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올레리나J 2013. 3. 3. 06:37

 

 

 

내가 제일 부러운 사람은

그림 잘 그리는 사람과

음악적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따라할 수 있겠으나

노력하지 않고 유전자로 물려받은

타고나 재능말이다.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절대 음감을 가졌거나

어떤 사물을 보고 똑 같이 그려내는 지능...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그런 재능들이 부러웠다는...

 

쓰잘데 없는 서론이 길어졌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저자인

 셸 실버스타인의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는

1999년 셸 실버스타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발표되지 않은

위트 넘치는 글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일러스트를 한데 모은 마지막 책이다.

 

미국인들은 "쉘 실버스타인을 읽지 않고는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의 작품을 읽고

 또 읽으면서 성장했다.

시적인 문장,

세상을 향한 풍자와 유머,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셸 실버스타인의 작품들은

 처음 읽을 때는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에 웃게 되고,

두 번째로 읽을 때는

그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에 울게 되고,

세 번째로 읽을 때는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에 감동한다고 한다.

 

짧은 글과 그림이 실려있지만

그 감동은 결코 짧지 않고

깊은 울림이 있다.

그래서 나에게도

옆에 두고 늘 보고싶은 책이 되었다.

 

아름다운 그의 그림과 유머,

 그의 철학, 통찰력이 묻어나는

내가 감동받은 그의 글을 몇 편 소개하자면...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핫도그를 주문하면서

“모두 넣어주세요.”그랬는데

그게 큰 실수였지 뭐야.

양념을 다 넣어달라고 한건데

앵무새를 넣은 핫도그가 나왔거든.

빗줄구멍이 뚫려있는 멍키 스패너, 갈퀴도 들어있었어.

그뿐일 줄 알아?

금붕어에다가 깃발, 바이올린,

개구리, 앞 베란다에 매는 그네,

쥐 가면까지 들어있었다니까.

이제 핫도그를 주문할 때는

모두 넣어달라고 하지 않을 거야.

 

(핫도그에 넣는 여러 가지 양념처럼

온갖 것들로 인생을 포장하다

그래서 본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모든 것을 넣어 맛이 없는 핫도그처럼

재미없고 지루한 일상과,

맛 없는 인생을 사는 어른들을 풍자)

 

 

 

<친구>


네 머리위에 벌이 있어.

뒤돌아보지 마.

눈 하나라도 깜짝하면 안돼.

벌이 너를 쏘기 전에

내가 그놈을 먼저 죽일게.

그러면 너는 벌에 쏘이지 않고

안심할 수 있을 거야.

 

(자고로 진정한 친구라면

이런 배려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지금부터 몇 년 동안>


네가 잠깐 이 시집을 휙휙 넘겨도

나는 네 얼굴을 볼 수는 없겠지.

하지만 아주 먼 어느 곳에선가

네 웃음소리를 들을 거야.

그러면 나도 미소 지을게.

 

 

(처음엔 나도 그의 책을 휙휙 넘기다가

어느 순간 어~~~

이렇게 넘길 게 아니네?

그의 인생철학이 어느 순간 습자지처럼

나에게 스며드는 거야...  

그는 틀림없이 내 미소를 보았을거야)

 

 

 

<큰 부츠>


이 부츠는 나한테 좀 큰걸.

억지로 맞추면 못 신을 거야 없지.

꼴사납고 느리긴 하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십 년 동안

발만 자란다면

맞을지도 모르지.

 

(꿈을 버리고

십 년 동안 발만 자란 것처럼 기형적인,  

억지로 맞춰버린 현실을 살아가는 삶을

빗대는 그의 놀라운 촌철살인, 頂門一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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