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며칠 째 곡기 한 입,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생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무지와 사막을 걷고 있다.
오늘 따라 비단을 가득 실은
대상들의 행렬도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호수가 보여
호수는 없고 모래사막 뿐이다.
아, 신기루!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 없고,
기어 다니는 짐승 한 마리 없다.
내 낙타도 지쳤는지 가뿐 콧김만 내뿜는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망망할 뿐.
가야할 길을 찾으려 해도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가 없다.
언제 이 길을 가다 죽었는지 모르지만
죽은 이의 해골들이 널려있다.
잠시 눈을 감고 죽은이들의 극락왕생을 빌어본다.
이젠 마를 땀도 없다.
더운 바람이 불어온다
아,모래 바람에 초록의 푸른 기운이 느껴진다.
한 줄기 습기를 머금었구나.
힘을 내자, 낙타여!
조금만 더 걸어보자. 낙타여!
저기 고운 모래산이 보인다.
백양나무가 줄 지어 서 있구나.
이건 신기루가 아닐테지?
낙타여, 힘을 내자꾸나.
모래 산 앞에 짙푸른 수풀도 보이는구나.
반짝반짝 빛나는 저 것은 무엇이더냐?
샘이로구나.
초저녁에 보았던 초승달을 닮았구나.
눈을 비비고 다시 보자.
대상들이 백양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구나.
투르크인이 유리잔으로 물을 마시고 있구나.
장군과 병사들이 창을 들고 있구나.
저기가 현장법사님의 대당서역기에서 본
천하사막제일천(天下沙漠第一泉)이라는
월아천인가 보구나.
낙타여! 우리는 살았다.
어서 가서 물 한 모금 마시자꾸나.
명사산에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쉬자꾸나.
4년 동안 천축국을 돌아다니며 구한
불경은 내 등짐에 들어있으니
몸은 고단해도 마음만은 편안쿠나.
잠시 쉬면서 오늘의 여정을 기록해야겠구나.
스승 금강지가 계신 장안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달과 별이 뜨는 밤에 다시 길을 가자꾸나.
나의 도반 낙타여! 편히 쉬거라.
나도 /혜초 스님처럼
# 2
낙타투어를 마치고
# 3
월아천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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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황금 모래 위를 오르는 사람들
# 6
햇빛의 양에 따라 모래색이 변한다.
# 7
어린왕자는 지구에 첫발을 내 딛었을 때
사람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아 놀랐다.
엉뚱한 별에 떨어졌다는 두려움까지 밀려왔다.
그때 달빛처럼 반짝이는 동그란 고리가 모래밭에서 꿈틀거렸다.
어린왕자는 만일을 생각해서 인사말을 건넸다.
“안녕.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사막에선 좀 외롭구나...”
뱀이 말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나도 그렇다.
자연 속에 있을 때는 하나도 외롭지 않다.
사람속에서 더 외롭다.
내가 만들어 놓은 섬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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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아천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 10
모래폭풍에 뒤덮이지도,
물이 마르지도,
넘치지도,
갈대꽃이 아니피지도 아니한
평상심...
# 11
TV 다큐로, 사진으로 수없이 보아왔던 월아천
# 12
월아천(月牙泉)이
곤륜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땅속으로 들어가 지하수를 형성하여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물이 넘치지도
항상 일정한 수량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 13
# 14
별들이 보였다.
"별은 보이지 않는 꽃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이 말을 듣고 나는
이 모래의 신비로운 빛남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 15
# 16
월아천에는 3대 기이한 풍경이 있다.
천년 지나도 초승달 모양이 변하지 않는 것,
환경이 열악해도 샘물이 깨끗하고 시원한 것,
모래 언덕 사이에 있지만
모래로 덮이거나 마르지 않는 것,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돈황의 강 '당하'와 월아천 사이가 끊어져
인공적으로 물을 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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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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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아천 명사각으로 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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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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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돈황의 옛이름) 야시장에는 먹거리 뿐만 아니라
없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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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명사산에서의 무한 점프로 피곤하여
남편은 호텔 주위를 산책하며
돈황의 일몰을 보았다고...
새벽녘에 눈을 떠
창가의 커텐을 젖혔더니
수많은 별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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