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선명한 선혈을 그립니다.
내 비록 갈색 미이라로
유리관 안에 누워있어도
석양 무렵 선혈로 지는 사막의 하늘이
손톱에 붉은 봉숭아물 들인 나를 그리워하기에
나는 오늘도 푸른 빛 영원을 꿈꿉니다.
그 숱한 오늘이 모래처럼 쌓여
깃털로 장식한 모자는 내 머리를 감싸고
내 麻 바지와 비단 옷은 나를 휘감고
비단 신발은 내 발을 지켜주고 있으나
내 육신에서
천산 천지의 물이 되고
월아천 물이 된들
부질없고 또 부질없는 일이지요.
오랑케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 백성들은 나라를 잃고 떠돕니다.
차마 가슴이 아파
내 고향 타클라마칸의 사막의
하늘이 울부짖고
붉은 모래가 광풍처럼 회오리치더니
삽시간에 모래산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3800년 전 그날
누란 왕국의 왕비였습니다.
열망이 간절하면 이루어지나요?
붉디 붉은 입술이
얼굴에 선홍빛 미소가 번집니다.
누가 나를 '죽음의 모나리자' 라고 부르나요?
나는 아직도 붉은 사막을 지켜봅니다.
황톳빛 누란 왕국의 부활을 꿈꿉니다.
# 1
이슬람 사원을 연상하게 하는
산뜻한 외관을 가진 신강성 박물관
# 2.
박물관 천정
# 3.
박물관에 입장 검문 검색이 대단하다.
물도 안되고, 베낭도 안되고
칼도 안되고...
# 4.
신강성의 모형지도
신강성(新疆省)의 한자 중
강(疆) 의미를 찾아본다.
왼쪽 활궁(弓)자의 일곱획,
맨 아래 삐침을 한 획으로 간주하고
신강성과 인접해 있는 7개 나라 즉
몽골,인도,카자흐스탄,아프가니스탄,
오른쪽에 있는 한 일자 (一) 3개와
맨 위부터 차례로
(一)우랄 알타이 산맥
(田) 중갈분지
(一) 천산산맥
(田) 타림분지 (타클라마칸 사막)
(一) 곤륜산맥을 의미
활궁자의 아랫부분에 있는 흙토(土)자는
빼앗겼던 영토를 잊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1884년 청나라는
이 지역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고,
'새로운 땅' 이라는 뜻의
위구르인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독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철광석, 석탄, 석유 등
신강성의 자원이 무궁무진한데
중국 정부가 '그래, 독립해라' 하겠습니까?
티벳 자치구도 마찬가지이구요.
# 5.
1층에는 신강 일대 유목민들의
공예품, 악기, 의류 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부터는 촬영이 엄격히 금지된 채로
여러 구의 미이라가 보존되어 있다.
# 6.
‘누란의 잠자는 미녀’는
봉숭아물을 들인 손톱과 얼굴의 문신,
웃음을 띄운 듯한 표정으로
‘죽음의 모나리자’라고도 부른다.
3800 년 전 누란 왕국의 처녀가
금방이라도 살아 일어날 것 같다.
# 7.
컴퓨터 그래픽 복원 모형
# 8.
누란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은
스웨덴의 탐험가 '스벤 헤딘'이었다.
그는 1901년 겨울,
물을 얼음으로 저장해 20일간 사막을 횡단해
로프노르까지 가서
# 9.
# 10
# 11.
머리카락도 손톱도 그대로다.
이집트의 미라들이
화학적인 처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곳의 미라는 자연 건조된 것들이다.
타클라마칸의 건조한 기후 때문에
그냥 묻어놓아도
수분이 증발되면서 미라로 되어버린다.
# 12
미이라가 발굴된 타클라마칸 사막
# 13
신강성에 살고 있는
위구르족을 비롯하여 16개 민족의
의상, 생활용품, 주거형태 등을
깔끔하게 전시해 놓았다.
저마다 전통을 간직하며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누란의 미녀 홍산공원으로 직진!
# 28
# 29
# 30
# 31
홍산공원(紅山公園)은 그 이름 그대로,
홍산(紅山)에 만들어진 공원이고,
홍산은 다시 한자어 그대로 붉은 산이라는 뜻.
붉은 색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이라고 해서
붉을 "홍(紅)" 자를 이름에 사용했다.
홍산은 우루무치에서 볼만한 경치 10경 중 하나.
# 32
풍수탑(風水塔)의 일종으로,
진룡탑이라는 명칭은 용(龍)을 진압한다는 뜻.
