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인도여행

인도 네팔 여행의 에필로그

올레리나J 2009. 11. 5. 17:07
진정한 여행을 원한다면
인도로 시작해서
인도로 끝내라

어디선가 들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행 다녀온 지 오늘로 꼭 일주일...
서너번의 짧은 외출을 했을 뿐
소중하게 찍어온 사진과 자료를 정리하고면서
나는 이제 그 말을 이해한다.

세련된 타지마할보다
웅장한 시크리성보다
낭만적이었던 제항기르마할보다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바라나시보다
히말라야 영봉의 장엄함 보다
갠지스강에 말갛게 세수하고 나온 듯한 밤하늘의 별보다
카쥬라호의 에로틱한 조각들보다
시크리성에 피었던 유난히 붉은 맨드라미 꽃과
들녘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유채꽃 색에서 피어난 화려한 사리보다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건
바로 맑은 미소를 가진 인도사람들이었다.

남루한 옷을 걸쳤건
자연을 닮은 색의 사리를 걸쳤건
구도자의 옷을 입었건
맨발이건
구걸하던 애리한 장사치의 수완을 발휘하건
나는 그들의 눈동자에서 신을 만났다.
수정처럼 맑은 가난을 보았다.
가난하기에 채울 것이 너무나 많은
행복이 충만한 그들...

기억은 한계가 있고
당시의 감정도 머지않아 사그라지겠지.
내 삶에 맥이 빠지고
열정이 식고 시들어 갈 때
인도여행기를 펼칠 것이다.
다시 갠지스강에 몸을 던져
다시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갈 거다...

뭔가 달라지겠지
달라져야하지 않겠어?
그럴 때가 되면 다시 인도로 갈 것이다.
히말라야 영봉에 오를 것이다.

여러개의 색과 향을 가진 인도
브릭스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
마더 테레사가 있었고
간디가 살았던 인도
인공위성과 미사일을 만들어 달구지에 싣고 옮기는 나라 인도
Incredible한 인도
No problem 인도

그렇지만 나의 결론은 I love india 다

짧은 기간의 여행으로
어떻게 인도를 다 알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단지 사진 몇장으로
감히 어떻게 인도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나의 결론은 I love india 다

인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다면
인도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만을 갖고 있다면
잘 사는 우리 나라와 매번 비교하고 불평할 거라면
나 인도라는 곳에 한번 가봤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함이라면
산뜻한 휴양지 여행을 꿈꾼다면
미신의 나라라고 얕볼거면
추위를 녹여주는 짜이가 위생적이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느리고 게으른 인도인이라고 흉볼거면

인도여행은 절대 가지 말라...

가는날 부터 후회할 것이다.































한참 후기 정리하고 있는데
같은 일행이었던 명상센터를 운영하시는 님께서 시를 이메일로 보내주셨다.
여행지에서 한 번 듣고 너무 좋아했고 또 내 마음의 표현과 같기에 여기 소개한다

여행자여!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장엄한가.
저 대지 곳곳에
자기만의 색깔과 향기를 드러내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뭇 존재들에게 살며시 다가가
그 존재의 속살을 들여다보라.

한 때의 영화를 비웃고 있는 폐허가 된 저 웅장한 고성들
오래 전 신들마저 떠나버린 우중충한 돌 사원들
환청처럼 이 곳 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독경소리
어둠에 잠기는 저 광활한 평원
끝없이 생명을 구가하는 노란 유채꽃
먼지 투성이 시장통을 유유히 산책하는 짐승들
욕망이 거세된 뗏국물에 찌든 노숙자의 고요한 표정
두 눈에 영기(靈氣)를 반짝이는 고운 사리 입은 힌두 여인들...

여행자여!
살아있는 동안
아낌없이 느끼고 배우고 즐기고 깨달으라.
밥벌이의 엄혹함을 모르고서
세상을 알았다고 말하지 마라.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인생을 알았다고 말하지 마라.
삶을 한 번 뜨겁게 살아보지 않고서
인생의 허무를 말하지 마라
생사(生死)의 비밀을 깨닫지 못하고
이 세상 살고 간다고 말하지 마라.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죽은 후 미처 연소시키지 못한 재를
남길까 두려워하라.

여행자여!
살아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눈물겹게 장엄한 일이냐.
진정 살아있는 자에겐
인생은 충분히 길고 더없이 아름답다.

 

 

삶과 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