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교단일기

승회의 애교에 깜빡 죽는 자운영

올레리나J 2010. 3. 19. 17:01

 

올해에는 5학년 담임이 되었다.

예의없게도 나보다 더 큰 녀석들도 있다.

그 녀석 중 승회는 첫날 전학을 온 아저씨 같은 아이다.

어찌나 호기심이 많고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지

다 잡은 손아귀에서 미끄러져 나오는 미꾸라지 같다.

 

국어 시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일부를 배워 주인공의 성격이 사건의 전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는데

"내가 한병태라면 엄석태와 맞짱을 뜨고 엄석대의 잘못을 묵인해준

또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학교에 불을 지르겠다"고 발표를 한다.

누군가가 결말이 엄석대가 학교에 불을 지르고 끝이 난다고 거짓 정보를 주자

순발력있게  주워 먹었는데 애들은 웃었지만 난 굳었다.

반 아이들을 웃길려고 한 말인 줄은 알지만 가만 두어서는 안될 것 같아

하교시간 후 선생님과 얘기 좀 하고 가...라고 했더니

 

하교시간이 되자 갑자기 내 등뒤로 와서 나를 껴안는다.

아이들은 박수를 친다

내가 영문을 몰라하자 잘못을 용서해달라는 애교란다.

내가 환하게 웃자 애들도 따라 웃는다

"울 샘은 애교에 약하구나!"

 

앞으로 울반애들의 애교를 은근히 기대해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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