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여행 에세이 같은 소설 인페르노

올레리나J 2014. 1. 2. 20:40

 

도서실 서가를 훑다가

단테의 얼굴에 눈이 멈췄다.

 

작가를 보니 댄 브라운이다.

그의 전작들이 지루하고 불편한

장거리 비행기 안에서 보라고 권유해 줄만큼

흥미진진하여 냉큼 빌려왔다.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 "꽃의 성모 마리아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어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다빈치 코드'라면

피렌체에서 나고 자라다 추방당한

알리기에리 단테(1265∼1321)에게 초점을 맞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갈릴레이가 1400년경 만든

피렌체 베키아 궁전 종탑의 시계..

 

 

 

 단테의 '신곡' 가운데

 '인페르노(지옥편)'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집필했다는 저자는

 단테가 그린 세기말적 불안과 공포를 현대로 끌어온다.

단 이번엔 가공의 역사를 파고든 '팩션'이 아니다.

과학과 인문을 녹여내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인페르노에서 경고한 대로

정말 인구가 폭증해 곧 지구는 인파로 들끓는 지옥처럼 될 것인가.

그림은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 중

 ‘지옥 편’을 묘사한

산드로 보티첼리의 15세기 후반 작품

‘지옥의 지도’.

바티칸도서관 소장

 

 

랭던(천사와 악마과 다빈치코드의 주인공도 랭던이다.)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총상을 입은 채로 발견된다.

한데 기억을 잃었다.

어떻게, 왜 피렌체에 왔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여성 킬러에게 쫓긴다.

통신위성까지 구비하고

각국 공조직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비밀조직 '컨소시엄' 의 소행이다. 

이는 스위스 출신의 천재 유전공학자 조브리스트가 관련되어 있다.

 그는 인구 증가가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의 근본원인이며

 이대로는 인류가 다음 세기를 맞지 못하리라는

'인구멸망방정식'을 제안한 인물.

그는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과 같은

 인위적 '솎아내기'를 시도하고 

그가 개발한 바이러스를 숨긴 곳을

시에나의 도움을 받아가며 찾는 랭던.......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다시 터키의 이스탄불로

 보티첼리의 그림 '지옥의 지도',

단테의 데스마스크를 단서 삼아

암호를 풀어나간다.

 

보티첼리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은

로렌초 데 메디치가 사촌의 결혼선물로

 신혼방 침대 위에 걸어둘 선정적 그림을 주문한 덕에 탄생했다는 둥

 좀처럼 접하기 힘든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싼 마르코 성당>

 

한 번 손에 들면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깊게 빠지게 만든다.

스토리도 그러하겠지만

공간적 배경이 내가 여행을 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흥미로웠다.

피렌체의 베키오 궁전 우피치 미술관을 설명하면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고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는것은

스마트폰으로 찾아가며 논문을 쓰 듯

한자 한자 음미하며 읽다보니

여행을 하는 것처럼

마음이 설레고 내가 주인공인양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더구나 암호에 '오, 건강한 지성을 가진 그대들이여,

 이 신비로운 시구들의 베일 아래...

감추어져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시오.  

말들의 머리를 자르고

장님의 뼈를 빼낸 베네치아의 변절한 총독을 찾으라. 

금박 입힌 거룩한 지혜의 무세이온 앞에 무릎을 꿇고

그대의 귀를 바닥에 대어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물에 잠긴 궁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라. 

이곳의 어둠 속에 별빛조차 비치지 않는

석호의 핏빛 어린 물속에 잠긴 소닉 몬스터가 기다린다.'

 

이들이 베네치아의 변절한 총독을 찾으러

티키로 남어갈 때

난 이들보다 먼저 암호를 풀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푼 게 아니라

연상되었던 거지만...)

 

'물의 궁전 메두사야.'

 

 

-멜서스의 인구론을 다시 생각하다-

 

 

거기에 있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맬서스의 저서'  인구론’를 신봉하는 조브리스트는

흑사병으로 인구의 1/3을 솎아냈듯이

 바이러스를 인간의 DNA에 침투시켜

불임인구를 늘여 최적의 인구 40억을 유지한다.

그 바이러스를 물의 궁전에서 퍼뜨린 것이다.

<두깔레 궁전 앞을 서성이며 >

 

 

 "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는

『신곡』의 한 구절에 양심이 찔리기도 했으며

 

단체의 신곡에 도전하여 번번이 실패한 내가

다시 한 번 기회가 되면 읽어보리란 결심을 했으며

 

이탈리아 여행을 다시 하고픈 간절함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터키 이스탄불 물의 궁전

 

 

물의 궁전의 메두사

 

여행과 짜릿한 모험이 있는

인페르노 덕에 책을 읽는 2주일 내내

내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게 펌프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