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베트

루얼까이 대초원을 달리다

올레리나J 2012. 8. 15. 10:04

2012.7월 29일 여행 3일차
오늘 여정은 쓰촨성(사천성) 최대 규모의 초원인
루얼까이 대초원 속으로 들어간다.
루얼까이가 품고 있는 마을 탕커에서
촬영맨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S 자의 황하습지
황하구곡제일만을 감상하고
천주사 마을로 들어가는
하루 종일 이동하는 힘든 일정이라고
가이드가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안내한다.
천주사에 도착하고서야 그 미소의 의미를 알게 된다.




어젯밤 보았던 광장에 다시 나가 보았다.
역시 여자들이 나와 운동을 하고 있다
여자들은 아침을 준비하지 않고
주로 남자들이 한다고...
아침마다 출근 준비하라
밥 챙기랴 정신없는 나,
나도 이런 데서 살고 싶다고...

나시,반팔 목폴라,
긴팔을 겹겹이 입었는데 역시 싸늘하다.
우리 나라의 가을 날씨처럼...
자고 일어나니 해발 2800미터의 고산증이 적응이 되었나보다.
괜.찮.다 !




<뒤에 보이는 호텔의 대형 사진은
샤허 라브랑스 >

체크 아웃 전 가이드 스마트폰으로
' 신사의 품격' 장동건 보느라
정신을 쏙 빼놓고 있다가
책이랑 겉옷 등이 들어있는 '클림트 키스 가방'을 놓고
5분 정도 가다 생각이 나서
다시 차를 돌렸다.
가이드는 자기 가방을 놓고 왔다는 사실도 모르더군.ㅎㅎㅎ
내가 더 낫다는 생각에 덜 미안했다는...
장동건을 보고만 있어도 웬지 내가 차도녀가 된 느낌이라
금방 자세부터 세련되고 도도하고 바뀐다.
그러면 뭐하냐 몸에 붙여놓지 않음
내 두손은 자유를 갈망하는지
항상 비어 있음이야. ㅠㅠㅠ




쓰촨성 북부에 위치한 루얼까이 대초원은
티베트 유목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오리지널'로 체험할 수 있다
루얼까이 같은 청정초원은 중국에서도 매우 드물다.
해발 3,500m에 펼쳐진 루얼까이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습지 화호(花湖)를 품고 있다.

노란 야생화가 만발한 봄날의 화호 보고싶다.
한여름 무성하게 자란 습지의 풀도
그 어느 초원보다 건강하단다.
또 쓰촨에서 황하가 굽이쳐 흐르는 풍경을 볼 수 있는
황하구곡제일만(黃河九曲第一灣)이 가까이(65km)에 있다.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남편은 오른쪽, 나는 왼쪽을 맡았다.




우리 나라의 가을 하늘처럼 맑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을 더 돋보이게 해준다.
이따금 심심치 않게 검은 구름도 지나간다.




내가 광활한 사막을 꿈꾸기도 했지만
사막 이전에 이런 대초원을 갈망하기도 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




양쪽 중 한쪽은 항상 전깃줄이 방해물이다.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초원에서 노닌다.




산의 시커먼 그림자는 먹구름의 흔적
멀리 유목민의 천막이 보인다.




같은 길은 하나도 없었다.
같은 경치도 없었다.




비슷한 풍경도 없었다




구름이 다르거나 야산이 다르거나
들녘의 살아움직이는 생물들이 다르거나









해발3,000m 이상의 청정 초원에서만 사는 야크
해발 3000m가 넘는 곳에 가면 고산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반대로 해발 3000m 아래로 내려오면
병이 들거나 죽음에 이르는 야크.

야생 야크는 50년 전만 하더라도
티베트 지역에만 100만 마리가 있었지만
무차별 사냥으로 현재는
15만 마리 정도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야크는 어깨 높이가 1.8m나 되는 우람한 체격이었지만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야크들은
일반 소와 교배로 태어난 드조(dzo·수컷)와
드줌(dzum·암컷)으로
어깨 높이 1.5m로 야생보다 아담하다.

특이한 것은 야생과 교배종 가릴 것 없이 같은 심폐기능.
소의 갈비뼈가 13쌍인 반면
야크는 14, 15쌍이고
움직임이 강해 폐의 들숨과 날숨이 세다.
적혈구의 수도 소의 3배.




지금 이곳은 해발 3천 미터가 넘는다.



때론 정겨운 마을이 배경이 되어 주기도 한다.




황하의 고장답게 황톳물이다.




코끝에 달라붙는 야생화 향기에 창문을 계속 열어놓는다.




자그마한 학교 건물도 지나가고




밥 짓는 연기도 피어오르고




도대체 이렇게 높은 곳에
이런 광대한 초원이 있다니.
푸른 초원에 검은 점과 하얀 점들이 흩어져 있다.
검은 점은 이곳에서 방목되는 야크이고
하얀 점은 양들이다.




눈이 한없는 호강을 한다.




