 생각난다.

1인당 25,000원짜리 10합상

꽤 괜찮은 만찬...

 

리처드 기어도 홀딱 반했다는 그 맛...

 

 

 

 

 

2011. 11. 13. 일.

남편이 취미를 맞춰주지 않는다고

늘 서운해 한다.

자전거로 한강을 다녀와서는

남들은 부부끼리 온다며

몇번이고 함께할 것을 권했지만

무섭기도 하고 남편의 강도에 내가 맞추기가 힘들어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안되겠다....

남편따라 다녀야지...

 

우선 아파트 앞에서 연습하다가

공원에 가서 장애물 피하기 등

강훈련을 했더니 얼마나 힘을 주고 탔는지

어깨가 저린다.

 

아직도 승하차가 매끄럽지 못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2011. 11. 16. 수.

자전거를 끌고 출근했다.

타고가 아니고 끌고다.

신호등이 많고 길이 복잡해서 무리인가 싶다.

내게 있어 가장 위험한 것은

어쩌면 두려운 맘일 것이다.

'부딪히면 어떡하지?'

'다치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을 이겨 내고자

용기있게 끌고 왔으나

차가 무섭고

 길가는 행인들도 내겐 큰 장애물이다.

 

햇살이 좋아

 3교시에 운동장에 나가

그림자 밟기 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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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7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학년 연수날이다.

10월 18일의 성북동 나들이에 이어서

오늘은 서울 평창동이다.

 

조용한  주택가  한가운데  

 

국화처럼  문화의  향기를

은은히  퍼뜨리고  있는 영인문학관.

 영인문학관은  이어령 선생의  '영' 과 

부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강인숙 선생의  '인'을  합해

탄생했단다.

문학관의 관장님이신 강인숙님께서

직접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로 안내를 해주신다.

지금은 천경자. 손소희. 이성자. 김병종님의

   자작  삽화  특별전이  전시중이다.

 

김종영 미술관에서 그의 조각품들과

유희 작품을 감상하고 북악산 허리를 돌며

드라이브를 즐겼고

가나 미술관을 거쳐 쌈밥집에서 저녁만찬 후

귀미 카페에서 예쁜 그릇과 퀼팅 작품들 속에 파묻혀

차 한 잔하고 귀가...

 

영혼이 풍족하고 가슴이 따뜻해졌으며

설레임으로 기분이 날아갈 듯...

강행군이었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내 삶의 배터리 만땅 충전...

 

 

 

2011.11.22.

토요일엔 중학 동창이 며느리를 맞아서

서울 마포에 갔다.

일요일엔 종일 집안 살림...

카메라 메고 버스를 타고 통영에 가고 싶었다.

남편은 카메라 메고 강화도에 갔다.

 

난 집안일에서 언제쯤 자유로워질까?

빨래하고 청소하고 반찬 만들고..

그것도 10첩 이상 되는 한식상을 매일 세끼씩 ....

 

월요일부터 '찾아가는 창의인성교육과정'

연수를 받으러 다닌다.

학교에서도 할일이 많은데

2시반에 나와 저녁 7시까지

받다보니 또 바쁨에 허덕인다.

지금 한참 재미있게 읽고 있던

배르나르베르베르 소설도

2권에서 멈춤이다.

 

오늘은 즐생시간에 아이들과 바람개비를 만들어

다소 쌀쌀했지만 운동장에 나와 바람개비를 날렸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나도 신이나서 바람개비 들고 뛰었더니

아니! 글쎄, 내가 귀엽단다.

 

요즘 아이들과 많이 놀아준다.

곰발바닥 놀이도 했고

손으로 하는 홧팅 박수로

아이들을 안아주고 뽀뽀까지...

 

수줍어하면서도 나랑 하겠다고 줄을 선다.

 

교사의 사고가, 마인드가

아이들의 창의력에 광장히 영향력을

 (초등학교에선 더 많이...)

끼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련다. 

 

그러려면 교사가 행복해야 한다고

어떤 강사분이 말씀하시던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난 지금 행복하다.

 

 

2011.11.23.

연수가 끝났다.

강사들이 대부분 현직 교사들이다.

실제 가르치면서 얻은

여러 가지 창의인성수업 방법들을

알려주어서 유익한 연수였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

갈수록 교직이 힘들어진다는 것,

제발 잘 가르치도록 행정업무에서

해방시켜달라는 것,

연수강사들도 우리들도 모두 이구동성 이다.

 

민영이와 예원이가 커플룩을 입고 왔다.

3월 초 둘 다 친구가 없어

학교생활을 몹시 어려워하더니

한달에 한 번씩 자리이동을 통해 가까워지더니

이젠 같이 수영도 배우고 댄스도 배우고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특히 민영이는 등교할 때마다 울어서

달래느라 힘들었는데

예원이랑 가까워지면서 완전 달라졌다.

조금 번거롭지만 자리바꿈을 통해

울 반 아이들이 많은 친구들을 사귀어보았음 한다.

 

(photo by 태현)

 

 

 

2011.11.24.

지우가 카메라를 들었다.

"야...선생님과 사진 찍고 싶은 사람 모두 모여!"

아이들까지 불러 모으며 카메라맨 포스를 취한다.

사진 찍는 것도

모델이 되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런 울 반 아이들...

(photo by 박지우)

 

 

 

 

2011.11.26.토

고등학교 동창모임에 참석.

여전한 친구들...

변함없는 친구들...

몇년 째 잠수탄 친구들...

해마다 변함없는데

내 마음의 색깔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아무 느낌없는 무미건조함...

 

바로 그것!

그 누구 때문도 아닌......

 

 내 마음이

늙어버렸다는 걸까?

 

주제가 없는 대화들...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의 18번인지 

누구의 레파토린지 알기 때문에

여흥도 흥겹지 않고

사진에 담는 것도 부질없는 짓거리인 것 같고....

 

그냥 일찍 왔다. 

 

 

2011.11.28.에서

 2011.11.29. 사이...

 

어제 저녁 꾸벅꾸벅 졸다가

10시가 되니 눈이 말똥말똥

요즘 부쩍 취미 붙인 드라마에 푹 빠져있다.

김래원, 수애의 가슴 시린 러브 스토리

난 거의 여행 채널만 보는데

우연히 채널 돌리다 맛들였다.

어쩐지 몰입도가 높더니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어쩜

저리도 감각적이고

현재 젊은이들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나?

작가는 타고난 재주꾼임에 틀림없다.

30대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수애를 따라 울면서 잠들었더니

꿈자리가 영 뒤숭숭해서

새벽까지 몇번이고 뒤척거렸다.

가위 눌리기도 했다.

 

근처 학교 49세 여자샘께서

위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오늘 날씨처럼 꾸리꾸리하다.

 

(photo by 태현)

 

 

 

2011.11.30

이렇게 11월을 보낸다.

밖에서는 겨울을 재촉하는 듯한 비가

하루 종일 부슬거리는데

나는 아이들과 네모난 교실에서

네모의 꿈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동그라미를 그려주고 있다.

빛이 반짝거려 쳐다봤더니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태현이가

수학문제 오답풀이하고 있는 나와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제 그 아이는 프로다.

 

점심 후엔 시교육청 출장을 갔는데

우산 쓰고 걷고 전철타고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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