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그들은 옷을 벗었다, 그리고 밭을 갈았다.

올레리나J 2013. 2. 4. 13:44

오늘은 2013년 입춘

우리네 조상들은 새해의 시작,

봄의 시작을 맞아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의

입춘서를 쓰며 길함과 건강을 빌었을텐데

오늘은 '입춘대설'이라 할만큼

간밤에 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새하얗다.

어찌나 소담스럽고 풍요럽게 쌓였는지

올 한 해는 분명 풍년이로세!

 

혹시 나경(裸耕)이란 단어를 아시는지?

 

우리 나라 청동기 시대인

기원전 3-4세기쯤 제작됐다고 추정되는

'농경문(農耕文) 청동기'를 보면

머리 위에 긴 깃털 같은 물체를 꽂은 채

따비로 밭을 일구는 남자와

괭이를 든 인물이 표현돼 있다.

 

 

 

 

그런데 세상에나!

오른쪽 남자를 보라.

따비(쟁기)로 밭을 가는 이 남자는

홀라당 벗고 있다. 

실오라기 한 올도 걸치지 않은 채

쟁기로 밭을 갈고 있는 이 남자...

과연 어떤 사연이 있길래?

 

매년 입춘 아침에

함경도라든가, 평안도와 같은 북쪽 지방에서

나무로 만든 소(木牛)를 몰아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이때 밭을 가는 자와 씨를 뿌리는 자는

반드시 옷을 벗는 나경(裸耕) 세시 행사를  했다고.

 

ㅋㅋㅋㅋㅋ

겨우내 가마니 짜고 소여물 먹이며

단련한 식스팩, 쵸콜릿 복근을  내보이며

호연지기를 탐했을까?

 

올해도 열심히 일해서

가솔들을 배불리 먹이겠노라고

호언장담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추위를 견뎌내는 씩씩함으로

동네의 아낙들을 유혹했을까?

 

 

전라(全裸)로 밭을 갈 엄두는 내지 못해도

입춘인 오늘 폭설 밑엔 분명 봄새싹이 

기지개를 펴기 위해 워밍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눈 쌓인 담장을 훌쩍 넘어

봄바람은 분명 불어올 것이다.

 

올해는 곡식 풍년, 과일 풍년,

그리고 풍어의 한해가 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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