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이삭줍기 그림이 떠오르시나요?
그런 낭만적인 이삭줍기가 아니라
한톨의 낟알이라도 아쉬웠던 궁핍의 시절
보리수확 후 땡볕에서 고개가 댕강 잘린 보리를
한바구니 줍고,
벼 수확 후에도 시들어가는 풀빛만큼의
벼이삭을 주우러 논을 헤맸고
그나마 고구마를 캐고 난 뒤의 이삭줍기는
그 양과 무게에 있어서 제법 쏠쏠했습니다
이맘때였을까요?
발이 쑥쑥 들어가는 논에서
벼를 베고 난 뒤
논 옆에 흐르는 조그마한 개울 근처의
벼포기를 들어내거나 개울의 물을 퍼내고
땅을 파보면
여름에는 그렇게 작고 검었던 미꾸라지가
벼 여물 듯 배엔 노랗게 알이 차고
갈색으로 통통 살이 쪄서
크기도 거짓말 조금 보태어 팔뚝만큼 큰
미꾸라지를 잡는 재미는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추어탕 맛보다도
더 신나고 재밌는 일이었지요
그렇게 잡아온 미꾸라지 통에
소금을 넣으면
저희끼리 부딪혀 몸부림치면서 깨끗이
씻겨져(참 신기했지요)
우거지 넣고 풋고추와 마늘을 갈아서
푹 끓이면 맛난 추어탕!
부모님 일손 도와 일을 하고 난 뒤의
허기진 배는 그렇게 추어탕으로
정신까지 포만감으로 행복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