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출퇴근의 간장이 풀려서인지
며칠을 아팠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에어컨 빵빵한
서점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하루에 5시간 정도
한강 1,2권을 얌체 독서 한 탓도 있다.
감기몸살, 근육통에 3킬로의
살들이 나에게서 빠져나갔다.
그토록 재미있게 읽었단 얘기도 되겠지.
3권 10권까지는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무료셔틀버스 이동도서 대여점에서 빌려봤다.
우리 둘째 녀석이 책읽는 습관이 날 닮아서
주 고객이었는데 내가 아픈 후
침대위에서 편히 보라고 빌려다 주었다
중 3인데 학원은 안보내고
둘이서 책보다 컴하다 티비보다 한다.
시장도 같이 다닌다.
국사시간에 아무도 우리에게 민족의식이나
비판의식을 심어주지 않았고
책을 달달 외워 시험 잘 보게 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태백산맥의 이념과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
아리랑의 일제시대의 민초들의 고단한 삶,
조정래 대하소설을 읽으면서
역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흥미위주의 단순한 소설책이 아니면서도
잠시라도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도 있다
오늘 드디어 한강 10권을 다 읽었다.
폭식처럼 나쁜 폭독을 하는 나로선
아주 긴 기간 동안에 읽은 셈이다
이유는 날이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바로 내가 늙어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한강에 빠져 낮잠도 자고
한밤중에 일어나 거실 불켜고 보다 또 빠지고
허우적 대다가 마지막 장을 넘겼다.
이승만 정권에서 박정희 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4.19의거에서 5.16혁명에 유신시대를
노동자, 고등학생, 대학생, 정치가, 지식인들이
어떻게 각자의 난국을 헤쳐나가며,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사실 하나로
그 가족들이 겪는 파란만장한 삶들,
기회포착과 양지만을 쫓아서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정치인들까지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애처로움으로
한낮의 더위를 이겨냈다.
조정래님의 고향이 승주 선암사여서인지
한강에서도 전라도 사투리의
투박함이 정겨움을 더해 준다.
전라도 사람 아닌 독자들은 이해하기
힘들겠단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은 후
신문의 정치면이나 뉴스의 초미를 장식하는
정치인들의 얘기가 더욱더 싫어졌다.
정친인 모두가 사기꾼,
아니면 거짓말장이인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갑자기 내가 민족투사가 된 느낌이 들면서도 다음엔
어떤 책을 골라 읽을까 공허롭기도 하다
200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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