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태풍이 오면 난 울었다.

올레리나J 2009. 10. 13. 16:57

태풍이 오거나

폭우가 내리거나하면

제일 문제가 정제(부엌)였다.

바닥은 흙바닥이지

아궁이에서는 물이 나오지

이맘때 쯤이면

가을철에 해 놓았던 마른 땔감은

이미 바닥나 있지 

아궁이에 가득찬 물을

바가지로 퍼내고

생솔가지로 불을 때서 밥을 지었다.

내가 제일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가 바로

그런 상황에서 불을 때는 일이었다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결국 눈이 온통 빨개져야

밥이 완성되었으니......

언젠가는 바닷물이 소나무 숲을 넘어

벼논을 지나 우리집 안마당까지 들어와

넘실거렸다.

그땐 신기했지.

물이 빠지고 나면 벼잎은 하얗게 타버리고

그해 농사는 끝이었다.

그래도 이번 매미때처럼 집이 부서진다거나

인명피해가 있다거나

크게 해를 입었던 기억은 없다.

내가 태어나기 일주일 전쯤 매미와 버금가는

태풍이 있었다고 하나

난 그때 엄마 뱃속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다행이면 다행이겠지만 진도는 그래도 자연재해가

많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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