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맛 있었을까?

올레리나J 2009. 10. 14. 12:39

맛있었을까?
요즘은 시골도 입식 부엌에 수세식 화장실.
거기까지는 아니어도 많이 깨끗해졌다.
우리 집은 한 때는 돼지우리와 화장실이 겸용이었다.
식구가 용변 보러 가는 기척이라도 나면
돼지가 입을 크게 벌리고 꿀꿀거리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겁이 나겠는가?
그래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막대기를 들고 갔다.
사람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돼지인들 제대로 밥을 먹었겠는가?
설거지한 구정물에 음식 찌꺼기면 충분했으련만
그것도 부족하니 사람들의 배설물도 먹을 수밖에....
그렇게 키운 돼지고기는 맛있었을까?
돼지고기만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바람에
어렸을 적엔 먹지 못했으니 맛인들 기억하겠는가?

밤에 무서워서 아이들은 화장실에 못 가고
어른들은 불편하니 요강은 필수품이었다
아침에는 요강의 내용물을
독에 모아 채소밭으로 이고 가서
배추 무밭에 뿌려 거름으로 썼으니
부모님 말씀이 오줌도 밖에서 함부로 버리지 말고
집에 와서 보라고 하셨으니
그렇게 키운 배추 무는
확실히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렇게 담은 김치, 깍두기도 맛있었을까?
그건 확실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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