도중에 자그마한 마을에서 현지식으로 국수를 먹었다.




띵! 고산증....




보기에는 맛있게 보이는데 먹을 수가 없었다.
면발은 설익은 것 같고 국물은 느끼....
야크 고기는 질겨서 씹을 수가 없다.
어딜가나 식탁에 까지 않은 마늘이 있다.
마늘을 까서 같이 먹으니 느끼함이 덜 하다.




티벳 여인들은 잘도 먹는다.
겉모습은 초라해 보여도 휴대폰은 다 있다.




면은 다 남기고 수박은 맛있다.




마을 주변









우리 일행.
일본 가이드가 직업이라는 40대 여자
정년후 계열사에 재취업을 했다는 60을 막 넘긴 아저씨
그리고 남편, 나, 가이드, 운전사 총 6명이
9인승 봉고로 움직이고 있다.




할리 데이비슨 타는게 로망인 남편




식당 화장실이 들판




이렇게 켜켜이 껴입었는데 덥지 않다




구름이 환상 그 자체




차 안에서 고개를 창문 밖으로 내밀고 셔터를 누른다









저 집에서 잠시 살아봤음...




평생 수십 평의 자기 땅만 장만할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문화와
수만, 수십만 평을 오가며 유목을 하는 사람들의 문화는
얼마나 괴리가 있는가?

자크 아탈리의 <호모 노마드>에 의하면
'신인류의 대안은 노마드(유목민)의 세계에서 찾아야 한다.
그들은 불·언어·종교·민주주의·시장·예술 등
문명의 실마리가 되는 것들을 고안했다.
반면 정착민이 발명해 낸 것은
고작 국가와 세금, 그리고 감옥뿐이다.'




루얼까이 초원이 몽골의 초원과 가장 큰 차이는
초원 끝자락에 산이 있다는 것.
산은 초원의 끝이 아니고,
산 넘어 초원이 계속된다.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풍경들...




들꽃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끝없이 이어지는 들꽃의 향연




내 입에서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다.




바닥에 드러누운 야크
가련한 야크는 유목민에게
젖과 고기와 털을 공급하고
뿔과 발톱까지도 도구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야크 배설물은 말려서 땔감으로...
유목민은 생활 필수품의 대부분을
야크에 의존해 왔다.
고산에서 운송수단으로는 야크가 단연 으뜸이다.
히말라야의 다른 지역에서는 나귀나 말이 많이 이용되나
에베레스트 지역에서는 낮은 곳에서는 소,
높은 곳에서는 야크가 주된 운송수단이다
고산에서는 생리적으로 추위와
낮은 기압에 매우 강인하고
가시가 돋친 관목도 잘 먹기 때문이다.














말 대신 오토바이를 탄 목동도 보이고




길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누구의 염원일까?
불교 경전을 적은 오색깃발 룽다가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녹색의 대초원에 아름다운 방점을 찍어주는 사람들...




앗! 양들이다.




등쪽에 빨강색이 이름표




양들은 풀만 먹는게 아니라
뿌리까지 먹어서 양이 많으면 초원이 황폐화 된다고














탕커 가는 길에 철새도래지인 가하이 호수에 들른다.
잘 알려지지 않는 곳이라 인적이 뜸했다.
전망대에 올라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야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호수물이 일렁거려
그냥 시원한 바람 맞으며 잠시 쉬었다가 출발한다.




고산증으로 어질어질...




까마귀가 쉴새없이 울어댄다.














호숫물을 희롱하는 바람 때문에 거울 역할을 포기한 가하이 호수


































가하이 호수의 전망대









야크







































유목민 하면 말 타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은 '오토바이'
초원에서는 말을 타지만,
외부로 나갈 때는 오토바이가 필수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맘에 드는 작품




고흐의 그림같은....
저 길을 걸으며 화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싶다는...

















































흰점은 양떼




검은 것은 야크









엽서로만 보았던 풍경을 직접 보게되다니...
싫증이 나도록









안녕, 야크군!
























역광으로 ...




가이드가 갑자기 멈추잔다.
점심 후 식곤증과 고산증으로 인해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떠 보니 세상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호수에 비친 구름과 하늘이
바로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까이에 있다.




그 어떤 습지가 이런 아름다운 그림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인가?
감탄사가 나오질 않았다.
위대한 자연 앞에 침묵...(사실은 고산증 땜시)


































최고의 선물!









눈은 천국이나 몸은 지옥
와 1이 생소한 느낌
머리가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니고
망치로 머리를 누르는?
고혈압이 있는 남편을 걱정했는데
그 사람은 멀쩡한데 난 죽을 맛이다.
























