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천산을 보고 '그린샤워'를 하고
천지를 보고 '블루샤워'를 한다.
천산 천지에 걸린 구름으로
'화이트 샤워'를 한다.
살갗을 애무하는 바람으로
말갛게 몸을 말린다.
민들레 꽃잎처럼 가벼운 마음을
두 발이 몸보다 사뿐히 먼저 간다.
천산천지가 내게 보여 준
다양한 표정의 색감......
좀더 진실하게 맞이하고자
色을 왜곡해서 보여주는
# 2
우루무치시 천산산맥의 버거다봉의 만년설( 해발5,455m)
중앙아시아 대륙, 실크로드의 중간에
커다란 분지인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고,
이 곳에는 사막을 가로 지르는
길이 2,555km의 대 장벽이 있는데,
이 장벽이 천산 산맥이다.
천산산맥은 최고봉인 빅토리봉(승리봉) 7439m
칸텐그리봉 7010m과 함께
여기서 보는 보고타봉(박격달봉)을
자랑스럽게 품은 거대한 산맥이다.
# 3
천산은 이미 당 현종 때 마르코폴로의 일지에서
그 기록이 시작되며,
천지와 함께 유명세를 같이 해서
천지와 천산이 따로 불리기 보다는
'천산천지'로 같이 불린다
# 4
# 5
모자를 파는 카자흐족
# 6
버스로 이동하며
# 7
몸이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심히 쏠리니
나도 모르게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오른발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어지럽다.
# 8
서왕모가 세수한 소천지
# 9
높이 올라갈수록 가문비나무 숲이 울창하다.
# 10
굽이굽이 몇 굽이던가?
굽이굽이 휘휘도는 한계령이던가?
# 11
천지까지 운행하는 비슷한 셔틀버스를
두 번 갈아탄다.
이 곳에 거주하는 카자흐족 원주민들을 위해서란다
관광 수입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어
주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족들에게 폭동을 일으키지 마라는
중국의 소수민족 달래기 일환이라는 게 씁쓸할 뿐....
여행객의 입장에선 번거롭지만
갈아타는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고
나는 “No Problem!″
# 12
# 13
이번에는 전동차를 탄다.
한참을 기다려 탔는데
걸어서 10여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다.
맑은 공기 마시며
가문비 나무 숲그늘 쪽으로 걸어도 좋으리......
중국의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케이블카와 유람선과
셔틀버스들와 전동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고생하는 것을
용남하지 않으려는 듯....
아주 친절하고 편리하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문제로
환경단체 등등 떠들썩했던 우리와는
완전 다르다.
땅덩어리의 크기 차이일까?
이런 과잉 친절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제발 화장실 문화 좀 업 그레이드 시켜주시길....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신강 자치구 어딜가나 따라다니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천산과
서왕모의 전설이 살아 꿈틀거리는 천지에
좀 더 가까이... 가까이....다가간다.
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은 눈이 시리고
박격달봉의 만년설에서 시작된 서늘한 바람은
몸을 식혀준다.
수줍게 피어있는 들꽃과 해당화는
여행객의 마음에 아름다운 수를 놓는다.
# 24
# 25
# 26
천산천지의 속살을 보라고 유람선 대기 중
# 27
나는 유람선을 타고
정덕수 시인의 한계령을 읊으며
통기타 가수 양희은의 한계령을 들으며
그린 & 블루 그리고 화이트 샤워로
몸과 마음을 말갛게 헹구어 낸다.
# 28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 29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 30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 31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32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 33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 34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35
백두산 천지와 천산의 천지는
이름은 같지만
개성이 너무나 다르다.
백두산 천지를 다녀온 남편의 경험을 바탕으로
첫째, 백두산이 3배 정도 더 크며 남성적이지만
천산의 천지는 아기자기 여성적이다.
둘째, 백두산 천지는 화산폴발로 만들어진 칼데라호
천산 천지는 만년설이 녹아 자연적으로 물이 고인 빙적호
셋째, 백두산 천지는 유람선이 없는데
이곳엔 유람선이 있다.
넷째, 백두산 천지는 우리 한민족의 천지
천산천지는 위구르 사람들의 천지이다.
우리의 천지가 신비함의 극치라면,
천산 천지는 그저 유원지다.
다섯째, 백두산 천지는 변화무쌍하여
천산 천지는 유람선과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꼬치를 구워 파느라 연기와 냄새도 자욱하다.
