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주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수속을 밟는데
거의 두시간이나 걸렸다.
출국 때 일행 중 한명이
교통정체로 공항에 오는 도중 여행을 취소해서
단체 비자인 관계로 그것도 문제가 되는 것 같았고
여행사에서 비자 신청할 때
이름을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고도 하고
여하튼 같은 여행사에서 바단지린으로 떠나는 팀과
우리 팀만 입국이 늦어진 것이다.
어찌어찌하여 통과는 되었는데
나오다보니 이번엔 여권에 스템프가 찍혀있지 않아
다시 들어가 찍어오는 등
란저우 공항 직원들의 미숙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가 중국말을 알아듣지 못해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그것도
작은 항공기(진에어)라 승객이 많은 것도 아닌데
두,세 시간을 허비하다니 ...
란주 공항의 시스템 문제인지
신생 여행사의 잘못인지 알지 못한 채
새벽 4시 무렵에야 호텔에 도착했다.
잠깐 눈을 붙인 둥 마는 둥
7시에 일어나 조식 후 9시 30분에 호텔로비로 나오니
어제 밤중에 잠시 인사를 나누었던
가이드와 기사가 반겨준다.
한밤중에 들어와 호텔 인상이 어땠는지 기억에 없는
금윤빈관 호텔 외관을 둘러보았다.
기대했던 기내식도 없었고
쥬스 한 잔으로 배를 채운 아쉬운 저녁이었으나
아침 호텔식은 흰 쌀죽과 야채볶음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어찌 되었건 여행의 설레임에 표정은 환하다.
떠나온 날의 우리나라 날씨보다 서늘하고 햇볕이 눈부셨다.
호텔 옆 공원에는 성장을 한 여자들이
음악에 맞춰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처음 만난 아줌마 기사다.
외모도 단정하고 운전도 얌전히 했으나
장거리 운전이 처음이라 하여 신뢰는 가지 않았다.
이동하는 시간이 4시간 정도인데
5시간이 걸렸고
운전은 흐름을 따라 해야 사고도 나지 않는데
지나치게 서행을 해서
다른 차들이 계속 추월하는 걸
답답하게 지켜봐야했다.
길 감각도 서툴러 초행인 남편보다 더 헤메여서
bestdriver는 아닌 걸로....
우리 나라처럼 복숭아가 제철인가 보다.
실크로드의 첫 번째 도시라는 란저우(蘭州)
황량하다 못해 입만 벌리면
모래 먼지가 목구멍으로 넘어온다는 건조한 란저우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이슬람교도들이 모여사는
린샤 회족자치구를 지나
촉촉한 이슬을 머금은 대초원이 펼쳐진다는
티베트의 숨결이 흐르는 샤허로 4시간을 이동한다.
황토고원의 부드러운 곡선이 척박하고 황량한 땅을 휘감고 있다.
이따금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초록의 나무와 모스크가 있는 작은 마을이 지나간다.
작은 마을엔 어김없이
이슬람 사원의 뾰쭉뾰쭉한 기둥들이 보인다.
모로코나 인도의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회족자치구(이슬람)에서 장족(티베트족) 자치구로,
이슬람교에서 티벳 불교로
바깥 풍경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나는 직접 목격하리라.
회족 남자들은 머리에 주방장처럼 하얀 모자를 쓰고
여자들은 스카프처럼 예쁜 히잡으로 머리를 가린다.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것은
청해성 설산에서 흘러나오는 빙하수와
중국의 젖줄 황하가 있기 때문이리라.
허름한 현지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화장실 가면서 일반 가정을 들여다보니
대문은 허름하나 안을 들여다보니
마당도 넓고 꽃들도 많이 심어 화려했다.
휴게소이든 식당이든
화장실이 냄새나고 지저분하여 여행내내 힘들었다.
돈을 주고 가는 곳도 더럽긴 마찬가지...
울긋불긋 타르쵸가 있는 걸로 보아
장족자치구내의 휴게소인갑다.
바람에 나부끼며 우주의 소리를 전하고 있는 타르쵸
10킬로 정도 마다 일기상황이 변한다.
비가 쏟아졌다가 금새 개이고
또 쏟아지고...
드디어 샤허의 라브랑스 입구에 도착했다.
중국 침략을 받기 전의 티베트 영토는
아시아 대륙 서북부 전역에 걸쳐 있었다.
그러므로 현재 세계 지도 상에 나타나는 티베트자치구는
중국에 의해 금 그어진 행정구역일 뿐이다.
티베트 자치구에서 벗어난 지역 중에서
해발 3천~4천미터의 고원에 광할한 초원과
비옥한 토지로 이루어진 라브랑스(拉卜楞寺)는
간쑤성(김숙성) 간난(甘南) 사허현(夏河)에 위치한다.
중국의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샤허는
북으로는 허조우(河州),
남으로는 사천 아바(阿坝),
동으로는 민(岷)현,
서쪽으로는 칭하이(靑海)가 접해있어
고대로부터 티베트 고원 동북부의
중요한 요지였다.
