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런던

올레리나J 2013. 1. 31. 15:06

 

 

 

 

 

 

이상하게 책을 골랐다하면 여행기다.

확실히 여행을 좋아하기는 하나보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과 함께 여행하는

 대리만족도 나름 즐겁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은

흔한 여행기가 아니다.

흔하다함은 사진이 첨부된 가이드식이 아니란 거다.

작가는 단기간의 배낭여행이 아닌

8개월 동안, 홈스테이를 거쳐

플랏형식(연립주택이나 아파트)의 주택까지,

런던의 일상을 살면서 런던의 낭만보다는

런던 생활을 하며 느꼈던 솔직함을 에피소드로 전개한다.

여행기가 아닌 수필집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홈스테이 숙소에 대해 에이전시에 따져 환불받고,

 새치기를 하는 외국인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는 말을 하는 등,

평소 국내에서는 남과의 마찰을 빚는 것이 불편해

그냥 넘어가기 일쑤인 자칭 '소심녀'인 작가는

낯선 여행지에서 그런일을 해내고

통쾌함을 느낀다.

또, 방안의 개미떼와 영역다툼을 벌이기도 하며,

한국에 대해서는 무심한 서양인들이

일본에 대해서는 막연한 호감을 보이는 것을 보며

씁쓸해 하기도 한다.

 

 물론 ,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보석관에 대한 찬사와 뮤지컬<라이온 킹>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내셔널 갤러리 34번 전시실 명화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생애 가장 고상하고 품격있는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또 중간 중간에 여행자의 필수품인 오이스터 카드,

박물관과 소규모 갤러리에 대해 작게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점은 여행지 자체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자로서의 느낌을 톡톡튀는 단어로

저절로 미소짓게 하는 청량하고

 말랑말랑한 문체로  풀어나간다.

 

질척이는 감성과잉이 아닌

담백하고 절제된 감성으로

여행에 대한 로망만을 담고있는 것이 아니라 

영국사회의 이면들을 보여준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장기여행으로

한 도시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모든 사물과 배경에 신기해던 초기와 달리

일상이 되면 권태가 찾아온다. 

영국의 빨간 이층버스와

 서울에서 타고다니던 녹색버스가 별 차이없어지고

무의미해진다.

 이 때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런던이 배경이 되는 영화와 소설을 본다.

그랬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권태롭기만 했던 런던의 도시들이

다시 환상의 도시로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것에 익숙해지자 찾아오는 매너리즘...

 이 때 혼자만의 여행은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글을 읽으며 가장 해보고 싶은것은

빅토리아 엘버트 박물관에서 그림을 보며

꾸벅꾸벅 조는 호사스런 여유로움과

 '펍(PUB)'에 혼자 매일 가서 

'ERDINGER(에딩거)' 맥주를 마셔보는 것.

 

보너스로 그녀가 그린 웹툰을 보여주는 센스~~~

그러나 책에 실린 사진 설명이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