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헤이! 한 잔 꺽으러 갈까?

올레리나J 2012. 11. 6. 13:36

 

 

 

 

세상은 참으로 다양한 책들이 넘쳐난다.

읽기에 역겨운 쓰레기같은 책이 있는가하면

가방끈이 짧아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있다.

내 감성을 울리는 책도 있고

가볍지만 인생철학이 담긴 책도 있다.

유명인의 작업실을 실사한 독특한 책도 있고

물건에의 집착이 많은 이들을 위한

물건을 버리는 방법의 책도 있다.

자기계발을 하라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자기계발서들이 널려있고

억만장자가 금방이라도 될 것처럼 

투자에 관한 책들도 넘쳐난다.

 

그래서 정보가 없는 책을

제목만 보고 읽기 시작했을 때의 그 호기심이란...

그 호기심이 곧 즐거움이다.

그 즐거움은 내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혼자서 놀기에 그것보다 더 안성맞춤인 것은 없으니까...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이 책 또한 상당히 독특하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에서

나 처럼 게으른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이 코앞에 있어 설레이기까지 하는 금요일!

상사 눈치보고 산더미처럼 쌓인 일 처리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건

금요일 다음 쉴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리라.

열심히 일한자만이 소중한 금요일

우리들의 매일매일이 그 금요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지...매일이 금요일이라면 설레임도 기대도 없어지겠지만......

 

주인공 호어스트는 오늘 할 일을 적어놓고

무슨일부터 해야할 지 결정하기 위해 벽을 보고

하루종일 생각하고(무언가를 했다는 뿌듯함...)

밤에 그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설겆이가 쌓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싱크대 밑바닥에

컴비번,현금인출통장비번 등을 비닐로 포장하여 붙여놓고

비번이 필요할 때마다 할 수 없이 설겆이를 하고

이삿짐 풀기 귀찮아

박스마다 밑에 돈을 깔고 포장을 한다.

그러면 돈 필요할 때마다 정리가 될테니까...

 

창고정리가 귀찮아 동네사람들을 향해 큰소리로 떠든다.

창고에 중요한 물건을 넣어 놓고 깜박잊고 잠그지 못했네..

그러면 도독이 들어 창고가 깨끗해질테니까...

 

택시비가 없을 땐

근처 피자집으로 들어간다.

집주소를 말하고 피자 한 판을 주문.

그리고 기왕에 가는길이니 나도 함께 데려가달라고

배달기사를 설득한다.

 

버스만 타면 잠들어 버려 누군가 깨워주기를 바라는 맘으로

집주소를 목에 걸고 잠들었는데

종점을 왔다갔다 조는 사이에

깨워주기는 커녕 윗주머니에 있는 집키를 훔쳐

몽땅 도둑을 맞는다.

 

 처음엔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화가 나더니 읽으면 읽을수록 완전 홀릭 상태다.

몇년 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코미디물 '미스터 빈'을 보고있는 느낌이다.

그에 비하면 난 완전 정상이고 바른 생활을 하고 있다.

자존감이 들기도 한다.

 

작가인 호어스트는 '카바레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카바레스트는 카페 테이블에 둘러앉은 관객들에게

재담, 춤, 노래등으로 정치, 시사풍자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배우를 말한다.

(김제동식 토크인가 보다.)

이 소설이 바로 그러한 카바레스트로서 무대에 올린

5년여간의 소재중 솎아내서 이야기 모음으로 엮은책이다.

 

글 곳곳에 역주가 있어 맨뒷장 찾아보기를

들춰봤더니 웃음이 저절로...

 

몇개를 소개하자면

나폴레옹 보나파트르-이 자의 인생도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었음

노르웨이-밋밋, 분명,성실함,괴상한 말을 씀

슈바벤-이곳 사람들은 물만으로도 음식을 만듦

스페인-남프랑스로 가려던 사람이 여기까지 갔다면 너무 많이 달린것,

          그 경우만 아니라면 진짜 아름다운 곳

프라하-이곳의 봄은 세계적으로 유명함

하노버-뭐 그런 도시들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연코 이 책의 백미는

토요일 -일요일로 이어지는 황금의 금요일에 무엇을 할 것인가?

대항 축구대회이다

 

*.호어스트 정신차려 팀-전진해 감독

1.단가-건설하라 건설하라

2.주장의 이름-세상은 부지런한 자의 것

3.선수들 이름-일찍일어난새가벌레잡아,일해서남주나,

       설겆이좀하자,노후대책이라고들어봤남,

       그러면내일또침대신세못면해,접근금지술담배,

       창문좀닦자.여자는성공남을좋아해

*.맥빠져 팀 -지난해 우승팀 -내일도나 감독

 1.단가-하와이엔 맥주가 없다

2.주장 -무위는 나의 힘

3.선수들-그런말같지않는소리를듣고있는내가딱하네.어제도그랬지만,

          일찍일어나면건강에해로워, 어째다심드렁해,

         그럭저럭버틸만하네뭐 ,취해서나쁠건없잖아,

         헤이한잔꺽으러갈까.아늑하고좋기만한데뭐

        성공못한남자는대신시간도많다우

 

주심-건드리면 더 엉켜

전문 기자-주태백기자,니코틴기자

 

'여자는성공남을좋아해' 선수가 결정적인 슛을 골대에 맞추고

'헤이한잔꺽으러갈까'가 막강한 슛팅으로 골인!!!!!!!!

 1대0으로 맥빠져팀이 올해도 우승 !

결국 

금요일은 만사 제쳐두고 한잔 꺽으러 간다는....

 

 

  

살짝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다고 하지 않던가.

인생의 무료함을 우울함으로 덮지말고

호어스트식 멍청함으로 단순하게 살다가  

베를린 쇼세가 18번지

예술공장 슐로트에 가면

독일산 스파클링 와인인 젝트와 크로와상으로

지금도 관객을 맞이하는 호오스트를 만날 수 있다.

20년째 그 자리에서...

 

나도 언젠가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

독일산 맥주를 한 잔 들이키며....

맘껏 게으름을 피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