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일 토요일, 안개, 후덥지근
학년연구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뒷뜰을 걷던 여자아이 두명의 대화가
들려온다.
"나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두..."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너희들 몇학년이야?" "2학년이요." "왜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난 1학년 때 담임이 좋아서인 줄 알았다. "2학년이 되니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요." "그렇구나..." 나도 생각해 본다.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절로일까? 그러나 딱히, 절실히 돌아가고 싶은 때는 없다. 이 만큼, 딱 지금이 좋다. 다시 어렵사리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인생은 어렵다. 노년과 말년을 준비하면서 때가 되면 스러질 일만 남은 지금이 가장 좋다.
2011년 7월 5일 화요일, 장마 중에 무더위
일요일 길 위의 천국이라는 터키 여행 서적을 하루 종일 읽었더니
월요일 눈이 시큰거리고 지쳐 있다가
화요일을 맞았다.
학기말 업무에, 방학 전 업무에,
학교 축제 기획에
정신없이 바빠
여행 준비를 거의 못한다.
(photo by 승우)
2011년 7월 6일 수요일, 무더위
썬글라스를 만들어
수퍼맨 놀이를 했다.
엄청 좋아하는 그들의 웃음소리...
(photo by 승우)
2011년 7월 7일 목요일, 다시 비
이렇게 사는게 사는 걸까?
새벽 5시에 눈을 떠 간단히 스트레칭하고
식구들 아침준비로 한두가지 반찬을 만들고
옷매무새 단정히 하고
난폭운전으로 출근해서
꼬멩이들과 입씨름...
소음공해에 시달리며 점심을 먹고
업무에 치여 제 시간에 퇴근도 못하고
파김치 되어 돌아와
또 식구들을 위해 반찬 만들고 시장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
.
.
.
이렇게 인생이 끝나면 서글프지...
(Photo by 현)
2011년 7월 8일 금요일, 잔뜩 흐림
아이들과 체육관에서 공놀이를 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쫓아다닌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던가?
(photo by 승은)
2011년 7월 9일 토요일, 장마중에 해가 잠깐
오늘은 쉬는 토요일
흰머리가 머리의 30%쯤을 점령했는데도
미장원 갈 시간 여유가 없었다.
여행을 앞두고 도저히 미룰 수가 없어
오전에 30분이나 걸어 저렴한 단골집에서
염색을 하고 커트를 했다.
오후엔 영등포에서 여행갈 친구들 미팅
준비물 등을 챙기고 쇼핑도 하고...
(photo by 자야)
2011년 7월 11일 월요일, 다시 비가 온다.
방학 전 할일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일주일만 견디자.
친구들과의 여행이 기다리고 있으니
열심히 일하고 가볍게 떠나자
(photo by 승우)
2011년 7월 12일 화요일, 오전에 비 오후엔 흐림.
(photo by 현)
2011년 7월 13일 수요일, 아침에 비 오후엔 구름 잔뜩
출근하는데 비가 억수로 내렸다.
점심때부터 오락가락
후덥지근하다.
쉬는 시간에 우산 말리려고 폈더니
책상 위에 있는 카메라를 들고
선생님 활짝~~
내 전속 카메라맨인 태현이가 외친다.
(photo by 현)
2011년 7월 14일 목요일, 아침에 비 오후엔 구름 잔뜩
(photo by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