전설에 따르면,
훙산에 한 마리 용이 살았는데
대홍수를 일으켜 큰 수해가 났으므로
사람들이 서왕모(西王母)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이에 서왕모가 용의 머리 위에
이 탑을 세워 진압하였으며,
탑 명칭을 진룡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 33
홍산공원에서 보는 우루무치 시내 전경
# 34
# 35
# 36
# 37
# 38
# 39
김현태 시인의 '가까운 사랑'이란 시
홍산공원과 '누란의 미녀'가 오버랩되면서
묘하게 어울려 감정이입 중.....
얼마나 위대한 사랑을 찾길래
그대 여태 길을 가고 있는가
황량한 사막을 지나고
폭풍우 바다를 건넜다 한들
그 사랑을 찾을 수 있겠는가.
사랑은 바로 그대의 뒤편에
있다는 걸 잊었는가?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한 사람만을 사랑했던
그 누군가가 전봇대에 숨은 채
여태 그대 뒷모습을
그대여, 정녕 모르는가
그대여, 첫눈이 오는 날
가는 길을 멈추고
부디, 뒤돌아 보시기를
사랑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을
# 40
# 41
# 42
# 43
천산산맥의 설봉은
사막의 도시 우루무치의
# 44
# 47
우루무치 역에 왔다.
가이드가 스프레이, 칼 등
가방에 넣어서는 절대 안되는 물건
버스 기사에게 맡기라 한다.
여기서 타고 다닌 버스와 작별하고
버스는 나중에 투루판에서 다시 만난다.
내 가방이야 가볍지만
여권과 열차표를 들고
공항 검색대 통과하듯 2중 3중 검표 후
1시간여 기다리다 드뎌 기차를 탔다.
# 48
# 49
# 50
게스트하우스 같은 침대칸...
아래 두명 위 2명 4인용 침대
아래칸에서 여자
난생 처음 경험하는 침대 기차여행
불편하지만 누워서 잠을 자며
1000km의 대장정에 오른다
정말 色다른 경험이다.
어떤 풍경이 펼쳐지고
어떤 색채들이 흩뿌려졌을 지......
상상 이상을 경험할 것이다.
# 51
# 52
사막의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천산산맥의 불거진 힘줄이 나타나는가 하면
만년설을 이고 있는 설봉이
작은 동네의 하얀 불빛도,
연둣빛 여린 풀이 자란 오아시스도,
울창한 나무숲도 스쳐간다.
붉은 모래, 검은 모래,
# 53
어김없이 뒤따라오는
# 54
철길 양쪽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과
좋은 사람들과의 정담,
일렬로 끝없이 펼쳐지는 풍력발전기의 행렬,
끝도 시작도 보이지 않는 사막의 지평선,
그대 떠나는가?
열시가 되어서야 천산산맥의 어둠이 내린다.
붉은 기운이 뻗치는 저 곳이 서쪽이리라.
해가 지는 곳으로 쉼없이 가다보면
지중해의 수평선을 보리라.
어둠이 대륙의 기차를 삼킨다.
빛이 닫히자 바깥으로 향했던
두 눈을 거두어 들인다.
곤히 잠이 든 도반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 55
사막에서,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장엄한 일몰.
# 56
번개와 천둥이 번갈아 치며
비와 바람이 기차 유리창을 때린다.
깜짝 놀라 눈을 떴더니 환청이다.
기차 특유의 소리가 살아있을 뿐......
새벽 4시다.
복도로 나와 커텐을 젖히니
노오란 초승달이 수줍게 날 보고 웃는다.
하얀 별이 총.총.총.총.
# 57
복도에 아무도 없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떠오르는 시와
이번 여행부터 필기 대신
5시가 되자 희미한 여명이 밝아온다!
그때부터 나의 눈은 더욱 바쁘다.
6시반 쯤 장엄한 일출이
도반들이 여기 저기서
일몰과 일출을 기차에서 맞이하다니........!
평생 잊지못할 순간이다.
# 58
# 59
# 60
간이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비좁은 침대에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고,
짐을 챙겨 복도로 나온다.
# 61
기차는 8시에 간쑤성 유원역에서
소박한 승객들을 태우고
'The Silk Ro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apter 7. 황금 모래가 소리 내어 우는 명사산에 낙타를 타고 (0) | 2013.08.21 |
---|---|
Chapter 6. 통점에서 피는 붉은 꽃, 사막에도 꽃은 핀다. (0) | 2013.08.19 |
Chapter 4. 그린 & 블루 그리고 화이트의 천산천지 (0) | 2013.08.15 |
Chapter 3. 떠남은 '스카이 블루' (0) | 2013.08.12 |
Chapter 2. 나의 실크로드 Project (0) | 2013.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