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
드디어 '정글만리'가 내 손에 들어왔다.
학교도서관 신간들 속에서
맨 처음 내게 온 따끈따끈한 새 책...
3권을 끌어안고 좋아라하자
아이들의 눈이 동글!
깜짝 놀란다.
아이들은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책이 궁핍하지 않았으니
그 소중함을 알리가 없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릴까?
다음 주까지 상상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중국 상하이 주재원 전대광과
의료사고로 어쩔 수 없이,
도피하다시피 상하이로 간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이 만나는 장면까지 읽었다.
과연 이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날까?
11월 1일....
짬짬이 읽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쉬는 시간에 좀 읽어볼까 책을 펼쳐들면
샘, 어쩌고저쩌고
점심시간에 읽어볼까하면
일 독촉 메세지가 날아들고
방과 후에 정글 속으로 들어갈라치면
또 일거리가 날아든다.
그리하여 엇저녁부터 지금까지 제1권
10개의 소제목 중에 겨우 3개인 94쪽까지
읽었다.
첫번째 제목인' 깨끗한 돈, 더러운 돈'
돈에 표시되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두 번째 제목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주인공 전대광의 조카 베이징 대학의 송재형 등장,
경영학에서 중국사로 진로 변경 중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추구함.
세 번째 제목 한국식 와인 따르기에선
전대광보다 한 수 아래인
김현곤 등장...나 퇴근...
11/5
주말 가족 나들이 갈 때도
정글만리를 품에 안고 갔건만
서너쪽 책장을 넘겼을 분이고
어젠 잠속을 헤매느라 대여섯 쪽
오늘 학교에선 내일 학부모 연수 준비하느라
퇴근시간이 지나도록
정글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다가
5시 20분 모두들 퇴근했는데
난 정글속으로 들어갔다.
'모택동과 등소평을 신으로 섬기는 중국인들
혈연,지연,학연의 통칭 꽌시(관계)를 중요시하고
공자의 사상이 DNA에 각인되어
체면을 화폐처럼 유통하며
목숨처럼 여기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아야하는 각국의 장사꾼들...
와! 드뎌 1권의 정글을 헤쳐나왔다.
말미에 무척 재밌네?
'세계 3대 독종 민족으로 이스라엘, 베트남,한국
땅도 좁고 인구도 적고 남북이 갈라졌는데도 불구하고 한류를 일으키고
서양의학은 최고의 수준으로 '의료관광'이란 말도 만들어내고
일본에게 철강기술을 배워 파이넥스란 신기술을 개발해 일본을 앞지르고
삼성이 쏘니를 잡고
IMF를 이겨내고
붉은 악마응원법을 전세계에 알리는 나라'
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조정래 작가는 우리 나라를 이렇게 보는구나?
자긍심으로 2권 들고 퇴근해야지..
밖은 이미 어둑어둑...
11/8.
더디다.
학교에선 바빠서 한 줄도 못읽었고
퇴근해서 2시간 정도 정글만리로 떠났다.
소제목 : 우정의 비지니스
김현곤은 회사일을 성사시키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입혀
상해에서 시안으로 좌천되었지만
천년고도 시안에서 안정을 찾고있다.
일로 맺어진 사이였지만
전대광이 시안으로 찾아오면서
김현곤과 情으로 한 단계 상승되는 관계를 맺는다.
섬서성과 병마용갱, 대안탑 관광을 하는
전대광과 김현곤을 따라가면서
나는 신이 났다.
2011년 남편 동료 부부모임으로
다녀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걸어다니며 시선이 머무는 곳에
나의 시선도 머문다.
이런 재미구나.
안다는 것...
소제목 : 내 사랑 양아버지
공작처럼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암사자의 카리스마를 지니고,
늑대같이 영리하고,
사슴처럼 눈치 빠르면서,
여우같은 교활성을 갖고 있으며
20명의 사장을 거느리는 여걸
왕링링 회장과 파트너인 건축가 앤디박의
초호화 최고층의 건물을 신축하려는
사업 그림이 그려진다.
당의 감시가 심한
중국에 세가지 바보가 있다.
'공안이 모를거라고 생각하는 바보
공안을 속일 수 있다는 바보
나만은 공안에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하는 바보...'
앤디박이 왕링링이 그 바보일까 걱정한다.
고위층과 당간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빨강색과 불꽃놀이 폭죽놀이에 열을 올리는 중국인들
체면과 과시를 좋아하는 중국인들
마천루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데
뒤따르지 않는 각종 공해와 환경문제.
G2에 진입한 중국은
이제 미국만 따라 잡을 날을 기다린다.
2016년 혹은 2018년일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1/17
거의 보름만에 정글만리 속을 빠져나왔다.
일요일 오후에 마지막 장을 닫았다.
“중국에서 6개월 살면 중국을 다 아는 체 하고,
10년을 살면 중국을 도저히 모르겠다 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수호지나 삼국지, 펄벅의 대지 등 소설 등에서 접한 중국문화와
여행에서 단편적으로 주워들어 중국의 현재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정글만리 후의 중국에 대한 식견이 많이 넓어진 느낌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중국인들의 만만디 기질은
본인과 이해 관계가 없을 때만 그렇고,
본인 이해 관계가 걸린 일에는 한국 사람 못지 않게
콰이콰이(빨리빨리)가 된다는 것도 재밌다.
'나 빼고 3억은 죽어야해
사람이 너무 많아, 런타이둬(人太多),
얼마전 아이를 납치해 눈을 도려내어 갔다는 기사에서도 보듯
인명 경시 풍조에
13억 인구에 13억 가지의 일이 일어나는 나라,
'나라의 정책이 있으면 우리에겐 대책이 있다.'
또 중국 관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부패 고리와
그것을 척결하지 못하는 이유 등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꽌시(관계),
즉 연줄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택동은 정치를 개혁한 神이고
등소평은 사회주의 경제를 혁신하여 개혁개방의 神이다.
그 신들을 믿는 손재주 뛰어난 농민공들에 의해
경제대국 G2에 우뚝 올라왔다.
'정치인들이란 강도 없는데 다리를 놓겠다고 하는 자들이다.'
(요즘 우리의 정치인들의 모습은 아닌지..)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돈을 놓치지 말아라.'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헐뜯고,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고
1000배 부자면 고용당하고
10000배 부자면 노예가 된다.
-사마천 사기-
'머리를 내미는 새가 총을 맞는다.
뭐든 맘대로 해도 되지만
공산당과 적이 되는 어떤 일도 하지 말아라.'
(아직도 공산주의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나라 중국)
픽션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하고
섬뜩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은
후속작으로 10권 정도로 완결될 것 같은
여지를 남겨 두고 끝이 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몰라도...
조정래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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