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기를 처음 배우다* 아이들이 어른들한테 맨 먼저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거짓말과 상스런 욕과 못된 짓. 내가 어른들 노는 틈에 곁눈으로 화투를 맨 처음 배운 것이언제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5, 6학년 때 비가오는 날 재철네 집 부엌 옆 공간에 덕석(멍석)을 보관하고 있는 곳, 다소 어두침침한 그 곳에서 미자랑 셋이서 아마 민화투를 치고 있었을거야. 비가 오니까 공기놀이나 소꿉놀이 ,숨박꼭질을 하지 못해서 그곳에서 셋이 앉아 신나게 치고 있는데 그걸 재철네 아버지께 들킨거야. 부지깽이를 들고 쫓아오시면서 야단을 치셨지만 동네 아이들이 많이 모이면 월남뽕을 많이 했던 것 같아. 소죽 끓여 뜨끈뜨끈한 방에 오손도손 모여앉아 육백도 배우고 삼봉도 배우고 기껏 손목 맞기나 등두들겨 맞기 내기를 했을 터인데 왜 그렇게 재미있었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내 여자친구들은 영단이만 빼고 모두 서울로 올라갔고 나의 화투놀이도 끝이 났어. 제일 피크를 이룬건 교대 다닐때와 직장생활하면서 일거야 교대 다닐때 핸드백에 화투를 넣고 다니면서 심심하면 친구 자취집에 모여 삼봉을 쳤었고 그것도 밤을 세워가며... 지금 남편과 두번째 데이트를 운림산방의 쌍계사에서 했는데 닭백숙을 시켜 놓고 앉아있기가 썰렁해서 화투를 쳤는데 칠때마다 내가 이기는거야 나중에 그러는데 나를 꾼으로 알았다나? 결혼하고서도 틈틈히 치곤했는데 내가 약을 해놓고도 못 세고 화투판 엎을때 청단했다고 하면 이미 끝났다고 우기는거야. 그러다 싸우게 되고 그러면서 서서히 재미를 잃어가다가 고스톱이 들어오면서 화투는 내손에서 완전히 멀어져갔어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또 배우고 싶지도 않아. 아침에 화투패를 쳐서그 날의 운수도 알아보곤 했었는데 어른들은 어떻겠어 전답도 팔고 패가망신한 집도 많았다는데... 요즘은 너무 살벌해졌어 사기 도박단, 경마 ,경륜, 카드, 카지노 등 내가 알지도 못하는 도박판이 쉼없이 벌어지고 있고 하루 아침에 노숙자로 전전한다는데. 그러고 보면 그 시절이 어쩜 순수했는지도 몰라. 고스톱이 치매예방에 좋다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