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인문학의 관점에서 여행을 논하다

올레리나J 2011. 1. 13. 17:41

 

 

 

이 책은 철학자 김재기 교수의 여행 에세이와 여행에 관한 원론서같은 느낌이다.

어느 신문 기사에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왜 여행을 하고,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에 뛰어들고, 

여행을 다녀온 후에 등에 관한 글을 썼다는 점은 비슷하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여행의 숲을 여행하다'가 더 직접적인 감동이 있다라고나 할까.....

그 감동은 작가 김재기 교수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서 여행에 관한 통찰이 설명된다. 

게다가 사진에 관심이 많다보니 직접 촬영한 사진이 많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 사진보다는 화가의 그림이 많은 것도 다른점이다.

 김재기교수가 말하는 여행은 결국 자유다.

김재기 교수는 이 책의 곳곳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여행에 관한 여려가지 논의들을 소개하면서도

그 결정을 독자에게 넘긴다.

거기에 저자의 의견이 빠지지 않지만,

여행의 다양성 만큼이나 여행을 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결정은 여행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특히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여행의 즐거움은 시작된다라고 믿는 나로서는

저자의 여행의 준비에 관한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준비한 계획서대로 된적이 어떤 일에서든지 있는가?

없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결국 준비는 열심히 하지만,

준비할 때의 계획대로 여행이 움직여지지도 않거니와

계획에 너무 얽매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저자는 여행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해서 말하는데

하드웨어는 시간, 돈, 체력이란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는 정보, 언어, 태도라고 얘기한다.

나 역시 이 하드웨어와 소포트웨어 때문에 늘상 고민이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이 여행에 관한 기록이야 말로 여행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더 나은 여행을 위한 열가지 팁을 얘기한다.

하나, 왜 떠나는지 생각하고 떠나라.

둘, 열심히 준비하되, 준비한 것에 얽매이지 마라.

셋, 조금만 더 투자하라.

넷, 과감하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

다섯, 집은 잊어버리고 현지에 동화되도록 애써라. 

여섯, 위험에 대비하고 늘 안전에 신경써라.

일곱, 누구나 다니는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보라.

여덟,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겸손해져라.

아홉, 늘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

열, 기록하고 정리하라.

 

금과옥조 같은 글이 너무 많다.

다음은 책에서 발췌...

고향 땅이 달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햇병아리다.

모든 나라를 자신의 조국처럼 느끼는 사람은 이미 강인하다.

하지만 세계 전체를 타향으로 여기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성 빅토르의 휴고(1096~1141)

 

여행 프로젝트는 어디로, 언제, 누구와, 왜, 어떻게, 얼마에, 가느냐다.

그 여행의 소프트웨어는 정보와 언어와 태도다.

여행의 일곱 빛깔 무지개는 모험, 전투, 소통, 발견, 깨달음, 자유, 은총이다.

 

좋은 여행을 위해 준비해라.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아는 것만 보고 오게 된다.

미래란 오지 않는 시간, 즉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을

지금 존재하는 현실 속에 끌어 들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준비가 그것이다.

 

여행자는 지나가는 나그네일 뿐이다. 

현지인들의 일상은 소중하다.

현지인의 농간도 그들의 일상의 일부이다.

세상의 모든 장소는 여행지이기 전에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 여행자는 여행자일 뿐이다.

모든 윤리의 기본은 타인에 대한 배려다.

여행지를 망가뜨리는 것은 여행자 자신들임을 여행자들은 잊는다.

 

우연과 가변성의 영역, 거기에서 진정한 여행의 경이로움이 나온다.

우연들이 모여서 빚어지는 변주곡이 진정한 매력이다.

여행자들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것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고민이 되는 물건은 무조건 가지고 가지 마라.

버리지 못하고 쓰지도 못한다.

배낭은 뭔가를 채우는 게 아니라 버리는 요령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버려야 할 게 많다.

여행에 필요한 건 칫솔뿐이란 말이 있다.


여행의 기록이란 직접적인 경험을 물질적인 그 무엇으로 바꿔 선명하게 보존 하는 것이다.

내 일기는 이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책이며, 나는 그 책의 둘도 없는 독자다.

기억이 사라지면 시간의 지층도 유실되고 우리 삶 전체가 무로 돌아가는 법이다.

여행은 세 번 다녀 온다. 준비하면서, 실제로, 지난 추억으로 또 한번.

 

내가 얼마나 사소한지? 남이 얼마나 위대한지? 여행에서 느낀다.

여행은 예기치 않는 일들이 돌발하는 세계에 나를 참여시킨다.

그러나 구경하고 먹고 쇼핑하는 관광에서 성찰, 겸손, 배려는 사어(死語)가 되었다.

진정으로 좋은 여행을 하고 싶다면 너 스스로가 좋은 여행자가 되어라.

마음을 넓히지 않고 여행만 너무 많이 해 봐야 수다만 늘어날 뿐이다.- 앨리자베스 드루-

우리가 자주 보는 영재천 물살, 청계산 숲속도 모르는데, 사이프러스, 스펑나무를 안다고 대단하다고?

 

더 나은 여행을 하려면 늘 같음 속에서도 다름을 보고 다름 속에서도 같음을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겸손하게 세계를 배우려는 자세가 있는 사람은 작위적인 교훈을 읊조리거나, 구도자 흉내를 내거나,

다른 이에게 별 의미 없는 자기만의 행진기록, 주관적 감정 과잉에 빠져 끝없이 늘어 놓는 독백, 감탄사에 불과한 것들을 취하지 않는다.

오만과 아둔함, 천박한 매너리즘을 나는 반성한다.

 

여행이 끝난 뒤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