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lk Road

Chapter 12. 카라부란의 광무를 뚫고

올레리나J 2013. 9. 9. 10:06


거칠 것이 없어서일까?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도 돌아올 수 없다는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낙타처럼 길들여지지 않았다.

산도, 나무도, 바다도 없는
쿠무타크 모래 위를 미친 듯 내달린다.
분홍빛 고운 모래가루들이
바람과 어우러져 춤을 춘다.
狂舞다.

바람이 그리는 그림
바람이 부르는 노래
골골마다 그림이 다르고
소리도 다르다.

자글자글 주름잡힌 모래 능선은
그 옛날 한무제의 명을 받고
최초로 이 사막을 횡단한 장건의
주름살일지도 몰라.

타클라마칸 바람의 노래는 낙타를 타고
비단과 차와 도자기를 운반하던
카라반의 애닲은 소리일지도 몰라.

검은 바람과 붉은 모래의 광무는
시퍼런 칼날을 든 군인들의 몸짓이거나
구법 승려들의 승무일지도 몰라.

눈이 큰 낙타는 누란 왕비의 환생일지도 몰라
나도 어쩜 타클라마칸 사막을 여행하다
비명 횡사한 어느 여행자의 후손인지도 몰라.






카라부란이여,
아, 공포의 검은 폭풍이여
나의 고향을 빼앗고
나의 고향을 파묻고
내 사랑하는 처자식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던
아, 카라부란이여,
너의 검은 마수에 온 누리가 사막이 됐구나
아름다운 내 고향이여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랴.

<위그루인의 구전/ ‘카라부란의 노래’ >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모래폭풍을
이곳 사람들은 카라부란(黑暴風)이라 부른다.




# 1

하미- 선선- 투르판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사막 도시들은
석유와 석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하미는 특히 첨단산업에 필수인
희토류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
세계 제1의 희토류 매장국가이면서
생산국가인 중국이
희토류 하나로 일본을 꼼짝 못하게 하는
중국의 힘이 바로 이곳에서 나온 것이다.

막장을 만들어 힘겹게 파낼 필요없이
그냥 긁으면 석탄이요
파내면 히토류요,
뽑아내면 석유가 묻혀 나오니
자원빈국인 우리로선 부럽기 그지없다.
인적자원이나 잘 길러서 자원강국들에 대항해야지......





# 2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치와
가장 어울린 듯한 수수하고 무심한 듯한 무덤들...





# 3

품고 있는 광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산의 색깔이 다르다.





# 4

그렇게 긁고 파낸
광물자원들을 실은 과적 차량들이
쉼없이 지나간다.





# 5

검은 바탕에 하얀 이파리를 단 나무 그림처럼
낭만으로 보이던 풍력발전기가
이젠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바람도 돈이 되는 부러운 나라...





# 6

저 산은 또 무엇을 품고 있을까?





# 7

밭과 밭의 경계에
미류나무 아니, 백양나무가 서 있다.
진보와 보수의 경계,
그대와 나의 경계,
생각과 생각의 경계,
정주민과 노마드의 경계엔 무엇이 있을까?





# 8





# 9

이 양들은 어디로 실려가는 걸까?
투루판에서 양고기 특식이 있던데
설마 이네들은 아니겠지?





# 10

중간중간 원유를 채취하는 시추공이
방아찢는 방아깨비처럼 원유를 뽑아낸다.
투하(吐哈)유전지대를 지나가고 있다.

투(吐)는 투르판을 말하고
하(哈)는 하미를 말한다.

버려진 땅으로 여겨지던 사막이
이제는 자원의 보고로 각광받고 있다.
더욱이 선선은
석유를 근간으로 하는 화학공업단지가 생겨
투르판 지역의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부터 중국영토인 간쑤성에도 석유가 나오지만
그쪽보다 신강쪽 기름을 우선적으로 채유하고
신강쪽 광물도 먼저 캐고 있단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위구르인들이
유엔이나 세계평화단체들의 힘을 업고
독립할 때를 대비하여
자원을 먼저 빼가는 정책의 일환이라 한다.
비단이 장사 왕서방의 나라....
대단한 한족들이다.





