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손에 들면 단숨에
읽어치워야 하는 책이 있다.
밀도 있는 구성,
빠른 전개,
주변에 있음직한 인간 군상들의 탁월한 묘사 등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하여
밤을 새고, 식음을 전폐하게 만든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과
'28'이 그랬다.
7년의 밤은 tvn 비밀독서단에서
28은 어떤 경로로 보게되었는지
기억엔 없다.
28'을 먼저 읽었는데
정유정 작가의 책인지도 몰랐다.
읽은지 한참되었기도 하려니와
요즘 내가 왜 이케 게을러졌는지
쉬지 않고 읽으면서 그때그때 기록해 두지 않아
금방 잊어버렸다가
7년의 밤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28'의 키워드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인간과 개가 서로 옮기는 전염병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분노,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발악,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허망함......
작가는 구제역 파동으로
수많은 돼지가 생매장 당하던 모습을 보고
<28>의 기본 이야기를 생각했다고 한다.
개 썰매 대회의 조난사건으로
프롤로그가 시작되고
사람과 개 사이의 따뜻한 관계,
재난 상황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극적인 감정,
요즘 유행하는 조류독감 때문에
소설속 장면들이 낯설지 않았다.
7년의 밤은
7년 전 교통사고로 어린 소녀를 치어
목졸라 죽인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현수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하는
피해자의 숨 막히는 대결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서원의 아버지이며 실패한 프로야구선수였던 최현수,
최현수의 아내이자 악착같이 중산층을 꿈꾸는 강은주,
소설의 뮤즈를 찾아
세령호에 잠긴 마을을 탐사하기 위해 잠수를 시도하는 안승환,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아내와 딸에게 서슴없이 폭행을 가하는
무자비한 치과의사 오영제,
오영제의 딸이자 죽임을 당한 채
호수 속으로 사라져 버린 비운의 소녀 오세령,
최현수의 아들이며 당차고 겁 없는 열두 살 소년 최서원.
인간이 어떻게 파멸되어 가는지
숨죽이고 지켜봐야만했다.
식음을 전폐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