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lk Road

Chapter 11. 해의 장엄한 죽음을 보았는가?

올레리나J 2013. 9. 5. 15:24



도와줘# 1

누르스름한 속살을 감추고 있는
마귀성의 검은 모래는
하미의 햇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가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자
일제히 그 열기를 토해낸다.
사막의 더운 가슴이 뿜어내는
붉은 정열의 숨결에 당황하는 우리 도반들...

에어컨을 켠 버스안은
사막의 뜨거운 입김을 피할 수 있는 섬이었으니
여행자들의 오아시스는 바로
버스 안이었던 것이다.

마귀성은 아프리카 사파리에 온 듯
호랑이를 보려하면 호랑이가
기린를 보려하면 기린이 보인다.
정신을 집중하여 눈을 크게 뜨면
황톳빛 실루엣이
비로소 바위로, 흙무더기로 서 있다.

생명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사막
구름과 바람은 사막의 친구이다.
바람이 불면 모래는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오늘의 마귀성 하늘 표정은
잿빛이다.
태양이 몸을 숨겨 색을 죽였고
슬픔에 물든 붉은 노을은
사막위를 훑고 지나간다.

장엄한 붉은 해의 죽음에 이어
바람마저 떠나버린 마귀성은
적막과 고요가 흐르고
그 위에 칠흑같은 어둠이 내리고
별이 내리고,
하얀 그리움은 더욱 깊어진다.





# 2

우리 부부는 작년 간쑤성 여행시
황하석림의 거대한 흙숲을 보았기에
또 나는 친구들과 터키 여행시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을 보았기에
새로울 것은 없어서
화보찍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ㅎㅎㅎㅎ





# 3

마귀성 가는 길은
실크로드의 여느 풍경과 비슷하다.
비슷비슷한 황량함...
끝없는 지평선...
이따금 보이는 신기루....
움푹파였거나, 공사중인 도로...
친절하지 않은 도로로 인한 기다림....
거대한 화물차....
거뮈튀튀한 모래벌판 등...





# 4





# 5





# 6

흙벽돌 모양의 이것은
포도 건조장이다.
건포도 가격이 3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하미, 선선, 투루판 등
신강성 곳곳에서 이런 건조장을 흔히 볼 수 있었다.





# 7

마귀성 매표소





# 8

몰랐다...
처음이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목욕탕 싸우나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
한바작의 더위가
발부터 머리끝을 휘감는데....
울 남편의 표현을 빌리자면
"건식 싸우나에 들어온 것" 같았다고...

그랬다...
하미의 더위는 이런 것이었다.
낮동안 모래를 달구어놓은 해는
구름에 가려졌지만
그 위용은 실로 대단했던 것이다.
근처 어디에서 불난 것 아냐?
두리번거렸을 만큼 엄청난 더위였던 것이다.





# 9

염기가 많아도 잘 자란다는 호양나무





# 10

남편은 뒤에 보이는 매표소에 들어갔는데
에어컨을 얼마나 세게 돌리는지
찬바람이 슝슝 불어와 극과극 체험을 했다고...





# 11





# 12

다시 버스를 타고 마귀성으로 향한다.





# 13

조금 불편하지만 맨 앞자리는
시야가 확 트여서 우리 부부가 줄곧 앉았다.
욕심스럽게, 일부러, 악착같이
자리를 잡은게 아니라 비어있으니 앉았던 것이다.

끝도 없는 지평선...
그리고 또 지평선...





# 14





# 15

저 끝 지점에서 뭔가 보이기 시작하여
카메라를 유리창에 바짝 붙이고 대기중......





# 16





# 17






# 18

장구한 세월 동안
간헐적 비와 풍부한 바람은
사암(砂巖)과 흙을
깍고 또 깍고...
붙이고 또 붙여서...
온갖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을
사막위에 만들어 놓았다.
위대한 자연의 위대한 예술품이
사막위에서 탄생한 것이다.





# 19

낙타가시풀은 열사의 사막인 이곳에서도
눈물겹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 20

바람이 많이 부는 밤이면
바위 사이로 나는 바람소리가
마치 귀신이 우는 것 같다하여
마귀성(魔鬼城)이라 부른다.

신강성에는 이와같은 마귀성이 4곳이나 있다고......





