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아침식사 후 설겆이 하면서 라디오 음악방송을 듣는데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제2악장 - Follow me가 울려퍼졌다.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내가 소담하게 눈 쌓인 고궁을 걷고 었었다.
느리게.......아주 여유롭게......
따뜻한 방에서 군고구마 먹으며
느긋하게 보내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릴 만큼
상상속의 눈 내린 고궁의 모습이 더 유혹적이었다.
완전무장하고 전철을 탔다.
평소 출근이 아닌 출사를 꿈꿔 왔는데
현실로 옮기는 순간이 스쳐가는 노래 한곡 때문이었다.
'나홀로 경복궁 출사 나왔어.'
친구에게 이런 문자도 보내고 싶었다.
약속을 하지 않고 갑자기 만나는 기쁨도 있었으면 좋겠다.
바빠서 혹은 귀찮아서 못 나와도,
나와서 같이 고궁을 걸어도
그냥 좋을 것 같았다.
종로 3가에서 환승하여 경복궁 역에서 내렸다.
한낮인데도,중무장을 했는데도 칼바람이다.
근정전을 지나 경회루를 담고
지난 가을에 남편이랑 같이 왔던 길을 따라 걸었다.
최종 목적지는 향기가 멀리 퍼져나간다는 향원정이다.
상상 속에서는 날이 추워 한적한 고궁을 떠올렸으나
중국관광객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할머니를 비롯
진사들도 상당히 많았다.
향원정의 향기에 취하는 취향교에서 담아보고
향원정을 중심으로 한바퀴를 돌았다.
햇살에 얼음이 약간 녹은 향원지
물 위에 비치는 향원정의 그림자는 환상적이었다.
시시각각 구름도 몰려오고
가는 눈발도 흩날리고
부드러운 햇살도 비춰주어
다양한 향원정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장엄한 경회루 보다는
아늑하고 아담한 분위기의 향원정이 어쩐지 더 애닲어서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춥다.
발도 시리고 얼굴에 닿는 찬바람에 눈물이 쉴새없이 흐른다.
4시 수문장 교대식을 다시 한 번 보려했으나
추워서 5분을 더 못 기다리고
전철을 타버렸다.
얼마나 추웠던지 일주일에 두 번은 출사를 나가겠다는
나의 휴가 계획을 완전 백지화 시켰다.ㅋㅋ
새삼 다시 사진을 보니 눈쌓인 고궁 멋지다.
눈 풍경과 잘 어울리는 까치들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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