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교단일기

갈수록 힘든 내 직업

올레리나J 2010. 4. 1. 19:30

 

 아침에 출근하면서 도대체 내가 학교에 왜 오는것인지 회의가 밀려온다.

교사의 직분은 분명 가르침에 있건만 온갖 서류 작성에 공부는 뒷전이다.

교사들에게 분배되는 업무의 경중에 따라 한 해의 여유로움이 결정되다니...

전에는 일처리 잘하는 젊은 몇 사람만 고생하면 선배들은 이끌어주고

가족처럼 화목하게 지냈는데 이젠 업무의 경중 구별없이 모두다 업무처리에 힘들어한다.

청와대에서 교육에 관한 재채기만 하면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각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을 통해 학교에선 그야말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나비효과가 일어난다.

이런저런 행사를 수도 없이 많이 게획하고 추진해왔는데 기존에 해왔던 것들은 하나도 없어지지 않고

정부가 바뀌면 그 정부의 입맛대로 또 새로운 일들을 시달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의 학력만을 강조하는 정부 때문에 중학교는 8교시를 하고

초등학교도 오직 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

더구나 내가 속해 있는 인천시가 전국 꼴등이라고 교육청에서도 난리다.

또 아주아주 가난한 학구인 우리 학교도 작년에 국가수준 6학년이 성적이

북부 교육청에 속해 있는 학교에서 거의 뒤에 있다하니 

교장샘도 노심초사이다.

다 좋다.

학생의 직분은 공부이니까...

하지만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서류 각종 문서 때문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려면 자료도 만들고  재밌는 수업기술도 계발하고 수업연구도 

열심히 해야하는데 서류가 웬말인가?

어느 샘이 이러신다.

"우리는 공부를 가르치러 학교에 왔지 서류하러 오지 않았다"

외치면서 청와대 앞에서 할복 이라도 하고 싶다고...

국어 공부를 하면서 옛날에 있었던 재밌었던 시골 생활 얘기를 해주면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사회 공부를 하면서 내가 했던 세계여행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들에게 세계는 넓고 사람도 많고 직업도 다양함을 가르치며 꿈을 갖게 하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는 거다.

공부의 양은 얼마나 많은지 그런 이야기 했다간 교과서도 제대로 가르치기 힘들다.

교과서가 만능은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초등학교에선 시험을 잘보려면 교과서 공부에 충실해야하는 것을......

 

내 생각은 초등학교에서라도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친구들과 즐거운 게임도 하고 재밌는 얘기도 들려주고 같이 영화도 보고 산에도 다니고

교실도 예쁘게 꾸미고 그 예쁜 교실에서 몸과 맘이 건강한 학생들로 키우고 싶다.

단지 꿈일 뿐이라는라는 예감에 두려움이 앞선다.

학생들을 시험 잘 보는 기계를 만들라니

나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요즘은 학교에 오기가 싫다.

오늘은 나의 이 직업이 너무 답답해서 퇴근도 안하고 넋을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