신비로움보다는
# 36
# 37
이태백의 시도 읊조려 본다.
푸른 산 봉우리 하늘을 찌르는 듯
그 산속 소요하시느라 세월을 잊으신 분
구름 헤치고 옛길 찾아들고
나무에 기대어 흐르는 물소리 듣네
꽃 아래 따스한 곳에 청우가 누워 있고
소나무 높은 가지에 백학이 잠을 자네
이야기 오가는 가운데
안개 속 썰렁한 길을 나홀로 돌아왔네.
# 38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만년설이 쌓인 봉우리
# 39
유람선의 여인
# 40
# 41
# 42
천지의 물은 멀리서 보면 짙은 코발트 색이요
가까이서 보면 속이 훤히 들어다뵈는 에매랄드다.
가문비나무 숲 그림자는 짙은 에매랄드
흰구름이 지나면서 해를 가린 자리는 검은 에매랄드
만년설의 그림자는 맑은 에매랄드
천산천지엔 에매랄드 그라데이션!
# 43
# 44
도교사원이 있는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탔다.
여기 도교사원에 서왕모의 위폐가 모셔져 있고
중국인들에게 있어 서왕모는 대단한 신력을 가지 신이다.
주로 기복장수와 사후천국 발복의 대상으로
불로불사약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불사수라는 별칭을 가진 '천도 복숭아'다.
서왕모의 염력으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게
불로불사약을 받고 싶은 한족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우리 나라 도교에서도 서왕모를 모시고
또 '서왕모' 라는 복숭아 품종이 있다고.
# 45
중국에서는 서쪽을 죽음의 방향으로 보는데
우루무치가 서쪽이므로 서왕모는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다.
3천년 만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는 복숭아
이를 관리하는 서왕모 몰래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이
그리고 삼천갑자 동방삭이
이 복숭아를 훔쳐 먹으면서
서왕모 전설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중국 민간신앙의 중심인 서왕모의 전설은 여러 가지다.
서왕모는 곤륜산과 옥산에서 사는데
풀어헤친 머리칼에
머리에는 꽃을 꽂고
표범의 꼬리에 호랑이 이빨을 하고
휘파람을 불고 다닌다.
그러다가 세월의 더께를 더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점차 아름다운 여성으로 모습을 갖춰
바야흐로 도교의 신이 된다.
# 46
# 47
# 48
# 49
왼쪽 방향으로 걸어서
도교사원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멋진 풍광을 곁에 두고 트레킹 한 번 해보았음....
# 50
내려 오다가 아쉬워 천지 입석 아래서 인증샷!
# 51
중국 신화속의 여신 서왕모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얘기를 들어보라.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서역 지방으로 순행을 떠난다.
그는 요지(瑤池)의 호수 위에
희디흰 연꽃이 떠 있는 것을 보고
가까이 가게 간다.
그것은 연꽃이 아니라 목욕하는 서왕모였다.
서왕모에게 빠진 목왕은
서역 지방 돌아보기를 그만두고
날마다 서왕모와의 사랑에만 몰두한다.
이들의 사랑은 주나라가 침입을 받았다는 급보 때문에
황급히 귀국을 하게 된 목왕으로 인해 끝난다.
이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상술로
사랑을 갈망하는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참동안 지켜보고 있었으나
사랑을 원하는 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천산의 땡볕만이
천지 깊숙이 사랑의 손길을 빛내림하고 있을 뿐.....
# 52
걸어서 내려가는 길
그늘 쪽은 서늘하다.
# 53
아쉬워서 다시 한 번 돌아다 보고...
# 54
# 55
천산의 바람결을 느끼고 있는 중
# 56
저 산 꼭데기의 누각의 용도는 무얼까?
삼각형에 꼭짓점을 찍어놓았네
# 57
셔틀버스를 타기 전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 58
하얀 지붕이 대형 식당이고
그 옆 코끼리 형상의 암석 모형이 화장실이다.
천지 입구에 별 5개를 붙여놓은 화장실이 있는데
인천공항 보단 못했고 이 곳의 화장실도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 59
# 60
# 61
식당 내부
# 62
난을 굽고 있는 청년
인도에서 무척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밀가루 반죽을 화덕벽면에 붙여 구운 담백한 빵
# 63
화장실
# 64
한낮의 더위에 졸고 있는 버스들
# 65
안내원 실습 중인 위그루 처자
# 66
# 67
# 68
확 트인 고속도로를 달려
우루무치 시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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