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면 집집마다 마당이나
집 뒤로 배경처럼 서 있던 감나무
그 흔한 감나무 한 그루 조차 없었던 우리집
그나마 이웃집 감나무 반이 우리 담장을 탐하여
감꽃이 필 때면 마당이 다 환해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물기를 머금은 싱싱한 감꽃을 줍는다.
씹으면 달짝지근한 향기가 입에 고인다.
지푸라기를 말끔히 다듬어 감꽃을 엮는다.
길면 목걸이, 짧으면 화관, 팔찌.
문기둥에 걸어두고
간식처럼 하나씩 따먹는다.
하얀 감꽃이 진다.
도토리만한 수줍은 애기감이 얼굴을 내민다
하루를 자고 나면 내가 자는만큼 감은 튼실해진다
태풍이라도 지나면 익지도 못한 감들이
후두둑 후두둑 우박처럼 쏟아진다.
나는 너무 행복하다.
감을 주워 물항아리에 하루만 담가 놓으면
떫은 맛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믹믹한 감이 맛있기만 하다
어떤 새댁은 입덧으로 감이 먹고 싶어
떫은 감을 된장에 찍어먹고 입덧이 없어졌다고
엄니가 말씀하신다.
설마...한번도 그렇게는 먹어보지 못했다.
나도 3월에 입덧으로 단감이 무지 먹고 싶었다
당시엔 보관시설이 발달치 못해 그것마저 먹지 못했다.
지금쯤 감나무마다 시퍼런 감들이
무게를 늘리고, 다홍색 옷 입을 채비를 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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