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박멸******
사실 이런 징그러운 얘기는 쓰고 싶지 않지만
내 기억의 언저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으니
이것마저 잊혀지기 전에 (치매라도 오면 어쩔 것인가?)
기록해 둬야겠다.
나의 약점은 기록은 잘 하는데 보관은 못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 때까지
일기를 꾸준히 썼으나(일기상을 많이 받았다)
나중에 읽어보면 유치찬란해서 버리곤 했다.
첫사랑의 그 많은 사연의 편지까지도
모두 폐기 처분한 내 우매함에
이제사 낡은 기억의 수첩을 꺼내어
그 시절을 돌이켜보자니
어떤 것은 초등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구별이 가지도 않고
또 기억이란 것이
순서대로 차곡차곡 블록 쌓는 것처럼
각인되는 것이 아니어서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그때가 가장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의 기억은 모두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내 딴에는 오래된 것부터 순서대로 기록해 두려고 한다
컴퓨터가 있으니 이젠 보관도 쉽고 대대손손 내 후손들이
실화이니까 할머니가 어떤 시절을 살았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서두가 길어졌지만 해마다
봄, 가을 두 번은 대변검사를 실시했다.
대변봉투 속의 얇은 비닐에 성냥꽃 만큼 받아서
촛불로 끝을 태워 밀봉한 후
학년반 이름이 써진 봉투에 넣으면 끝.
하지만 왜 그걸 못하고 잊어버리기 일쑤여서
학교 화장실은 물론 주변의 밭과 산까지
냄새가 진동을 했으니.....
그게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지고
그땐 된장이나 비슷한 물건을 넣어온 친구들도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검사결과가 나오면 90%정도는 회충약을 먹었다.
제일 괴로운 것이
다음날 회충이 몇 마리 나왔는지 세어오라는 것.
그냥 거짓으로 대충 말하면 될 것을
순진한 나는 막대기로 헤치며 일일이 세었으니..
그 많은 회충을 뱃속에 담고 다녔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우리나라가 후진국을 벗어나고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회충은 국가사업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관리로 넘어갔으니
난 그때를 생각하며 봄, 여름에
온 가족이 회충약을 복용하고 있다.
'자운영의 일상 > 자운영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은이와 경환이 (0) | 2009.10.14 |
---|---|
빨래하는 여자 (0) | 2009.10.13 |
모세미 앞바다의 가을 (0) | 2009.10.13 |
태풍이 오면 난 울었다. (0) | 2009.10.13 |
울 엄니 머릿카락 (0) | 2009.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