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울 엄니 머릿카락

올레리나J 2009. 10. 13. 16:55

항상 추억의 제1순위는 어머니다.

오일장에 가시기 전날

어머니는 항상 가위를 들고 나를 부르셨다.

머리숱이 제법 많으셨던 어머니는

군데군데 손가락의 굵기만큼

머리를 솎아내라고 나를 부르신게다.

내가 빼꼭히 돋아난 배추나 무, 서숙을 솎듯

어머니의 칠흑빛 검은 머리끝을 솎아서 자르면

물로 끝을 발라 헝클어지지 않게 가지런히

놓아서 한꺼번에 묶으셨다.

스트레스로 동전의 크기만큼 머리가

빠지는 현대인의 병처럼 엄마의 머리는 듬성듬성 했다.

하지만 긴 머리를 틀어 올려

비녀를 꽂으면 알맞게 반곱슬이던

머리는 앞이 자연스럽게 웨이브가 지면서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멋들어졌다.

70년대 가발공장에서 가발을 만들어

외화획득에 일조를 했다는걸

최근에 한강을 읽으면서 알았다.

어머니는 그 머리카락을 팔아서

자반 고등어나 식구들 고무신이나

내 추석빔을 마련하셨을테지

교과서에 나온 크리스마스 선물의 부부이야기를 읽고

내가 꽤나 감동을 받고 속울음을 울었던 이유는

어머니의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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