라브랑스는 해발 3000미터의 고원지대의
티벳 최대의 종파인
달라이라마가 속한 겔룩파의 6대 사찰이자
티벳 본토를 제외한
세계에서 제일 큰 사찰이다.
1대 활불 라마인 아왕쇈쥐에 의해 1710년에 창건된 라브랑스는
티베트어 ‘라장’을 음역한 것으로
'부처의 궁’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당시에는 4000여명의 승려가 사는
거대한 사원이었으나
지금은 1500여명의 승려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사원은 약 150여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하나의 마을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서 의학, 음악, 경전 등 제반 교육이 이루어진다.
마을의 아이들도 승려들이 가르칠 정도로
사원은 학문과 교육의 중심이기도 하다.
사원 주위로 3km에 이르는 장랑(長廊)을 따라
전경통 혹은 마니차
(轉經桶-불경이 들어 있는 원통,
티베트 인들은 이것을 돌리는 것이
불경을 외우는 것이라 여긴다.)
1,174개가 바람을 따라
혹은 사람들의 손을 따라 돌고 있다.
곳곳에서 모인 순례자들이
끊임 없이 이 전경통을 돌리는 모습은 장관이라는데
우리가 도착한 것은
땡볕이 따가운 오후여서인지
관광객들만 붐비고 있었다.
사원 안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활불의 사진이 걸려 있었으나 사진 촬영 금지구역이다.
라마교라고도 불리는 티벳불교는
겉으로 보면 평온하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엄격한 서열과 폐쇄적인 계급구조를 가지고 있다.
‘활불’을 비롯한 특권층들에 의해 종단이 좌지우지되어
이것이 그들의 말을 믿고 따르는 티벳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
티벳의 발전을 저해하는 폐단으로 지적이 되기도 한다.
티벳인들에게 종교는 자체가 법이요,
생활의 진리요,
삶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티벳의 전부라 알고 있는
티벳(서장)자치구가 중국의 억압과 횡포 아래
민족의 절대자인 달라이 라마 마저
티벳독립과 진정한 자치의 한계를 절감할 정도로
종교와 가치관, 문화가 철저히 파괴되면서
획일적인 중국문화에 동화되고 있고
영혼을 상실한 관광지가 되어가는게 한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역설적으로 그들이 변방으로 치부했던
잃어버린 영토 끝자락 샤허,
라브랑스에서 티벳인들의 진정한 삶과 염원을 엿본다.
산 꼭대기에 사원을 짓는 티베트 본토와 달리
이곳의 사원은 평지에 지었고
지붕은 중국식 기와가 올려져 있다.
티베트 사람들을 위한 티베트 지역이지만
이들 속에 섞여있는 중국스러운 파편들은
이런 식으로라도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풍토와 문화는 그 속을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며드는
안개와 같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고산증이 밀려온다.
머리가 띵하고 숨이 가쁘다.
앉아서 쉬기도 하고
몸의 움직임을 최대한 작게 해야
고산증으로 인한 머리 아픔이 덜하다.
라브랑스는 사원 둘레를 빙 둘러있는
길고 긴 마니차 회랑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1년에 단 한 번!
티벳인들만의 축제 쇄불절이 열리는 날은
도처에서 오체투지로 모여든
성장을 한 티벳인들이 일제히 줄을 서서
마니차를 돌리며 순례를 하는 장면은 과히 장관이라고...
복색이며 사원의 풍속들이
티베트의 전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진사들의 촬영여헹도 이어진단다.
라브랑스를 나와 상커초원(桑科草原) 가는 길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비가 하나 둘씩 내리기 시작한다.
넓다란 길을 사이에 두고
풀을 뜯던 양떼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이동한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초원의 모습을 보게 되다니!
길을 막는 양떼
옷을 껴입었는데도 추웠다.
내가 좋아하는 들꽃을 여행 내내 보게 된다.
유채꽃
양떼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자동차들
샹커 초원에서 숙소로 가던 중
라브랑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언덕으로 올라간다.
옛 티벳령의 동단 중국 감숙성과
간쑤성(감숙성) 사이에
교묘하게 걸터앉은,
올라가는데 고도가 3000미터이다 보니
힘들다.
어지럽다.
내려다보이는 라브랑스와 샤허 마을
해자처럼 긴 강이 씩씩하게 물소리를 내며 흐른다.
사진찍기 놀이하는 승려들
내려오면서
'사원을 향해 오체투지하는 여인 '
자신을 한 없이 낮춤으로써
교만을 떨쳐버리고 어리석음을 참회하여
부처의 자비와 축복을 갈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절로 숙연함을 느끼게 된다.
티벳트 남녀의 전통 복장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니, 그들의 일상은 운동에서 시작해 운동으로 끝이 난다.
고산증은 아직 견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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