# 21





# 22





# 23





# 24





# 25





# 26





# 27

올 여름같은 우리 나라 장마철 한번이면
사라져 버릴 흙 조형물들이
건조한 기후의 도움으로 연명하며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 28





# 29





# 30





# 31

"밤에 요사한 도깨비불이 별처럼 환하고,
낮에는 모래바람이 소나기처럼 퍼붓는데,
닷새 동안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입과 배가 달라붙어
당장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현장법사가 이곳을 지나면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니
그 으스스함과 모래폭풍과
배고픔과 갈증이 어떠했으리오?

늑대가 으르릉거리며 내달리고
달밤에 요상한 동물 형상들이
스윽 나타나기도 하고
불쑥불쑥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흙덩이 앞에서
주저앉기도 했으리라.
사막여우의 기분 나쁜 울음소리에
등골이 오싹하기도 했으리라...





# 32

이 일대는 나침판도 작동이 안 되어
중국의 유명한 한 탐험가가 수년 전,
이 곳에서 실종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 깊숙한 곳은
우주선 발사 기지와
핵폭탄 실험지역이 있어
출입이 제한된 곳이다.





# 33





# 34





# 35

비단을 잔뜩 실은 낙타들을 데리고
서역으로, 서역으로 향해 가던 대상들이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이곳에서
야영을 한다고 치자.
험난한 여정을 앞두고
신경이 날카로운 대상들에겐
바위 틈 사이로 파고 들며 내는 바람소리가
마귀소리처럼 으스스하였을게다.




# 36





# 37





# 38







# 39





# 40

마귀성에 어울리게
하늘 표정조차
회색빛, 흙빛이다.
만약 하늘이 파랬다면
현실감이 퇴색되었으리라...
대낮인데도 으슥한 곳은 어두컴컴했으니...
금방이라도 귀신들이 나타날 것 같아
남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 41





# 42





# 43





# 44

오색 모래 물결





# 45





# 46





# 47

멀리 머리가 둘 달린 말 형상이 보였으나
아무도 가까이 가보자고 말하지 않는다.





# 48

제한 속도 40
도로가 상할까봐 조심조심 운전하라고...





# 49





# 50

다시 매표소에 왔다.
여기 매표소와 별도로
위구르인 마을 입구에
헌병초소처럼 검문하는 곳도 있었다.
눈빛이 날카롭고 군복을 입은 젊은 아저씨가
장총을 들고 버스를 막아선다.
지지난달 위구르인 폭동을 뉴스로 접한터라
해꼬지를 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일기도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보니
그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
화~알~짝 웃어주었더니
세상에나, 손을 흔들며
천만불짜리 미소를 답신으로 보내주지 않는가?
무한감동! 역시 미소는 만국공통어
쫄았던 마음이 급 풀린다.





# 51

장엄한 일몰의 전주곡
빛 내림.......





# 52

"여행의 꽃은 옵션이다."
오늘 이곳 마귀성(魔鬼城)에서 노닌 후
버스에 앉자마자
가이드가 한 말이다.

원래의 일정에 없었던 마귀성(魔鬼城)을 본
일행들이 흡족해하자
"돈이 아깝지 않지?" 하는 의미있는 의도로
은근슬쩍 옵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어떤 곳을 여행하던지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들은
옵션이란 이름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나름 여행의 노하우를 쌓은 여행자로서
'옵션은 모두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하려는 여행사들이
가이드 월급을 따로 주지 않고
옵션이나 무언의 강제성을 띈 쇼핑으로
스스로 수입을 챙기게 하는
비합리적 갑을관계 때문에
가이드들도 어쩔수 없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옵션만 따로 계산하여
260$를 챙겨왔는데
일행 중 흥정의 달인,
혹은 어떤 모임에세건 나서기 좋아하는
리더형 어떤 분이 나서서
일행 전체가 옵션을 다 하는 조건으로
30$를 깍고
양고기 백숙을 추가로 얹어
일행들에게는 싸게 했다는 만족감을,
가이드에게는 더 큰 수입을 안겨줌으로써
결국 둘 다 윈윈했다는 느낌을 주었고
'흥정의 달인'은 일행들로부터 존경받는,
혹은 중심에 서게되는 그런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에도 우리의 '흥정의 달인'은
악세사리 살 때
스카프 살 때
건포도 살 때 등등
흥정하기 위해 온 사람처럼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반적인 여행자의 자세가 아니라
이 부부는 어디를 가던 초입에서
사진 한 컷 찍고 앉아서 쉰다.
물론 각자 여행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종편 방송 중 요즘 한참 뜨고 있는
'꽃보다 할배'의 걷기 싫어하는 백일섭 캐릭터였다.

