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포토 다이어리

3월의 햇살 마중 나가니 새순의 속삭임이 들린다.

올레리나J 2013. 3. 4. 17:19

 

 

 

 

2013.3.4.월.

2월말에서 3월 초로 이어지는

황금같은 방학에

부임지 교실 청소에

기본 환경정리까지 아주 바빴다.

 

새학교 새학년 새동료들에 대한

기대반 걱정반으로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다가

드디어 새학교에 정식으로 출근했다.

 

다른반에 비해

좋게 말하면 활기찬 아이들을

5학년 3반이란 이름으로 만났다.

 

"잘 지내보자꾸나" 

 

 

 

 

 

 

 

2013.3.5.화.

전임지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직원 종례시간

업무요청하는 샘들마다

농담을 한마디씩 하여

분위기를 즐겁게 상승시킨다.

큰일났다.

우스개 소리를 잘하지 못하는 나여서...

 

 

 

 

2013.3.6.수.

아이들이 젤 좋아하는 시간이 체육이다.

체육교과서를 무시하고

남자애들은 축구를

여자애들은 피구를 하자한다.

체육=운동장=축구,피구=좋은 선생님

이런 공식이다.

무엇을 하던 체육을 열심히 해주기로 한다.

남자샘 부럽지 않도록...... 

 

'아이들 알아가기'를 시작했다.

출석번호 1번부터....

 

점심시간에 같이 밥먹기,

사진찍기, 심부름하기 등

내 주변 가까이에 둔다.

처음엔 쑥스러하지만 나중엔

그 날을 기대하리라...

 

(우리 반 1번

믿듬직한 친구다.

3학년 때 이사를 가서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

전학가고 싶진 않단다.

첫날 맨 처음 교실에 들어온 아이다.)

 

 

 

2013.3.7.목.

'어린 새가 나이든 새보다 더 아름답게 노래한다'

10년간의 총리직 퇴임에 즈음하여

원자바오는 이런 말을 했다. 

 

젊은샘들의 일처리 능력에 새삼 감탄하며

요즘 나는 이 말을 실감한다.

 

(기범이가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

 

 

2013.3.8.금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이 바로 그렇다.

바쁜데 그 바쁨이 진정 내것일까?

하는....

 

 2013.3.9.토.

남편 동료 결혼식에 들렀다가

성북동 남편 친구가 운영하는

조셉의 커피나무에서 깔끔한 커피를 마셨다.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커피는 처음...

 지난 가을 동료들과 서울미술관 들러

저녁먹으로 간

닭백숙집으로 유명한 식당 근처였다.

수염을 멋지게 길러 예술가 분위기 물씬 풍기는...

얼굴에 '나 선한 사람이외다'라고 쓰여진...

분과 남편의 대화를 들으며

나조차 포근해지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그런 다음 가파른 언덕을 운동삼아 걸어서 넘어오니

성균관대 뒷쪽 지난 가을에 차를 타고 넘던 그 길이었다.

너무나 와보고 싶었던 북촌 한옥마을에서

나는 행복했네...

 

 

2013.3.11.월

아주 긴~긴~ 주말을 보내고

목이 따끔거리는 상태로 출근...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정들...

따라가느라 헉헉댄다.

 

(민서는 사랑스런 아이다.

다정다감한 성격이다.

선생님은 무얼 좋아하세요?

등등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저부터 궁금해한다.

누나 둘에 부모님 그리고

북에서 내려온 할아버지 이야기까지....

민서와 대화 후

행복한 가족들 모습이 떠오른다.)

 

 

 

2013.3.12.화.

저녁에 환영회에 참석했다.

부디 이 학교에 잘 적응해얄텐데...

 

추적추적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비

 

으슬으슬 춥다. 

 

 

 

 

 

 

2013.3.13.수.

매일 시사 뉴스를 시간 나는 짬짬이

아이들에게 브리핑해 준다.

와인 이름 같은 키리졸브 훈련에

교황선출에 관한 콘클라베 등등

그날의 뉴스를 간단하게 풀어주니

엄청 좋아한다.

우린 세계 속에서 살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구.....

국내 뉴스부터 해외까지,

주제도 다양하게...

 

오늘은 중국에서 달걀 만한

돌연변이 올챙이 이야기를 해주며

어릴적 개구리 잡아먹던 이야기까지

그림 그려가며 실감나게 해주었더니

숨죽이다가 웃다가...ㅋㅋ

 

1년 동안 나를 담임으로 만난 5학년 3반 아이들은

상식이 풍부한 아이들...

감성이 풍부한 아이들...

지혜로운 아이들...

맘 따뜻한 아이들이 될거야...ㅎㅎ 

 

 

 2013.3.14.목.

우리 반 일등 까불이...

 떼쓰기...

아이답지 않은 고집, 아집에

 애교부리기

 

 

 

2013.3.15.금.

학부모총회

15명의 어머니들과

학급교육에 관해 논하다...

 

 2013.3.18.월.

토요일은 모임 다녀온 후

푸욱 쉬고

월요일 4교시후 평생학습관 출장

정신없이 바쁨...

(내가 묻는 말에만 성실하게 대답하는 성경이...)

 

 

2013.3.19.화.

힘들지만 아이들과 잘 소통하면서

즐겁게 공부한다.

어린시절 자체가 드라마였었기에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산 교과서이지 뭐야~~

오늘은 토끼 기르던 이야기

참새잡던 이야기

논에서 일하며

 거머리에게 피를 빨렸던 이야기까지...

목이 칼칼하고 통증이 오지만

아이들 얼굴에 번지는 행복한 미소를 보면

또 열정을 갖고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행복하다.

 

(창조녀석 어쩜 이리도 붙임성이 좋을까?

