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베트

구채구 물을 보면 다른 곳의 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올레리나J 2012. 8. 16. 10:39

 


2012.7.30.
지난밤 추워서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잤다
침대 밑에 전기요가 있었다는 걸
아침에 일행에게서 들었다.
고산증과 힘든 일정때문에
룸을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지금까지 좋았던 날씨가 오늘은 흐리다.
가이드가 전해준 일기예보는 중간비라고...
천주사 마을의 해발고도는 3000미터
감기증상처럼 머리가 지근거린다.

천주사 마을은 사천성 대지진 때
피해를 입은 장족(티벳인)들을 집단 이주시켜서
마을을 형성하였다고 한다.
마을을 재건할 때 중국정부에서
전액 무상으로 집을 지어 주민들에게 분양을 하고
생업에 종사토록 하였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장족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선심성 행정을 펴고 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천주사 민강원 호텔 로비의 모주석 동상
9시 출발 직전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불교로 유명한 티베트는
중국 서부에 위치한다.
중국에서는 이 지역을 시장(서장)이라고,
티베트 민족을 장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티베트 민족의 터전이 시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쓰촨성 북부 구채구(九寨溝, 주자이거우)에도 있다.

중국 정부가 가상의 금을 그어
쓰촨성 소속이 되었지만,
대대로 장족의 터전이었으므로
구채구는 티베트 지역인 것이다.




구채구는 요즘 가장 뜨거운 중국 여행지다.
우리 나라에서만 요란을 떠는 게 아니다.
중국인에게도 가장 각광받는 관광지다.




구채구는 해발 2140~4558m 사이
산악지대에 형성된 계곡이다.
험한 산줄기 깊숙한 안쪽으로 빙하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데,
어느 골에 머물러서는 호수가 되고
어느 벼랑에 이르러서는 폭포를 이루어
55㎞ 길이의 물길을 이룬다.
이 물길 언저리에 장족 마을 9개가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이름하여 ‘아홉 개 마을이 있는 계곡’이란 뜻의 구채구다.




워낙 오지에 꼭꼭 틀어박혀 있는 바람에
구채구는 1만 년 중국 역사에서
한 번도 존재를 드러낸 적이 없다.
중국 정부가 구채구의 존재를 확인한 게 1975년이었다.
어느 벌목공이 산을 헤매다 이
계곡에 발을 디딘 게 구채구가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가 됐다.
이 계곡에 살던 장족도 그때 비로소 구채구 바깥 세상,
다시 말해 한족과 처음 접촉을 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이내 구채구 보호정책에 착수했다.
7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고,
유네스코도 92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했다.




지금 중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구채구를 꼽은 이유도
구채구가 알려진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구채구가 발견된 게 겨우 30년쯤 전 일이니,
1만년 중국 역사 앞에서 보면 갓 나온 신상품인 셈이다.
더욱이 4년 전 쓰촨성 대지진으로
중국정부가 이곳으로의 여행을 의도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여행객들을 보아도 중국 한족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엄청 많았고 시끄러웠고...




중국의 수많은 명승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1만 년 넘는 중국 문화의 흔적을
어떻게든 새겨넣는다는 것이다.
이백(701~762)·두보(712~770)·소동파(1036~1101) 등
내로라하는 문인의 글귀나
먼 옛날 황제를 위해 놓았다는
돌계단이 까마득히 포개져 있거나,
깎아지르는 절벽 위에
암자나 정자가 달랑 놓여져 있거나,
이도 아니면 마오쩌둥이나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에 관한 일화가 얽혀 있다.




그러나 구채구에는 달랑 자연만 있다.
중국이 으스대는 허다한 명승지 가운데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곳은
구채구가 유일하다.
전설에서나 존재하는 비경에는
전설이 덧칠될 수 없다는 이치를
구채구는 몸소 증명한다.




구채구를 여행하기 좋은 시기로는 6~9월을 꼽는다.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에
가을과 겨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이른 편이다.
여름은 산에 있던 눈이 녹아 사방에 물이 풍부하고,
8월말부터 시작되는 가을의 단풍은
물빛만으로 아름다운 구채구를 더욱 환상적인 세계로 만든단다.




구채구 입구에서 셔틀버스가 출발한다.
200대가 넘는 셔틀버스가
온종일 구채구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이 호수에서 저 호수로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오전 7시부터 셔틀버스가 운행하는데
관광객 수만 명이 셔틀버스를 타려고 긴 줄을 선다.
그 긴 줄의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구채구에 있는 호수 이름엔 하나같이 바다(海)가 붙는다.
오화해·장해·경해·전죽해 따위가 모두 호수다.
장족이 그렇게 불렀다.
평생 바다라고는 구경한 적 없는,
그러나 산 아래 세상에는
바다라는 게 있다는 걸 소문으로만 알고 있던
장족들이 바다를 상상하며 호수 114개에 하나씩
‘무슨 바다’ ‘무슨 바다’ 이름을 붙였단다.
구채구의 드넓은 호수는 그들에게 바다였던 것이다.