고산증은 고산증이고
카메라 셔터는 부지런히 누른다
양양 안녕!~









샤허에서 탕커의 황하구곡제일만에 도착하기까지
거의 7~8시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그렇지만 루얼까이 초원이 선사해 준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몸은 힘들었지만
눈은 더없이 호강스러웠다는 것
더불어 들꽃이 뿜어내는 향기로운 자연향에
코뿐만 아니라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황하구곡제일만(黃河九曲第一灣)이라는 이름에 맞게,
몇 차례나 굽이치는 모습이다.
이 곳은 황하의 상류에 해당하는 곳이라,
아직 황하라는 이름에 걸맞는 색깔은 아니다.
이 곳에서 간수성 중부 황토지대로 흘러가며
황토가 강물에 섞여,
명실상부한 황하가 된다.

탁 트인 하늘,
용틀임 하듯이 굽이 굽이 도는 황하,
온통 초록색인 산,
그런 산들 사이에 자리잡은 티벳 마을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전문가가 찍어놓은 사진을 봐도
우리 나라 순천만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을 주지만
황하구곡제일만을 감상하려면
전망대가 있는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해발  3500미터는 내 체력으로 감당이 안돼)
조금만 움직여도 어질어질한데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다.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성큼성큼 올라간다.




황하구곡제일만은 여기서 아홉번의 굽이가 아니라
황하가 크게 아홉번 휘어지는데
여기에서 제일 먼저 한번 굽이쳐서
황하제일만이라고도 한다고




티벳 전통 가옥을 볼 수 있는 마을




이렇게 말을 타고 오르내릴 수도 있으나
고산증 때문에 꼼짝하기가 싫었다.




황하구곡제일만은 랑무스, 화호와 더불어
루얼까이대초원의 3대 장관으로
봄과 여름이 교차할 무렵,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시기가 가장 아름다우며
특히 일몰과 일출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숨막히는 베경을 보여준다고

땅을 가로질러 승천하려는
한 마리의 용이 꿈틀거리고 있다.




남편은 중간 지점까지 올라갔으나
나는 라마탑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옆에서 걸어가는 남자의
모자 위에 풀로 만든 초관이 최고라고...









넌 고산증 괜찮냐?




말타고 가라고 흥정하는 사람들














꽃향기에 취하다
여기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묵으면서
별을 보고 싶었다.
가이드 말로는 모기가 엄청 물어뜯고 벌레들도 많다한다.
겉보기엔 융단처럼 말끔한데...




대자연의 신비.
들꽃 천국.
야크와 양들의 산실.
루얼까이 대초원














언제쯤 저 길이 끝날까?














잠시 쉬어가자구요.




차를 세워놓고 남자 셋은 왼쪽
여자셋은 오른쪽에서 생리 현상을 해결...




탕커에서 천주사 가는 길은 너무나 험하다.
길이 움푹움푹 패여
차가 기우뚱거려 오프로드 랠리 경기가 따로 없다.
잠을 자면 고산증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랠리때문에 그마저도 힘들고
가도가도 길은 끝이 나지 않는다.
지나가는 차도 없고




이따금 사람을 만나면 운전기사는 길을 묻는다
그러니 더 불안하다.
길을 몰라 헤매이고 있지는 않는지....
목적지까지 무사히 데려다 놓을련지......




몸이 뒤틀린다.
어느 자세를 취해도 편하지가 않다.
차창 밖은 평화로운데 내 몸에서는 아우성이다.
고산증에 멀미까지....초.토.화!




탕커에서 천주사까지의 길
내가 이름 붙였다.
' 지옥의 레이스'라고....




뒤틀리는 몸을 달래며 깜빡 잠들었나 싶었는데
석양이 내려 오고 있다.
끝이 보이나 했는데 아직도 광활한 초원이다.




숲 여기저기서 설치류(다람쥐,야생쥐)가 얼굴을 내민다.
조그마한 굴을 파놓고 들어갔다 나왔다
크기도 다양하다.
제법 큰 놈도있고 새앙쥐처럼 작은 놈도 있다.
방망이로 한대씩 쥐어박고 싶어진다.
마치 날 약 올리는 것 같아서...




오지 여행의 꿈은 접었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음을 실감했으므로..
오지 여행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이때 포기했다.
여행은 결코 달콤함만을 주지 않는다.
























우연히 셔터를 눌렀는데 대~~~박
"내가 한 껀 올렸습니다."
라고 했더니 다들 웃는다.
























해발평균고도가 3500m이다.
한줌의 산소라도 더 들이키기 위하여
콧구멍을 벌름 거리야 한다.
두통도 아닌 것이
죄어오는 듯한 압박을 무작정 견뎌야한다


































샤허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서
천주사에 거의 12시간 만에 도착했다.
천주사에 와서도 식당을 찾느라 한참을 빙빙 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날로 관광지화 되어
새 건물들이 들어서서 찾기가 어려웠다 한다.
저녁으로 한식당에 갔으나 삼겹살이 소태맛이다.
상추 몇장을 된장에 찍어서 누룽지와 같이 한 숟갈 먹고
고산증을 견디기 힘들어
중국돈 260위엔 주고 증세를 완화시켜준다는 약을 샀다.
나와 일본 가이드 직함을 가진
정여사만 힘들어해서 둘이 나눠먹었다.
호텔에 와서 2병을 먹고 널브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