나하고 대화가 통한다. 

훈희는 참을성이 부족한거 같아요.

화가 나면 손발이 먼저 올라가요.

동욱이는 떼쟁이에요.

동생 같아요.철이 없단 거지요.

사물함 위가 더러워

수세미로 닦아야겠어요 등등..

쉴새없이 말을 한다.

내가 이런 기회를 만들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났을 아이들 개성과

꾸미지 않은 대화들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이젠 다음 아이가 기다려진다.)

 

 

2013.3.20.수.

출근 길 조금 늦겠다싶어 뛰다

산수유 노랑꽃을 보았네.

금방이라도 터트릴 듯 알알이 수줍다.

 

꽃봉오리 큰 목련 꽃잎도

언제 나올까?

시기를 저울질...

 

뛰던 걸음 박자 늦춰

산수유 알알이 세어보네

 

초조한 마음도

무표정한 얼굴도

 

금새 따뜻해진다.

금새 미소가 피어오른다.

 

(언제 어디서든지 나타나

도와주는 홍반장 같은 승현이)

 

 

2013.3.20.목.

울반 제일 개구쟁이이자

 떼쟁이가 오늘 전학을 갔다.

그와 맞먹는 남자애가 바로 오고...

(오늘의 내 짝인 성우는

피아니스트가 꿈이고 

얌전한데 막상 이야기를 해보니

엄청 다정다감하다.

내게 젤 궁금한게 나이란다.

나도 절대 말해줄 수 없는 것이 나이라고

제발 그것만 묻지 마라고...

성우는 그냥 쓰윽 웃고 만다.)

 

 

2013.3.22.금.

아이들이 오늘따라

하품을 많이 하고 지쳐보여

마지막 시간에

친구모셔오기 게임을 했다.

평소 같으면 학원에 가야한다며

청소도 하지 않고 가겠다던 녀석들이

한 판만 더 하자고 조른다.

단비를 맞은 새싹처럼 생기가 넘친다.

 

(이름이 규리여서, 귀여워서,

내가 귤이라 부른다.

친구사랑 표어그리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복도에 작품들을 게시한 후 

 그 앞에서

지나가던 민서가 찍어주었는데

심히 흔들렸다. ) 

 

 

 2013.3.23.토.

친구 딸 결혼식 참석...

구로 명품예식장의

피로연 음식이 괜찮아

하객들이 모두 찬탄!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친구들

오랜만에 만났다.

모두들 건강한 모습들이다.

 

 

 

 

 2013.3.24.일.

소래습지 워킹

소래포구에서 우럭회를 맛보다.

바람은 불었으나 봄햇살이 따사!

 

 

 

 

 

 

 

 

 

2013.3.25.월.

오늘부터 학부수모 상담 주간이다.

3시부터 3명의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과 짝이 되어

대화나누는 프로그램을 제일 좋아했다.

이야기 많이 해주는 것, 

허용적인 분위기 등등

 

(서윤이 어머니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백번 강조해도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교우관계일 터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지 않고

서로 배려하는 맘을 갖도록

 지도해야 겠다) 

 

 

2013.3.26.화.

어젠 전전임지 개교모임

이름하여 세뫼사랑 모임에서

정년퇴임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오랜만에 옛동료들을 만났다.

모처럼 10명 전원 참석하였고

40여년을 마감하신 조샘께 박수를 보냈다.

 

보릿골의 보쌈이 맛나다.

 

 

 

 

2013.3.27.수.

전담시간에 처음으로

2층

학교도서관을 방문.

전임지보다 교사도서가 많지 않아 급 실망...

 

(달덩이처럼 예쁘고 착한 예서

내가 말만 하면 웃는다.

오후엔 엄마와 상담을...

책을 많이 읽고,

내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딸이었음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고...

손잡고 도서관에도 같이 가고

칭찬많이 하여

발표하는데 부끄러움이 없도록 해줘야지... )

 

 

 

2013.3.28.목.

연주와의 대화

"선생님이 연주 이름을맨 처음 외웠다?"

"ㅎㅎ 왜요?"

"우리 반 1등으로 배정되어서..."

"1등 아닌 것 같은데..."

"아니야, 연주는 자신감을 가져.

운동도 잘 하고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고..."

부끄러워 어절 줄 모른다.

"4학년 때 제일 재밌었던 일은 뭐야?"

"라면 파티 했던 거요."

"샘도 주5일제 되기 전에 했는데

그후로는 마땅한 시간이 없어 못했어.

어떻게 했지?"

"1교시 후 했어요.

각자 라면을 사와서요."

"라면 먹는걸 부모님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아니요. 좋다고 하셨어요."

 

공부 잘하는 녀석들이 건방지기 마련인데

지켜볼수록 예절도 바르고 순수하다.

체육시간에 티볼을 하면서

 연주가 친 배트에 살짝 스쳤는데

선생님 괜찮냐고 몇번을 확인한다.

 

"선생님께 바라는 거 없니?"

"이야기 많이 해주는거요."

"지금도 충분히 많이 해주잖아."

"예...지금처럼 만요..."

 

 

2013.3.29.금.

3월생인 아아들 생일 파티를 했다.

5학년이라 시간빼느라 엄청 힘들지만

워낙 좋아하는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공부보다는 이런 여유들이 있어야

친구사이도 좋아지고

정서함양에도 좋을 거라는 생각한다.

 

 

2013.3.31.일.

중학동창들과 남산 오르다.

동창모임 끝나고 봄을 보러

케이블카타고 남산에 올랐다.

케이블카를 타려는

내외국인 관광객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모처럼 산뜻한 나들이였다.

오늘은 3월의 마지막날...

 

3월을 한마디 단어로 정리하자면

"바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