# 11

하미에서 선선까지 330km.
5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선선은 인구 20만명이 사는 오아시스 도시이다.





# 12

"선선에 왔으니 하미보다는 선선하겠지요?"
나의 물음에
"아닙니다, 더 덥습니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가이드가 말한다.





# 13

도로 끝 쪽에 사막이 보인다
사막도시에 가로수가 울창한 것은
천산산맥 만년설이 녹은 물을
지하로 끌어오는 시설인
카레즈 때문이다.





# 14
쿠무타크 사막 입구다 .
쿠무타크란 위구르어로 모래산(沙山)을 의미하며
선선 시내에서 남쪽으로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세계에서 유일한 도시속의 사막이다.

물론 사막의 중심은 더 남쪽에 있고,
그곳에 옛날 누란(樓蘭)왕국이 있었다.
누란은 옛날 실크로드의 요충으로
서역 문명이 이곳을 지나
중국으로 들어가거나
동쪽 문물이 서역으로 나가기도 했다.





# 15

쿠무타크 사막 입구에 도착하니
커다란 낙타조형물이 우리를 반긴다.

조형물에 타령천하(駝鈴天下)라고 쓰여 있는데,
옛날 낙타방울을 울리면서
사막을 건너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나 보다.






# 16

쿠무타크 사막은 동서로 80킬로미터
남북으로 40킬로미터의 비교적 조그만 사막으로
멀리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선선 근처에 쌓여 사막을 이룬 것이다.





# 17





# 18

꼬마열차를 타고 사막의 중심으로 간다.





# 19
천산산맥에서 끌어온 물로 만든 호수

 

 




# 20

쿠무타크 사막의 모래는
명사산과는 약간 다르다
엷은 분홍색 물감을 들인 것처럼 곱다.





# 21

그늘집에서 내려 사막전동차를 타고 더 높이 올라간다.





# 22





# 23

누란왕국 조형물
누란왕국은 왜 사라졌을까?
카라부란(黑暴風)으로 인해 땅속에 묻혔다는 설도 있고
1600년을 주기로 위치가 바뀐다는
방황하는 호수 로프노르 때문이라고도 한다.
로프노르 호수를 끼고 있던 누란은
대상들이 물과 식량, 필수품들을 보충 할 수 있는
실크로드의 마지막 요충지였고,
이로 인해 한나라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막대한 부와 문명을 축적하였지만
기원전 108년 흉노와 누란의 연합을 우려한
한무제가 보낸 반초의 군대가
왕을 사로 잡으면서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이후 누란은 한의 세력권에 있으면서
국명도 선선국으로 바꾸게 되어 명맥을 유지했으나
로프노르 호수가 이동하면서 물이 사라지자
왕국 역시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헬네니즘 문화가 이곳까지 건너와
한 때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왕국에 비해
사막의 조형물은 너무도 초라하고 왜소하다.





# 24
오른쪽이 4륜구동 사막짚차




# 25





# 26





# 27





# 28
사막짚차를 타고



# 29

중간 지점에서 내려서 위로 올라가야하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야무지게 싸매었는데 어느 새 옷을 벗기고
카메라렌즈를 공격한다.
나무도 없으니 거칠 것 없는 바람이다.





# 30

먼저 온 팀들은 벌써 정상까지 올라갔다.





# 31





# 32





# 33

모래 날리다
속수무책
바람따라 광무에 힙쓸리는 모래들
구름도 도망을 가는구나!
태양은 이미 숨어버렸다.





# 34





# 35

한 걸음 떼는데 힘이 든다.
발이 푹푹 빠진다.
바람 경계해야지
자외선 차단해야지
카메라 사수 해야지
간간이 셔터 눌러야지
무엇보다 제일 힘든건
숨쉴 때마다 입안으로 들어가는 모래가루.....





