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하게,
장크드 갈렌 혹은 상트 갈렌
뮌헨 BMW 본사에서 3시간여를 달려
상트 갈렌에 도착했다.
상트 갈렌은 취리히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
동부 스위스 지역의 중심 도시다.
수도원을 만들 당시 베네디트 수도원의 강령은
'기도하고, 일하고, 공부하라'였다.
일하면서 다친 수도사들을 위해
약국이 발달했고
건조한 유럽 기후 때문에
수분크림이 필요했으며
고현정이 선전하는 수분크림도
수도원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공부하라'의 강령 때문에
부속 도서관에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알프스와 같은
수려한 자연 환경만 생각했던 스위스에
이런 고풍스런 도시가 있었다니...
일단은 장엄하게 스위스를 느껴보자.
오스트리아인가 싶더니
어느 새 스위스에 진입했다.
시차 때문에
목가적인 창밖 풍경을 놓치고
깜박 졸았다.
상트 갈렌 기차역
점심은 중국식으로
식당 주변
길
우리 나라에서 도로 교통상황과
도로 여건상 운행에 실패한
버스와 전차의 장점만을 결합하여 만든
공해가 없는 신교통수단인
바이모달트램인 굴절버스는
스위스 등 유럽에선 중요 교통 수단이다.
수도원 가는 길
하늘 높이 솟은 뾰족, 푸르스름한 탑은 라우렌젠 교회
골목끝에 보이는 중근 돔 형태는 수도원 건물
Vadian 동상 옆으로 우뚝 솟은 라우렌젠 교회탑
상트 갈렌에 도착한 순간부터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도시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Vadian 동상
Vadian 동상이 서 있는 Marktplatz 주위의 광장
창문의 도시 상트 갈렌은
중세에 섬유 산업으로 번성했다.
부자들은 자기의 부를
돌출된 창문의 장식으로 과시했다.
상트 갈렌만의 독특한 창문 컬렉션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골목마다 스위스 국기
상트갈렌은 상트(장크트) 갈루스라는수도사가
612년에 기반을 세워 이루어진 도시라서
지명이 상트갈렌이 되었다.
12세기에 지어진 성 라우렌젠 교회
이 지역 주민들의 회의실 역활을 한다.
오스트리아 짤쯔부루크에서 보았던
독특한 간판이 여기서도 보인다.
드디어 수도원이 겉모습을 드러내었다.
도서관 입구
도서관 입장이 까다롭다.
가방은 물론 카메라도 락커에 보관하며
덧신을 착용한다.
도서관 안에도 직원들이 매의 눈초리로
사람들의 동선을 살핀다.
금빛 쇠시리로 장식된 육중한 출입문 위에는
'영혼의 요양소'라는 뜻의
그리스어 명문이 새겨져 있다
'영혼의 요양서' 문을 열면 나타나는
화려하며 우아한 서가,
찬란한 지혜의 보고,
책장 켜켜이 시대가 쌓여있는 곳
그 자태에 헉~~ 숨이 멎는다.
스위스의 지적 권위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가스통 바슐라르'는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은 곳'이라더니
그의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건축가
페터 툼프와 미카엘 페터의 대수도원 설계에서
도서관은 가장 명당자리에 배치했다.
다양한 형태의 화려한 목조 장식에서 발산되는
수 천가지 따뜻한 색상이,
환히 빛나는 장려한 공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거대한 방은 서가 위쪽의 내물림,
마룻바닥의 웅장한 상감 디자인에
그 그림자를 드리운
널찍한 갤러리를 지탱하는
기둥들이 특징이다.
우아한 목조 기둥 꼭대기에는
황금 나뭇잎으로 덮인
코린트식 머리 장식이 얹혀 있고,
목조 세공 부분은
모두 연한 금빛을 가미해 장식되었다.
예부터 군주와 국가는
지적·문화적 성공의 집약체이자 상징인 도서관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18세기 초,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 카를 6세는
세계열강으로 성장해가는 나라의 위상에 걸맞게
유럽 최초의 대형 공공 도서관인
호프비블리오테크(국립도서관)를 설립했다.
그는 도서관에 보관된
합스부르크 왕가의 장서들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용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지불해서는 안 되며,
풍요를 얻고 돌아가야 하며,
자주 들러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도
19세기 초부터
신흥 강국의 부와 힘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워싱턴, 보스턴, 뉴욕에 잇따라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과
박물관들을 건립했다
앎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도서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23곳 중
하나가 바로 이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23곳 투어'의 꿈을
나의 버킷리스트에 올린다.
걸을 때 나도 모르게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이다.
나무로 만든 바닥이 삐걱거린다.
천장의 화려한 프레스코화를 쳐다보느라
고개가 꺾일 것 같다.
책장에는 인류 역사상
희귀한 고서들로 가득 찼다.
이 도서관엔 16만권의 정서가 있고
중세부터 수도사들이 직접 필사한
필사본만도 2,100 권에 이른다.
검은 수도복을 입고
책상에 앉아 이따금 잉크를 묻히며
깨알같은 글씨를 쓰고 있는
'숀 코너리'와 같은
수도사 모습이 불현 듯 떠올랐다.
영화 '장미의 이름' 때문인가?
이시도르 폰 세빌라가 손으로 직접 쓴 텍스트가 있고
820~830년 경 볼프코지가 쓴 시편 51편의 필사본이 있으며
글자 하나하나를 금으로 장식한 900년경
카롤링거 왕조의 필사본과
중세의 일리야드로 불리는
'니벨룽건의 노래' 원본이 있다.
니벨룽겐의 노래는 중세 독일을 대표하는 웅대한 서사시로
독일 문학의 원천이라 할 수 있으며
바그너는 이것을 소재로 하여
'니벨룽겐의 반지'를 작곡했다.
'니벨룽겐의 반지'는 '라인의 황금을 서곡으로
제1일에는 발키리
제 2일에는 지크프리트
제4일에는 신들의 황혼으로 이어지는
역사상 가장 긴 오페라다.
3발 4일 동안 극장에 앉아 있어야
겨우 전곡을 다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나~~
몇 년전 톰 크루즈 주연의 작전명' 발키리'
첩보 영화를 본 적 있다.
이것 역시'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제목을 차용했음을 가이드 설명에서 알게 되었다.
도서관 창문 빛이 잘 드는 곳에
작은 의자가 놓여있어.
보고자 하는 책을 볼 수도 있었으나
까막눈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아직도 서점이나 도서관에 꽂혀있는
많은 책들을 보면 설레이는 심장을 가진 내겐
이 도서관은 슬픔이었다.
화려해서 가슴은 더 뛰었고
볼 수 있는 눈은 있으되
읽지 못하는 심정은 서글픔이었다는......
입장료는 마음의 풍요로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입장료는 비싸다.
마음의 풍요가 아니라 슬픔이었으니....
대성당 내부다.
하얀색 벽과 기둥에
황금색 조각
에머랄드 빛 꽃장식이
예배당의 품위를 한껏 높여준다.
내부 천정
바넨마허가 그린
천사와 성인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프레스코화가
아름다움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당 주변
이제 루체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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