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오늘 난 죽는다. 아니 산다.

올레리나J 2012. 4. 9. 17:23

 

 

 

 

 

 

책 주인공은‘피신 몰리토 파텔’이라는

16살난 인도 소년이다.

학교에서 이름을 잘못 알아들은 선생님들이

피싱 파텔(Pissing : 소변 보는 아이...)’이라고 부르자

스스로 원주율 파이(π) 파텔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파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놀림을 떨쳐내 버리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은

칠판 앞에 나가 원을 그리고 원주율을 설명하며

자기 이름을 각인시키는 용감함을 선사했다.

(이런 아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나는 왜 이런 멋진 소녀 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한없이 움추려 들었는가?)

 

동물원에 살면서 가톨릭 계 학교를 다니지만,

힌두교 가정에서 태어나

이슬람과 기독교를 접하면서

목요일은 힌두사원과

금요일은 이슬람 회당과

토요일은 유대 회당,

일요일은 천주교 성당의 예배에 모두 참여하며

신과 풍요로운 관계를 맺는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 소년의 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실하게 느껴진다.

 

나도 한 때

모든 신을 접해보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으니까...

 

1부는 파이의 종교관과

동물원에 살면서 접해게 되는 동물들의 습성 등

다소 지루하게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앞부분을 읽어 보니

이런 전개와 발단이 없었다면

뒤의 모험은 단지 지어낸 이야기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을 게다.

이런 전개 과정 때문에

난 이 책의 이야기가 실화라고 믿어진다.

 

파이의 풍요로운 어린 시절의 체험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경험이 되고 보탬이 된다.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결국 난파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1부에서 2부 중간까지의 파이는

수면제였다.

책을 빌려다준 아들이 얼마나 읽었는지

수시로 확인을 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느 날 밤엔 1장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으니까...ㅠㅠㅠ

"어머니 조금만 더 읽어보세요.

금방 흥미진진 할거에요."

"알아.기승전결이 있기 마련이라고

너희들 어렸을 때 재미없다고 책 읽지 않을 때

내가 한 말 아니냐?"

 

"아직도 섬에 도착하지 않았어요?"

"응, 아직도 태평양이다."

 

책 한 권을 하루 만에 뚝딱 읽어 치우는 아들아,

나도 그랬던 때가 있었단다.

넌 책에만 집중하지만

난 밥해야지, 반찬해야지

물끓여야지

화장해야지

빨래해야지....

출근해야지....

티비도 봐야지...

영화도 봐야지....

야구장에도 가야지....

 

2부에서는 동물원을 처분하고

많은 동물들을 화물선 배에 싣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태평양 한 가운데서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 되고,

부모님과 형 그리고 선원들이 모두 죽고,

살아남은 것은

다리 부러진 얼룩말과

오랑우탄, 하이에나, 호랑이, 주인공이다.

잡아먹히고, 잡아먹고 결국

리쳐드 파커라는 이름을 가진 뱅골 호랑이와

16살이 된 주인공 소년 파이가 구명보트에 남아

227일이라는 기적 같은 시간을 보낸다.

 

언제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인공 파이는 동물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물과 먹이를 주면서 호루라기로

호랑이를 길들인다.

내 영역을 침범하면 안돼.

내가 너보다 더 우월해,

내가 포식자고 넌 내가 먹이를 주는

내 하인이야...

볼이 터지도록 호루라기를 불어

위엄을 보여준다.

 

비상 식량이 떨어지고

거의 기진맥진했을 때

조그마한 섬에 도착하지만

이 섬 전체가 식충 섬이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여기서부터 이 책 파이는 각성제가 된다.

흥미로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책 한권을 쓰려면

얼마나 많은 정보와

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지

이 세상의 모든 작가들에게 박수를....

 

얀 마텔이라는 이 소설가도

파이 이야기에서

종교,자연과학, 선박, 그리고 유머 등등

해박한 지식을 풀어낸다.

 

식충섬에서부터는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까지

거침없이 얽어 내려갔다.

그리하여 드디어 멕시코까지 떠밀려와 구조되었다.

 

7개월 여의 시간을

슬픔과 고통,

고독과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낸 파이...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처럼

로빈슨 크루소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위대한 인간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인간에 대한 숭고함을 느끼게 해준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뜨거운 태양

그리고 캄캄한 어둠 속에 흔들이는 구명보트

폭풍우와 번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뱅골 호랑이의 두 눈....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러지지 않는가?

 

엊그제 본 영화 '비밀의 눈동자'에서도

아내를 죽인 살인범을 잡아

말 한마디 붙이지 않고 먹을 것만 주면서

10여년 동안 감금한다.

말하지 못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주인공이 범인과 대면했을 때

'제발 나에게 말 좀 하라고 해 주시오...'

파이도 극복해야할 대상 호랑이가 없었다면

227일을 견디어 냈을까?

케스트 어웨이에서도

주인공은 배구공을 윌슨이라 이름 짓고

그를 친구삼아 버티어 낸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나 하나 보다.

혼자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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