바리쿤 초원에서도 우린 뛰어다니며
초원을 누볐고
다른 팀들도
원주민 마을 파오까지 갔다오는데
이들은 입구에서 가이드와 양고기에 대해
論하고 있었던 것이다.





# 53

어쨌든 저쨌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팀을 이루었고
여행 후반으로 갈수록
팀의 색깔이 나오게 되는 등
이로 인해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키거나
혹은 감소시키기도 한다.

그런점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인간관계에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페키지 여행은 비추다.
아울러 페키지 여행자의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고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아야하며
내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54

마귀성 길목의
위구르인 마을
도로변 대추나무에 주먹만한 대추가 주렁주렁...
윤기나는 밤색으로 익은 것도 있고
아직 초록인 것도 있었는데
얼마나 크고 탐스러운지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뻗어 따고 싶었다.
아서라, 말아라
벌금 대신 손목을 자른단다.

우리 버스에 걸려
동네 전깃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났다.
가이드는 돈지갑을 갖고 내리고
한참 변상을 하네 어쩌네 시간을 지체하다가
한족 운전기사가 불법으로 설치된 것을 따졌더니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다고.





# 55

어렸을 때...나 또는 너도
이러고 다녔어....
곳간에 보리쌀이 조금 더 많았다면
이렇게 홀라당 벗지 않고
가랭이 터진 바지 정도는 걸치고 다녔을지도......





# 56

아이들이 넷?
집에 간난쟁이가 둘이나 또 있다고?





# 57

남녀노소 다들 오토바이 메니아들...





# 58





# 59

이렇게 차창 너머로 마을을 구경하고
다시 황량하거나, 광활한 지평선이 펼쳐진다.
일몰이 시작되어 차에서 계속 셔터를 누르다가
가이드에게 잠시 쉬어가자 했다.





# 60

해의 죽음을 보았는가
해는 장엄하게 죽어서
해는 다음날 다시 태어난다.

당신의 늙음 곁에
가만히 당신 손등 어루만지는
햇살처럼
당신의 불면의 밤
조용히 차올라
당신의 침상을 지키는
보름달처럼

당신을 모두 떠난
빈 자리에
소리없이 당신 옷깃에 스며드는
바람처럼

나는 당신 곁에서
일몰을 지키리

온 하늘 가득
그리움 번져
당신 가는 길 수놓는 노을처럼
장엄하고 아름다운
일몰을 지키리

김소엽 /장엄한 일몰





# 61





# 62





# 63

사막 모래를 달구었던 태양이 진다.
붉은색 피를 토한 후
광활한 지평선 끝으로 태양이 진다

신성한 모스크 끝에
신성한 노을이 잠시 앉아있다.
서쪽 하늘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태양이 진 자리는 느을 아름답다

그리고 이어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
까닭없이 설레이는 시간
가슴뛰게 아름다운 시간이다.





# 64





#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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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





# 71

나에게 탈이 났다.
돈황고성을 둘러볼 때부터
눈이 가렵고 까끌거리더니
다음 날 한쪽 눈이 부어올랐다.
모래먼지가 들어갔나?
피곤해서 그러나?
눈이 신경쓰이니 갑자기 온몸에 힘이 풀렸다.
다행히 저녁 먹으러 가는 곳이
호텔 앞을 지나간다 하여
혼자 내려 눈을 물에 헹구고 일찍 잠들었더니
감쪽같이 나았다 .
원인은 바로 썬크림
평소엔 잘 바르지도 않던 썬크림을
죽자사자 바르고 다녔더니
땀이 흘러 눈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이날 야시장에서 우리 일행들은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다한다.
물론 남편도 내가 걱정이 되어
일찍 들어왔다.
하미의 밤은 그래서 더욱 기억된다.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