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lk Road

Chapter 5. 레드를 꿈꾸는 누란의 미녀

올레리나J 2013. 8. 16. 20:42
 
나는 누란 왕국의 왕비입니다.
붉고 선명한 선혈을 그립니다.
내 비록 갈색 미이라로
유리관 안에 누워있어도
석양 무렵 선혈로 지는 사막의 하늘이
손톱에 붉은 봉숭아물 들인 나를 그리워하기에
나는 오늘도 푸른 빛 영원을 꿈꿉니다.
그 숱한 오늘이 모래처럼 쌓여
3800년이 지났습니다.

깃털로 장식한 모자는 내 머리를 감싸고
내 麻 바지와 비단 옷은 나를 휘감고
비단 신발은 내 발을 지켜주고 있으나
내 육신에서
시나브로 빠져 나가는 수분을 
어찌하리오?
 
내 육신의 물이 방울방울
 천산 천지의 물이 되고
홍산을 안개로 뒤덮어  
월아천 물이 된들 
부질없고 또 부질없는 일이지요.

오랑케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 백성들은 나라를 잃고 떠돕니다.
차마 가슴이 아파
나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내 고향 타클라마칸의 사막의
아름다운 로프노르 호수...
10년에 한 번 비가 오고
모래폭풍이 한 번 불면 모래산이 옮겨가고
1500년을 주기로 물길이 바뀌는 험한 곳이지만
밤엔 별이 쏟아지고
모래들이 부대끼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오아시스를 찾던 대상들의 환호와 웃음이 있어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나는 그날을 기억합니다.
하늘이 울부짖고
붉은 모래가 광풍처럼 회오리치더니
우리의 터전은
삽시간에 모래산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3800년 전 그날
나의 나이 40세, 신장 155㎝, 혈액형 ㅇ형인
누란 왕국의 왕비였습니다.

열망이 간절하면 이루어지나요?
선명한 선혈을 열망했더니
내 몸에 스르르 열꽃이 돋습니다.
붉디 붉은 입술이
불화로처럼 발갛게 달아오릅니다
얼굴에 선홍빛 미소가 번집니다.

누가 나를 '죽음의 모나리자' 라고 부르나요?
나는 아직도 붉은 사막을 지켜봅니다.
황톳빛 누란 왕국의 부활을 꿈꿉니다.
 
(신강성 박물관에서
누란의 미이라가 내게 속삭였다.)
 




# 1

이슬람 사원을 연상하게 하는
산뜻한 외관을 가진 신강성 박물관





# 2.
박물관 천정





# 3.

박물관에 입장 검문 검색이 대단하다.
물도 안되고, 베낭도 안되고
칼도 안되고...
공항 검색대처럼 요란하다.





# 4.
신강성의 모형지도

신강성(新疆省)의 한자 중
강(疆) 의미를 찾아본다.

왼쪽 활궁(弓)자의 일곱획,
맨 아래 삐침을 한 획으로 간주하고
신강성과 인접해 있는 7개 나라 즉
몽골,인도,카자흐스탄,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키르키스탄을 나타낸다.
오른쪽에 있는 한 일자 (一) 3개와
두개의 밭 전(田)자는
맨 위부터 차례로
(一)우랄 알타이 산맥
(田) 중갈분지
(一) 천산산맥
(田) 타림분지 (타클라마칸 사막)
(一) 곤륜산맥을 의미
활궁자의 아랫부분에 있는 흙토(土)자는
빼앗겼던 영토를 잊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1884년 청나라는
이 지역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고,
'새로운 땅' 이라는 뜻의
 '신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위구르인 입장에서는
'동투르키스탄' 이라고 불리기 원하고 있고
끊임없이 독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철광석, 석탄, 석유 등
신강성의 자원이 무궁무진한데
중국 정부가 '그래, 독립해라' 하겠습니까?
티벳 자치구도 마찬가지이구요.





# 5.

1층에는 신강 일대 유목민들의
공예품, 악기, 의류 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부터는 촬영이 엄격히 금지된 채로
여러 구의 미이라가 보존되어 있다.





# 6.
누란의 미녀

‘누란의 잠자는 미녀’는
봉숭아물을 들인 손톱과 얼굴의 문신,
웃음을 띄운 듯한 표정으로
‘죽음의 모나리자’라고도 부른다.
3800 년 전 누란 왕국의 처녀가
금방이라도 살아 일어날 것 같다.




# 7.

컴퓨터 그래픽 복원 모형





# 8. 

누란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은
스웨덴의 탐험가 '스벤 헤딘'이었다.
그는 1901년 겨울,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간 뒤
물을 얼음으로 저장해 20일간 사막을 횡단해
로프노르까지 가서
목간과 문서 등 누란의 유적을 발굴했다.





# 9.
발톱이 그대로다 !
뼈도 그대로다.
사막의 건조기후는
 그에게서 물만 빼내갔다.

 


# 10
사진 8과 9에 살을 붙이고 옷을 입히니
건장한 장군이 걸어나온다.


 


# 11.

 

머리카락도 손톱도 그대로다.
이집트의 미라들이
화학적인 처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곳의 미라는 자연 건조된 것들이다.
타클라마칸의 건조한 기후 때문에
그냥 묻어놓아도
수분이 증발되면서 미라로 되어버린다.






# 12 
미이라가 발굴된 타클라마칸 사막






# 13

신강성에 살고 있는
위구르족을 비롯하여 16개 민족의
의상, 생활용품, 주거형태 등을
깔끔하게 전시해 놓았다.
저마다 전통을 간직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가꾸며 산다.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누란의 미녀 홍산공원으로 직진!





