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Healing in 스위스

Switzerland NO.5. 알레그레토 알펜호프

올레리나J 2014. 8. 18. 18:10

 

 

Allegretto, Alpenhof

조금 경쾌한 빠르기로

 

 

일찍이 베토벤은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이며

그렇게 빚은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원초적인 리듬 충동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밝고 경쾌한

바이올린.첼로.비올라를 위한 세레나데는

스위스 작은 마을을 걷는

내 발걸음을 닮았다.

여유있는 흥겨움의 변주는

물위를 걷는 소금쟁이처럼

사뿐하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내 마음도 사뿐하다. 

 

 

 

 

 

베토벤의 세레나데처럼

'알펜호프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아니 루체른에서 우리 버스가

이 산기슭으로 올라올 때부터

내 심장은 경쾌한 빠르기로

뛰기 시작했다.

 

 

 

 

호텔은 작고 소박했다.

오히려 호화로운 호텔이었다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도 않았을게다.  

 

비가 보슬보슬 흩날렸다.

어두워지기 전에 주변 산책을 하러 나왔다.

작은 폭포도 있고,

끝없이 이어지는 연둣빛 목초지에

 장난감 같은 집이 드문드문 박혀있다.

 

 

 

 

 

 

 

 

 

 

 

 

 

 

 

 

 

 

 

 

 

 

 

 

 

 

 

 

 

 

 

 

 

 

 

 

 

 

 

 

구름이 쇼를 한다.

산허리를 감았다가

하늘로 올라가고

검은 구름 뒤로 흰구름이 따라온다.

 

이에 질세라

비도 쇼를 한다.

가랑비가 왔다가

보슬비로 바뀌고

햇빛 쨍쨍 여우비가 내렸다.

 

변화무쌍타!

 

 

 

 

 

 

 

 

 

 

 

 

 

 

 

 

 

 

 

 

 

 

 

 

 

 

호텔 레스토랑에서

소박한 저녁을 먹고

 좁은 베란다에 와인바를 셋팅했다.

 

알프스 산자락에 어울리는

와인을 한 잔씩 음미했다.

 

기온은 적당히 선선했고

공기는 맑았다,

 

 

 

반짝이는 것은 별 뿐만이 아니었다.

 

여기 저기 집집마다

불꽃을 쏘아 올렸다.

이웃집과 연합해서 불꽃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8월 1일,

 오늘은 스위스 건국일이다.

건국일엔 각 가정에서도 불꽃놀이를 한다.

 

 

별이 쏟아져 내렸다.

북두칠성이 바로 옆에 떴다.

카시오페아도 선명히 보였다.

침대에 누워 별을 하나 둘 헤이다가

윤동주의 '별 헤이는 밤'을

떠올리다 잠이 들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에 별들을 다 헤일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이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남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별 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어머니,어머니

 

 

 

 

아침이 밝았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아침이다.

하루 종일 머물고 싶은 곳이다.

떠나기 아쉬워

어제 가보지 못한 호텔 아랫쪽 산책에 나섰다.

 

 

 

 

 

 

 

 

 

 

 

 

 

 

 

 

 

 

 

 

 

 

성당과 교회가 지근 거리에 있다.

매시 15분마다 교회와 성당의

종이 울린다.

 

 

 

 

 

 

 

 

 

 

 

 

 

 

 

 

 

 

 

 

 

 

 

 

 

 

 

 

 

 

 

 

 

 

 

 

 

 

 

 

 

 

 

 

 

 

 

 

 

 

 

 

 

 

 

 

 

 

 

 

 

 

 

 

 

 

 

 

 

 

 

 

점프 사진을 찍으며

아침 운동을 대신하다.

 

아직도 그때의 웃음소리가 생생하다.

그날의 별빛과

연둣빛이,

목초 향이,

꽃향기가,

바삐 달아나던 구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