우리는 Y자의 왼쪽 윗부분에 위치하는
장해까지 셔틀버스를 타고한 30여분 올라가
장해와 오채지를 보고 락일랑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Y자의 오른쪽 부분을 감상하면서 내려오기로 했다.
구채구의 아홉 개의 장족 마을 중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겨우 세 개
수정구와 일측구 그리고 측자와구가
바로 그것이다.
다른 여섯구는 아직 개발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는데
가이드의 말을 빌리면
그곳이 지금 우리가 보는 곳보다 더 아름답다 하니
아이고 이걸 어쨰!
가을에 한 번 더 오고 싶으나 고놈의 고산증 때문에..




셔틀버스 타고 가면서도 카메라 셔터는 쉬지 않는다.




구채구 즉 9개의 마을에는
약 4만명의 장족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
그 중 개방된 것은
측사와구,일측구,수정구 3개 뿐이다.
구채구의 장족들은 최고의 부자란다.
여름엔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벌고
추운 겨울엔 중국의 최남단 해남도 호텔에서 따뜻하게 지낸다.
금 중에서 순도 99.99%를 자랑하는 장금(쓰촨성에서 장족들이 캐내는 금)이 유명하단다.









티벳불교의 상징 룽다와 타르쵸
장족은 중국 내의 소수 민족 중에서도 강성으로 유명하다.
한족을 비롯한 다른 민족들은
장족과 부딪히기를 꺼릴 만큼 기가 세다.
손님이니까 그들이 무조건 친절하리라 생각하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버스에서 찍은 경해




장해를 향해 굽이굽이 올라간다.




구채구 내에서도 역시 장족의 룰에 따라야 한다.
가이드들은 관광객에게 일단 물건값을 흥정했다면 꼭 사야 하고,
살 생각이 없으면 애초에
장족의 기분을 상하게 할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루얼까이 초원에서처럼 날씨가 맑았으면 좋으련만
가랑비까지 내린다.
산허리에 걸쳐져 있는 구름이 구채구의 신비를 감싸고 있는 듯......




아침일찍 서둘렀어야 하는데
조금 늦었더니만 가는데 마다 긴줄이다.
외국인들은 눈에 띄지 않고 중국인들만...




전통 복장을 빌려입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인산인해...














장해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웅장하면서도 부드럽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여 전망을 좋지 않았지만
산중턱에 감겨 있는 구름이 호수와 어울려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장해는 8㎞ 길이로 구채구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해발3000m 이상의 높이에 있고
평균수심이 44m정도이며
구채구의 물을 공급하는 어머니와 같은 호수이다.
장해 주위는 원시림이 빽빽하고
고봉의 만년설이 녹아 호수로 유입된다.




















다섯서가지 색을 뿜어낸다는 오채지(五彩池)를 보러 내려감




구채구의 핵심은 바로 오채지(五彩池)이다.
황룡에서도 오채지가 최고인데
구채구에서도 오채지가 명불허전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다른 호수들은 모두 바다 해(해)자를 쓰는데
이곳만은 못 지(池)자를 쓰니 다른 호수보다 작은 건 사실이지만
아름다움은 그 어떤 큰 호수보다 뛰어나다.




오채지는 상류 장해의 물이 지하로 흘러 내려와
사계절 항상 일정한 수량을 자랑한다고




사실 나는 기시감 때문에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2010년 여름 동유럽 여행 때 크로아티아
플르트비체 국립공원이 바로 구채구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플르트비체가 훨씬 거대하고,세련되었고
낭만적이었고 한적했다.
빛도 좋았다.




내게 구채구의 경이로움은
'어쩜 이리도 비슷한 자연환경이 있을까? '
에 대한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린 뒤라
물이 보도쪽까지 침범하고 있어
통제를 하고 있어 가까이서 볼수 없어 안타까웠다.




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물색깔이 나오다니...




같은 장소에서 각각 다른 물빛은
누가 어디선가
레이져 빔을 쏘아 연출한 것은 아닐까?
절대자가 상류에 위치한 염색 공장에서
인위적으로 물감을 방류한게 아닐까?
인간은 이런 색을 내지 못할게다.




자그마한 호수이면서 구채구의 정수(精髓)이자
자연예술의 극치라 아니할 수가 없다.
결코 어떤 화가도 이런 물빛을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5가지색을 찾아보려 한다.
파란색·연두색·쪽빛·녹색·옥색·청색·남색을 넘어
코발드 블루, 인디언 블루,
아무튼 이 세상에 있는 파란색으로 통칭되는
모든 파란색이 을 다 들어있다.




