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교단일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올레리나J 2010. 4. 2. 16:37

우리반에 기가 막히게 예쁜 여학생이 있다.

4학년 때 담임이 참고하라며 일러준 말은 도통 머리가 꽉 막혀

아무리 시원하게 어주려 해도 도대체가 먹히지 않는단다.

아니라 다를까 말귀도 잘 못 알아듣는다.

다 설명한뒤에 꼭 물어보는 뒷북치는 아이 중 하나이고

언변은 번지르르하나 공부는 바닥이다.

나중에 커서 얼굴 하나로 남자들 애간장 녹이겠지만

 내 눈엔 첨에 쌈빡하게 예쁘더만 하는 짓을 보니

하나도 이쁜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못 생겼어도 착실하고 개성있는 아이가 맘에 든다.

 

또래보다 한 살 어려서

여러 면에서 뒤떨어지지만 순수함이 매력인 규철이는 귀여운 놈.

 

내게 최악의 녀석은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입을 쉬지 않는 이상한 놈,

(커서 이경규처럼 개그맨이 되려나?)

공부할 때마다 말꼬투리 잡고 수업 방해하고

발표할 때 이상한 글을 써서 친구들을 웃기려는 나쁜놈,

하는 일마다 이쁜 짓만 골라하고 예의바른  좋은 놈....

 

아침 8시 반부터 3시 까지 이들과의 전쟁이 벌어지는데

이젠 겨우 한 달 지냈으니 어쪄라...

모듬고, 껴안고 가며 

내가 수양을 더 깊이 쌓는  수밖에...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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