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올레리나J 2012. 4. 5. 20:58

 







아들이 친구에게 책을 빌려와 나에게 권한다.
좋은 책이 있음 내가 먼저 읽고 아들에게 읽으라했는데
이제 그 반대가 되었다.
아들은 이틀만에
나는 일주일만에 마지막 장을 넘겼다.
어떤 책이냐고 물었을 때
'연을 쫓는 아이'의 작가라고 하길래
두 번 물어보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이 배경인 책은 거의 없다.
그곳 출신 작가의 책도 접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의 빈곤한 생활을
또 여자로 아프가니스탄에 산다는 사실이
얼마나 버거운지 알 지 못했다.

전작인 '연을 쫓는 아이'가
아버지와 아들, 남자들의 우정과 배신을 얘기했다면
이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엄마와 딸, 여자들의 가련한 운명에 초점을 맞춘다

소련 침공과 내전,
그리고 탈레반,
대테러전으로 이어지는 혼돈의 상황에서,
통속적 관점에서는 전혀 가까울 수가 없는
아프간의 두 여인,
마리암과 라일라.
한 남자의 아내들로 만나게 된 두 여자는,
어쩌면 불가능할 듯도 싶은 연대를 만들어간다.
가난과 차별,
그리고 끊임없는 폭력과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희생으로
희망을 가꿔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눈물겹게 펼쳐진다.

너무도 비참한 두 여인의 운명을 들여다보며
과연 아프간 여성들에게
'알라'는 존재하는지 의구심과 분노가 일었지만,
저자는 구원과 희망의 인간 드라마로 승화시키고 있다.

사이브에타브리지 (17세기 시인)의 시 "카불"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찬란한 천개의 태양들을 셀수도 없으리."
여기에서 제목을 따 왔다고 하는데
부디 아프간 사람들이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을 볼 수 있고
벽속에 숨은 찬란한 천 개의 태양들을
셀 수 있는 날이 꼭 오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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