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神

올레리나J 2010. 2. 4. 14:32




방학 하던 날 神 전 6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올 때만 해도 일주일 정도를 예상했다.
아들 녀석이 먼저 손을 대더니 글쎄 하루종일 방안에서 나오질 않더니
저녁 9시 무렵 결말이 너무 허망하고 용두사미라며
결말에 대한 짜증을 낸다.하루 만에 6권을 다 읽어버린 것이다.
내가 읽지 않았으니 말은 못하고 에~이 뭐야,작가한테 실망했네.
생 난리를 피우니 어째 책에 대한 내 마음도 심드렁해졌다.
하루,이틀 대머리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진만 흘끗거리다 마지 못해 읽기 시작했다
거실 베란다에 겨울 햇볕이 참 따뜻하고 깊게 들어온다.
어떨땐 의자를 베란다 밖에 내어 놓고 등 따습게 햇빛을 등지고 소설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슬슬 졸음이 오면 거실로 들어와 햇볕자락을 이불 삼아 낮잠을 즐기곤 했다.
그렇게 자는 낮잠이 얼마나 달콤하고 맛나던지 일어나면 몸도 가볍고 머리도 든든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시간보다 낮잠을 즐기는 시간이 더 많아져 버렸다.
신이 나를 잠재우는데 한갓 미물인 내가 어쩌겠는가?
아마도 나를 담당하고 있는 신이 있다면 그분도 나처럼 낮잠을 즐기는 신일게 분명하다.
지나가던 아들이 내가 신을 읽고 있으면 엄마 주무실거죠? 놀린다.
"아들아, 나도 그럴 때가 있었느니라.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면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폐인이 되었던 그 시절이...
책 읽는 틈틈이 집안일도 해야하고 그래서 집중도도 떨어지고 그러느리라"....라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잠자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 탓에 그럴 수도 없었고....
개학을 5일 앞두고 마지막 장을 넘겼다.
잊지 않기 위해 줄거리를 남긴다.

지난 2008년 11월 처음 출간되어 2009년 7월에 마지막 권까지 완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신』이 세트로 묶여 나왔다.
독특한 소재와 놀라운 상상력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베르베르.
인류의 운명을 놓고 신 후보생들이 흥미진진한 게임을 펼치는 이야기인 『신』은 총 3부작으로 이루어졌으며,
준비에서 출간까지 모두 9년이 소요된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기독교와 유대교 전승을 더하고
거기에 불교적 세계관을 결합하여 인류의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야심 찬 계획의 산물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120만 부, 한국에서 11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베르베르의 놀라운 저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비밀을 지켜본 유일한 증인, 신

『신』에서 베르베르는 기독교와 그리스 로마 신화,
유대교 카발라 신앙, 이집트 신화, 불교 등
다양한 종교와 신화를 하나의 용광로에서 융합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삶과 죽음 너머, 영혼과 그 윗단계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 왔던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이라 할 만하다. 베르베르는 『신』이 <이 우주의 어딘가에
지구의 역사를 처음부터 죽 지켜본 증인들이 숨어 있다고 상상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지구의 인류사는 <학살과 배신을 바탕으로 전개>된 역사이다.
승리한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월한 것은 아니며
망각의 늪으로 사라진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낙후된 문명은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이 이 소설의 출발이다.

당신이 신이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전작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서 인간으로서, 천사로서의 삶을 산 미카엘 팽송이
이번 작품에서는 144명의 신 후보생 중 하나가 되어 신이 되기 위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이들은 지구를 본떠 만든 18호 지구의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시작해
광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을 차례대로 만든다.
동기생들 중에는 아나키즘의 창시자 조제프 프루동, 스파이로 활약했던 마타 하리,
열기구 비행을 개척한 에티엔 몽골피에 등 유명 인사들도 섞여 있으며,
이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열두 신의 가르침을 받아
저마다의 개성과 사상을 반영한 종족을 만든다.
분열의 D, 중성의 N, 협력의 A, 이 세 힘 가운데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서도 종족의 특징은 달라진다.
프루동이 만든 쥐족은 전쟁과 약탈을 일삼고,
다른 많은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미카엘의 돌고래족 역시 이들의 침략을 받아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
이후 돌고래족이 겪게 되는 일련의 수난은 <문명들 간의 대결,
특히 패배한 민족들의 명예 회복>이라는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올바른 길을 가고 있었지만 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배하고
잊혀 간 민족들에 대한 기억을 복원하는, 역사에선 불가능한 작업을 소설을 통해 한 것이다.

1부 〈우리는 신〉(1, 2권) 줄거리
우주의 어딘가에 있는 신들의 도시 올림피아에 모인 144명의 신 후보생들.
플로베르, 모네, 마타 하리, 프루동, 에펠과 같은 쟁쟁한 후보생들 가운데에는 영계 탐사자로,
세 명의 인간을 돌보던 수호천사로 활약했던 미카엘 팽송도 섞여 있다.
이들은 아테나, 헤파이스토스, 포세이돈, 아레스, 헤르메스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열두 신의 강의를 들으며 신이 되기 위해 경쟁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만난 미카엘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다.
한편 올림피아에서의 삶이 천국인 것은 결코 아니다.
올림피아 성벽 밖은 괴물과 악마가 돌아다니며,
정체 모를 자의 습격을 받은 후보생들이 하나씩 죽어 나간다.
후보생들이 저마다 개성을 가진 인간 종족을 만들어
그들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Y 게임은 점점 흥미롭게 펼쳐지고,
미카엘과 그의 동료들은 낮에는 수업을 듣고 밤에는 성 밖 탐사를 계속해 나간다.

2부 〈신들의 숨결〉(3, 4권) 줄거리
신들의 도시 올림피아에 모였던 144명의 후보생은 이제 절반으로 줄어 있다.
미카엘은 계속되는 고난으로 뿔뿔이 흩어진 돌고래족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고,
국가의 발전 과정에서 패권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지면서
신들 사이에는 갈등과 반목이 일어난다.
그러던 중 미카엘은 집에서 『백과사전』을 훔쳐 가려는 자와 마주친다.
가면을 쓴 침입자를 쫓아 숨 가쁜 추격전을 펼친 끝에
그의 어깨에 앙크로 부상을 입힌다.
범인으로 지목된 이는 바로 많은 후보생들의 미움을 받고 있는 조제프 프루동.
재판 결과 프루동은 18호 지구에서 불사의 인간으로 살아가라는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된다.
한편 미카엘은 다시 한 번 아틀라스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자신의 종족을 구원해 줄 <신의 가르침을 받은 자>를 만든다.
그러나 라울의 종족은 그를 죽이고 그 사상마저 가로채어 간다.
격분한 미카엘은 라울과 한바탕 주먹다짐을 벌이고,
아틀라스의 집에 숨어든 죄로 이제는 그 자신이 쫓기는 처지가 되어 올림포스 산으로 도망쳐 간다.

3부 〈신들의 신비〉(5, 6권) 줄거리
제우스를 만나고 돌아온 미카엘은 마침내 Y 게임의 결승전에 참가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남은 신 후보생은 12명.
그러나 결승전 직전 모습을 드러낸 살신자에게 마타 하리마저 공격받고,
숨가쁜 추격전을 벌인 끝에 마침내 미카엘은 살신자의 정체를 밝혀 낸다.
이어서 벌어진 최후의 결전에서 미카엘은 패배하지만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재경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의 요청대로 게임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격분한 미카엘은 자신의 돌고래 백성들을 괴롭힌 후보생을 살해하고,
재판 끝에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그 방대했던 이야기의 반전이 결말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의 눈이 주인공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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