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영화 보다

화차

올레리나J 2012. 7. 16. 16:07

 

금요일 저녁 아들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뭐, 재미있는 영화 없냐?"

워낙 영화좋아라하는 어미를 둔 탓인지

정보를 잘 물어온다. 

그렇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 생김이 각각 다르 듯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고

생각과 느낌이 다르기에...

그렇지만 이 영화는 성공이다.

소설로 이미 검증된 일본 소설이 원작이고

김민희 이선균 조성하가 주연인데

김민희 연기에 부정적이던 내게

긍정으로 전환시켜준 영화.

우선 변영주 감독의 서평을 들어보자. 

세상 밖으로 쫓겨나고 싶지 않은

카인의 후예와도 같은 두려움을 끌어안고

냉혹한 금융사회의 줄 위를 위태롭게 걷고 있는 우리는

이미 ‘화차’가 도착해야 할

어둠의 그곳에 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서글프고 헛된 우리의 욕망을

재미와 긴장감이 가득한 미스터리로 그려냈다는 것이

바로 '화차'의 가장 놀라운 부분이며,

끝내 내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타카 마코토의 평론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타인이 되고자 발버둥쳤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 여자들을 그려낸 이 소설은

더없이 애절하다.

빚의 지옥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자기와 무관하게 여기는 이들도

 '화차'를 읽으면 분명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 일본 사회에 뻐끔히 입을 벌리고 있는

그 깊은 지옥의 심연에 전율할 게 틀림없다.

     

    아버지의 엄청난 부채로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려

    참담한 현실에서 그녀가 선택해야만 했던 것은

    비슷한 연령대의 연고지 없는 여자를 죽이고

    그  여자로 사는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도

    노숙자를 데려와 죽이고

    자신이 죽은 것처럼 보험금을 타 내려 했던

    무속인의 경우도 있는 걸로 보아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처한 현실은 비슷한가 보다.

     

    사람은 누구나 불황7에 호황3을 겪고 산단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늘 아픔이고 어둠이었고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아팠다.

     

    극중에 등장하는

    ‘화차여, 오늘은 내 집 앞을 스쳐 지나,

    또 어느 가여운 곳으로 가려 하느냐’

    라는 옛 시조 구절에서도 느낄 수 있듯, ‘

    화차(火車)’라는 제목은 ‘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실어나르는 불수레’라는

    사전적 의미 외에도

    정글 같은 현대사회를 사는 이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을

    암시하는 함축성을 띠고 있단다.

     

    이런 사소하고 평범한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다시 한 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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