# 36





# 37




# 38

카라부란(黑暴風)을 피해본다.
하마터면 토네이도 아니, 용오름을 따라
하늘로 올라갈 뻔했다.





# 39

옷 붙들고
모자 붙들고...
사진은 남겨야겠고...





# 40





# 41

아무렇게나 걸어도 좋으리...
눈 위의 발자국은 조심해야 한다
삶의 발자국도 반듯해야 한다.
누군가 내 발자국을 따라 걷는 이가 있을 터......

하지만 여기선 내 맘대로 걸으리라
팔자 걸음인들 어떠리
다리를 벌리고 걸은들 어떠리
사막을 휩쓸고 다니는 저 광풍이
한걸음 떼기도 전에 지워버리니.....





# 42

모래위를 쉽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나무데크가 물길처럼 보인다.
그 위를 걷는 자 아무도 없었다.

오아시스 도시 선선이 붉은 모래로 뿌옇다
하늘도 뿌옇다.
백양나무도 그렇다.





# 43





# 44





# 45





# 46





# 47







# 48

혜초스님이 이 사막고개를 넘으셨을 땐
고요했기를....
현장법사가 낙타를 타고 지나갔을 땐
선선했기를......

뚜렷한 랜드 마크가 없는
모래 언덕 뿐인 사막에서
어떻게 그들은 길을 찾았던 것일까?

별자리만 보고
구도자나 대상들은
앞서가다 쓰러진 자의 흔적을 살피고,
먼저 간 누군가가 새겨놓은 이정표나
낙타가 흘리고 간 분변과
낙타가시풀들이 그들의 길잡이였을 것이다.





# 49





# 50





# 51
바람과 함께 춤을......




# 52





# 53





# 54

"내려 가자."





# 55





# 56
"같이 가요."



# 57






# 58





# 59





# 60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4륜구동 사막짚차가 갑자기 청룡열차로 변신!!
높은 언덕, 낮은 언덕,
하늘로 붕 떠오르다가
깊숙한 골짜기로 추락하다시피 내달린다.
광무가 따로 없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지만 질러줘야 운전사가 더 신이날 것 같음)
누군가는 환호를 하고
왼쪽으로 기우는가 싶다가
오른쪽 벼랑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가고

사막을 훑는 바람처럼
20여분을 광무에 휩쌓였다.
안전벨트를 매었어도
원초적인 두려움은 극복하기 힘들었다.





# 61

아! 그러나 상쾌한 이 기분은 뭐지?
청룡열차에서 내리면 기분 나쁘게 울렁거렸는데?
자동으로 흡입한 모래 가루에 멀미약 성분이 들어있었나?
환각제라도 들어있었나?





# 62
위쪽 모래결은 바람 땜에
시시각각 변하는 느낌이고



# 63

아래쪽 모래결은 약간 굳어진 듯이 다르다.
색깔도 다르다.
선도 다르다.





# 64

낙타가시풀
가시의 길이가 10센티미터는 족히 될 것 같다.

잠깐 내려앉는 이슬을 먹고
낙타의 눈물을 먹고
낙타의 피를 자양분으로
生을 이어가고,

낙타는 눈물을 흘리며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며
낙타가시풀을 먹는다.

아, 가슴아파라
生의 고달픔이여!
산 자의 고행이여!





# 65





# 66





# 67





# 68





# 69





# 70





# 71





# 72
모래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저 유려한 곡선......
 




# 73

파도의 작품같은....물결
똑같은 선은 하나도 없다.





# 74

인간은 이런 작품을 만든다.
모래를 구워
수년이 지나도 원형보존이 가능한...




# 75





# 76





# 77





# 78
귀요미 노랑이 전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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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4륜구동 사막짚차 체험 후
기분 좋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