온 몸이 파랑으로 물들었다.
마음까지 시원하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내려감



오색의 룽다가 걸려 있는 장족 마을









구채구 안의 유일한 식당
내부는 가장 붐빌 때 2만여명에 대한 식사가 가능한 곳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북새통...
맞은 편에 한국식당 간판도 보인다.
우리 나라 관광객이 얼마나 많길래 ...




장족들의 독점 식당으로 처음엔 무척 어려운 생활을 했으나
정부에서 '풍경구 자치구'로 지정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관광사업으로 부유하게 살게 되었다고




음식을 시켜서 밖에서 먹는 사람들도 많다.









다시 긴줄을 서서 셔틀버스를 기다린다.
줄은 길었지만 워낙 많은 버스들이 운행되어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빙하가 녹은 물답게 물소리도 우렁차다.




오전에 측사와구에서 장해와 오채지를 감상했고
이젠 일측구 쪽으로 간다.




웅묘해(熊猫海) -일명 팬더곰해
이곳이 팬더곰의 서식지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나 보다.
지금 야생 팬더곰은 개체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1,500마리 정도)
철저히 보호하는 중이란다.
새끼를 낳아 기르기가 어려운 대표적인 동물이어서
더욱 보호가 필요하겠지.
























팬더해 폭포를 지난다.









한폭의 수채화 같은 오화해(五花海)














안휘성의 황산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은 산으로 보이지 않고
사천성의 구채구를 보고 나면
다른 물은 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 구채구




오화호 밑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가을에 단풍이 들면 호수 전체가 붉은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단다.









해발 2472m, 수심 8m, 면적 90,000㎡
오화해(五花海)는 꼬리를 접고 있는 공작 모양의 호수다.
호수 건너편을 바라보면 산기슭으로부터
남색·파란색·녹색·노란색으로 그러데이션 된다.





수중의 쓰러진 나무가
썩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는 이유는
풍부한 '석회질' 때문.
구채구의 다양한 물빛도 역시 '석회질' 덕분이다.









구채구에 흐르는 물에는
300만년 전 빙하 녹은 물이
그대로 고여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빙하 침전물에 탄산칼슘 성분이 있어
물에 잠긴 나무도 썩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고,
신비로운 색을 띌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은 사람이 받은 감동까지 설명하지 못한다.














호수 앞에 앉아 잠시 나온 햇빛에
수면이 하얗게 부서지며 찬란하게 반짝이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오화해(五花海)의 물빛은
다섯 송이 꽃이 핀 듯이 현란하다.
호수의 크기와 깊이에 따라,
물에 비친 산 그림자에 따라,
물에 잠긴 수초와 나무에 따라,
물에 내려앉는 빛의 기울기와 강도에 따라
구채구 파란색은
수십만 개로 변화하며 조화를 부린다.



















쭉쭉 뻗은 삼나무 아래서






















































진주탄 폭포다.
높이 21m, 폭 162.5m의 진주탄폭포는
황색 바닥을 구르며 떨어져 내리는 물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진주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총 면적은 9천5백㎡에 달하며
폭포 주위를 다 돌려면 40분 정도 걸린다.
어찌나 소리가 웅장한 지
옆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구채구의 모든 급류 중에서
물색이 제일 아름답고
흐름이 가장 급하며
물소리가 가장 웅장한 지점이다.






















































낙일랑폭포(諾日朗瀑布, Nuorilang Fall)
너비 300m, 높이 20m
천둥 소리처럼 굉음을 울리며 떨어지는 폭포로
구채구에서 가장 멋진 폭포이다.









크고 작은 폭포와 크고 작은 호수를 지난다.
그야말로 물 천지다.














호수에 비가 내린다.
이젠 해발 2천 미터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내 몸은 서서히 적응하고 있는 중




싱그러운 꽃









싸늘하다.
간이 우비를 가져왔지만 차에 있고
비는 맞아도 괜찮을 만큼 내리다가
굵어지기도 한다.
카메라는 품 속에 꼭꼭 숨겨야지...







































오늘 일정은 오후 4시쯤 끝이 났다.
천주사에서 적응되었는지 고산증도 없었다.

저녁 식사 전에 옵션으로
전신 맛사지(30달러)를 90분 동안 받았다.
캄보디아, 태국,중국 서안에서도 맛사지를 받았는데
나라마다 하는 방법이 약간씩 다르다.
그러나 기분좋다는 것과 시원함은 같다.














격상 호텔 옆 '대장금'이라는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손님이 전부 우리 나라 사람들...













1st mov. Allegro con b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