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어떤 인연

올레리나J 2010. 6. 10. 19:03

 




인연이란 참 묘하다.
스쳐지나가 금방 잊혀지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오래도록 잔상이 남아
만나지도 않고, 전화도 하지 않는데
쉬이 잊혀지지 않은 인연도 있다.
2008년 겨울 인도여행 길에서 緣을 만났다.
전생 오백번의 緣이 있어야 이승에서 한번 옷깃을 스치는 연이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아래와 같은 인연은 전생에서 각별했을 터.
인도여행을 혼자 가서 그런지
그때 같이 했던 분들은 인도를 떠올리면
바로 옆에 계시는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 덕성여대 불어과 교수님, 전문 카메라맨 아저씨,그리고 아쉬람 명상가
3분의 아저씨들은 짚차도 같이 탔고
각자 싱글로 왔기 때문에 접촉이 잦았다.
룸에 모여 같이 커피도 마시고 인생에 대한 심오한 얘기도 나누었다.

그 중에서도 짚차로 비포장 도로와 복잡한 저자거리를 달리면서
나이 어린 인도 운전기사가 들려주는 신나는 인도 음악에 맞춰
모두 몸을 촐삭대며 10대처럼
온몸을 흔들던 몇 시간이 가장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부산에서 오신 일명 해운대 아저씨 부부
사모님은 다리가 불편하셔서 틈만나면 다른 노인네 부부팀과
앉아 있었고 해운대 아저씨는 나처럼 호기심이 많아 가만 있지 못하셨다.

여기저기 같이 쏘다니며 인도사람들을 만났고
한마디로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다.
내 휴대폰에 입력된 이름은 세례명인 베드로님이시다.
일년에 한 번 정도 전화를 하시는데 그때가 바로
중앙대 WIND ORCHESTRA CONCERT 공연이 있는 날이다.

작년에 우리 부부를 초대해 주셨는데 선약이 있어 못 갔고
이번엔 나 혼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로 나갔다.
일요일 낮 2시 반 공연이어서 집에 돌아오는데 불편하지 않아
흔쾌히 OK !

때때로 클래식으로 영혼의 세수를 해야한다.
그냥 한다리 건너 오디오로 듣는 것보단 확실히
현장에서 악기의 표정과 연주자를 보며
지휘자의 몸동작과 섬세한 손놀림을 보며 듣는 감동은
영혼을 맑게 해주는 특효약이다.

오보에를 전공한 오보이스트 해운대 아저씨의 동생이
중앙대 WIND ORCHESTRA CONDUCTOR....
그래서 좌석도 로얄석이었다.

콘서트를 본 지 까마득해 악기 이름도 가물거렸고
생소한 악기도 눈에 띄었다.

내가 첫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월급을 받아 마련한
재산 1호가 세고비아 기타(배우다가 그만 뒀다. 내가 음악적 소질이 전혀 없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다)
2호가 대망이라는 일본 역사 소설 12권
3호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그 당시 백발을 휘날리며 지휘하던 그에게 매료돼 푹 빠져있었다)이
지휘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곡 전집
카세트로 되감아 가며 밤을 세워가며 들었던 추억도 아스라이 지나갔다

연주가 끝나고 수많은 청중으로 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는 기분은 어떨까?
아마 그 동안의 수고로움이 이 박수로 인해 상쇄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인도 여행 후 러시아, 동유럽 등 쉬지 않고 여행을 게속하셨다는
다음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목표로 하고 계신다는
여행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쉬는시간에 주고받고
연주가 끝나자마자 집에 왔다.
건강이 별로 좋지 않던 지난 5월말에 있었던 일이었다.

hanbando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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