# 28 




# 29 




# 30 




# 31

홍산공원(紅山公園)은 그 이름 그대로,
홍산(紅山)에 만들어진 공원이고,
홍산은 다시 한자어 그대로 붉은 산이라는 뜻.
붉은 색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이라고 해서
붉을 "홍(紅)" 자를 이름에 사용했다.
홍산은 우루무치에서 볼만한 경치 10경 중 하나.





# 32

풍수탑(風水塔)의 일종으로,
진룡탑이라는 명칭은 용(龍)을 진압한다는 뜻.

전설에 따르면,
훙산에 한 마리 용이 살았는데
대홍수를 일으켜 큰 수해가 났으므로
사람들이 서왕모(西王母)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이에 서왕모가 용의 머리 위에
이 탑을 세워 진압하였으며,
탑 명칭을 진룡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 33
홍산공원에서 보는 우루무치 시내 전경




# 34 




# 35 




# 36 




# 37 




# 38 




# 39
김현태 시인의 '가까운 사랑'이란 시
홍산공원과 '누란의 미녀'가 오버랩되면서
묘하게 어울려 감정이입 중.....

얼마나 위대한 사랑을 찾길래
그대 여태 길을 가고 있는가
황량한 사막을 지나고
폭풍우 바다를 건넜다 한들
그 사랑을 찾을 수 있겠는가.

사랑은 바로 그대의 뒤편에
있다는 걸 잊었는가?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한 사람만을 사랑했던
그 누군가가 전봇대에 숨은 채
여태 그대 뒷모습을
그리워했다는 걸
그대여, 정녕 모르는가

그대여, 첫눈이 오는 날
가는 길을 멈추고
부디, 뒤돌아 보시기를

사랑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을
기억해주시길......





# 40 




# 41 




# 42 




# 43

천산산맥의 설봉은
우리가 어디로 가던지 간에 따라온다.
사막의 도시 우루무치의
 생사여부가 달려 있는 산임에 틀림없다.





# 44 

 

# 45 

 

 
# 46
 



# 47

우루무치 역에 왔다.
가이드가 스프레이, 칼 등
가방에 넣어서는 절대 안되는 물건
목록을 일러주고
버스 기사에게 맡기라 한다.
여기서 타고 다닌 버스와 작별하고
버스는 나중에 투루판에서 다시 만난다.

내 가방이야 가볍지만
 다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에스컬레이터 없는 계단을
낑낑거리며 오르내린다.

여권과 열차표를 들고
공항 검색대 통과하듯 2중 3중 검표 후
1시간여 기다리다 드뎌 기차를 탔다.




# 48 




# 49 




# 50
게스트하우스 같은 침대칸...
아래 두명 위 2명 4인용 침대
아래칸에서 여자
  윗칸에선 남자가 자기로 정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침대 기차여행
불편하지만 누워서 잠을 자며
1000km의 대장정에 오른다
 
정말 色다른 경험이다.
어떤 풍경이 펼쳐지고
어떤 색채들이 흩뿌려졌을 지......
 
상상 이상을 경험할 것이다.





# 51




# 52
사막의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천산산맥의 불거진 힘줄이 나타나는가 하면
만년설을 이고 있는 설봉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작은 동네의 하얀 불빛도,
연둣빛 여린 풀이 자란 오아시스도,
울창한 나무숲도 스쳐간다.
붉은 모래, 검은 모래,
황톳빛 대지를 지난다.






# 53

어김없이 뒤따라오는
천산산맥의 만년설




# 54 

철길 양쪽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과
좋은 사람들과의 정담,
일렬로 끝없이 펼쳐지는 풍력발전기의 행렬,
끝도 시작도 보이지 않는 사막의 지평선,

 그대 떠나는가?
내가 떠나고 있는가?

열시가 되어서야 천산산맥의 어둠이 내린다.
붉은 기운이 뻗치는 저 곳이 서쪽이리라.
해가 지는 곳으로 쉼없이 가다보면
지중해의 수평선을 보리라.

어둠이 대륙의 기차를 삼킨다.
빛이 닫히자 바깥으로 향했던
두 눈을 거두어 들인다.
곤히 잠이 든 도반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 55

사막에서,
기차에서 보는 장엄한 일몰.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장엄한 일몰.





# 56 

번개와 천둥이 번갈아 치며
비와 바람이 기차 유리창을 때린다.

 깜짝 놀라 눈을 떴더니 환청이다.
기차 특유의 소리가 살아있을 뿐...... 
꿈을 꾼 것이다.

 새벽 4시다.
복도로 나와 커텐을 젖히니
노오란 초승달이 수줍게 날 보고 웃는다.
하얀 별이 총.총.총.총.
기차 꽁무니를 따라 온다. 

 


 


# 57
복도에 아무도 없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떠오르는 시와
느끼는 감정들을 입력한다.

 이번 여행부터 필기 대신
글자판을 두드린다.

 5시가 되자 희미한 여명이 밝아온다!
그때부터 나의 눈은 더욱 바쁘다.
6시반 쯤 장엄한 일출이
황량한 사막에 붉은 색을 입힌다. 

도반들이 여기 저기서
감탄사를 퍼부으며
 셔터를 누른다. 

 일몰과 일출을 기차에서 맞이하다니........!
평생 잊지못할 순간이다.
 

 # 58

 

 

# 59



  



# 60 
 
간이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비좁은 침대에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고,
짐을 챙겨 복도로 나온다.





# 61

기차는 8시에 간쑤성 유원역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토해내고
소박한 승객들을 태우고
다시 먼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